그칠‘지(止)’가 예술적 이슈가 되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다음과 같이 강하게 지적합니다.
자본주의가 유포하는 ‘무한한 진보’라는 환상은 삶의 이유가 소유에 있지, 존재에 있지 않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자본주의 매커니즘 속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 많은 이들은 ‘더 나은 기술’과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꼽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펜데믹은 우리에게 그칠 ‘지(止)’의 의미를 몸으로 경험하게 했습니다. 감염병 사태로 인해 우리의 세상이 온통 버벅거렸기 때문인데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조심스러워지는 시대 속에서 ‘지속가능성’에 관한 논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멈춤(지 止 ) 속에서도 가능한 예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언택트 시대에 그칠 ‘지(止)’의 임팩트를 보여준 예술가들
Tong’s Vintage: 기묘한 통의 만물상 전시
Billie Eilish <Where Do We Go?> World Tour
비건타이거
<Tong’s Vintage: 기묘한 통의 만물상 전시>는 최근 전 세계인들에게 주목받는 국내 신진 아티스트 강영민, 구오듀오, 김하늘, 김현수, 나이니스트, 노즈스튜디오 등 23개의 팀이 참여하여, 일상의 오브제들을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특별 기획 전시입니다. 전시장은 총 7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졌는데요, 자연 분해 속도가 느린 순으로 유리-플라스틱-철- 천-나무-종이-친환경 소재로 분류한 점이 신선합니다.
전시에서는 패션 소품에 있는 무늬에서 착안한 안민주의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폐패브릭을 활용해 재활용과 새활용을 알리는 참신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환경 문제가 정점을 찍은 요즘 <Tong’s Vintage: 기묘한 통의 만물상 전시>에서는 환경에 대한 심각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막연하게 건네기보다, 폐기물과 아티스트들의 ‘콜라보’를 통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단지 오래되고 조금 낡았다는 이유로 폐기물로 버려져 온실가스를 배출시킬 운명에 처한 물건들이 새롭게 탄생된 것이죠.
'팬덤은 강하다.' 라는 말을 언제 가장 실감하나요? 특유의 시니컬한 분위기와 풍부한 감성을 가진 천재 가수로 불리는 Billie Eilish는 2020년 <Where Do We Go?> World Tour를 다닐 때 항상 관객들에게 특별히 권고한 사항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1. 플라스틱 빨대 금지
2. 개인 텀블러 지참
3. 재활용쓰레기 분리
바로 공연 장 내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면서 팬들과 함께 환경보전운동을 전개한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Billie Eilish는 모든 공연장 내에서는 콘서트 관객과 스태프 모두를 위한 물 스테이션을 설치하고, 개인 텀블러 지참을 권고했다고 합니다. 팬과 스타가 하나가 되어 'Stop'을 함께한 의미있는 월드 투어가 아니던가요.
멈춤의 미학은 패션계에서도 뜨겁습니다. VEGAN TIGER (비건타이거)는 모피동물의 고통을 종식시키고 소비자들에게 좀 더 넓은 선택권을 주고자 CRUELTY FREE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습니다. 비건 타이거는 잔혹함이 없는 비건패션을 제안하여 지속가능한 패션의 장을 만들어나가는 데 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은 동물에게서 착취된 소재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고, 이를 대체하는 훌륭한 비동물성 소재를 직접 선정&디자인하여 제공합니다. 또 수익금의 5%는 모피반대를 위한 캠페인 기금으로 전환하여 동물과 지구를 위한 아름다운 공존, 윤리적인 소비 cycle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환경 감수성을 동반한 예술적 소비는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Tong’s Vintage: 기묘한 통의 만물상 전시>, 빌리 아일리쉬, 비건타이거 등의 행보는 그칠‘지(止)’를 함축하는 아름다운 실천이면서도, 역설적으로 예술을 향한 열정만큼은 '부지(不止)'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부상할 예술은 무엇일까요? ‘지(止)’속 가능한 예술이 그 답이 될 것 같습니다.
멈춤의 미학을 아는 것은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 덕목입니다. 과도한 욕심을 멈추지 않으면 인수공통감염병으로부터 오는 위험은 우리의 일상이 되고, 과도한 욕심을 멈추지 않으면 일회용품으로부터 양산된 쓰레기가 우리의 삶을 뒤덮어 버리죠. 멈추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예술도 불가능합니다.
오랫동안 예술을 향유하고 싶은 이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이 멈춤의 미학을 겸비할 적기”입니다.
<MAGAZINE LET.S>의 2호권, [비거니즘]의 펀딩이 곧 시작됩니다.
매거진 렛츠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주제로 -하자(Let's)는 사유와 사유를 나누는 문화예술잡지로 '지구 공동체'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매거진 렛츠의 피플의 영역을 다룬 2호권 지면 매거진의 주제는 비거니즘입니다. 펀딩에 참여한다면 비건으로 사는 이야기, 비건을 시도하는 이야기 등 다양한 비건의 모습을 담아 하나의 선물 꾸러미 같은 매거진이 집에 도착하게 됩니다!
동물, 사람.
우리는 과연 공생공존할 수 있을까요?
하나의 물음에서 시작하여, 매거진 렛츠의 에디터들은 8개월간의 작업 기간 동안 약 100명의 사람들을 만나 생각과 고민들을 나누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2호권 <LET.S bE vEgan>에 고스란히 담길 예정입니다.
머지않아 2호권 펀딩이 시작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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