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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l 16. 2023

의학은 타이밍!  완벽한 타이밍이 왔다


아이는 고주파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저주파는 잘 듣기에 알아차리기 쉽지 않았다.

소리에 주파수가 있듯이 언어에도 고주파와 저주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음은 비교적 고주파이고 모음은 저주파이다.


자음 중에서도  높은 주파수에 해당하는 "스! 즈! 츠!" 소리를 잘 구별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성보다는 남성목소리를 잘 듣는다. 내 목소리가 비교적 낮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파수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소리 중 주파수가 높을수록  듣기가 어려운 난청으로

전정수도관이 일반인에 비해 0.5미리정도 넓기 때문이라니  안타깝고 아쉽고 억울했다.



전정수도관은 달팽이관 내 림프에서 뇌로 연결되는 뼈로 된 수도관이다.  전정 수도관은 크기가 매우 작아서 이 관으로 내림프가 꽉 찬 내림프관이 지나가면서 두개골과 뇌막 사이에 위치한 내림프낭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전정수도관확장증후군이란 이름이 어쩌면 그렇게 안 외워지는지 그래서 이 증후군은 친절하게도 에바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전정수도관확장증후군은 내림프관과 내림프낭이 정상 크기보다 커져 있다고 한다.



이렇게 확장된 과정에서 내림프낭에서 청각기관 쪽으로 내림프가 역류하게 되면서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머리에 충격을 받거나 뇌의 압력이 상승되는 행동 즉, 풍선을 불거나 코를 세게 푸는 행동등은 조심해야 했다. 확장된 내림프관과 내림프낭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기 어렵게 되면서 청력의 손실이 온다.

보통 돌발성난청이 오면 갑자기 잘 들리던 엄마의 소리가 멀게 들리는 것이다.



청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는 절대 조심하게 했다. 기압의 차이도 영향이 있다고 해서 비행기도 타지 않았다.

외국여행은 아예 접었고 제주도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 배를 타고 다녔다. 목포, 여수, 완도, 부산 사이좋게 나눠서 배를 탔다. 가장 멀리 있는  목포는 두 번 탔으니 원 없이 배를 탔다.  그러다 비행기는 영향이 미약하고 타도 아무 문제없다고  해서 비행기를 타긴 했지만 불안함은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또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또 찾아보고 했던 것 같다.


인공와우를 사용하면 청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 하나는 없어진다. 기계는 점점 더 가벼워지고 좋아질 것이고 수영도 가능해진다.



아끼고 아끼던 청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의 반응이나 발음을 들으면 바로 알 수 있었다.

올해 들어서  아이의 발음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뭐라고?  다시 물어보는 일이 빈번해졌고  아이가 소리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인공와우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수술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수술을 받고 집에서 통학하며 일반학교로 가고 싶다고 했다

무엇보다 원하는 대학에 갔을 때  교수님이 수화를 못하면 수업을 못 따라갈 것 같다고 했다

언젠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아이가 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는 부쩍 성장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청각장애학교로 전학을 시켰다.

언제나 늘 그렇게 대다수의 가해자를 두고 피해자가 전학을 가는 것이

현실이기에 미련 없이 옮겨주었다.  에너지를 쓰기엔 아까운 시간들이었다.

외롭게 학교생활을 했던 아이가 전학을 하면서 다시 활기를 찾았다.

더없이 밝았던 예전모습으로 점차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쉽게 접했던 인공와우수술

청력이 더 안 좋은 아이들이 자신보다 더 잘 듣고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

아이는 거부감 없이 수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엄마, 물속에서 듣다가 물 밖으로 나온 것 같다고 해"

그동안 답답했을 아이의 상황이 이 한마디로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요즘 청력이 더 떨어져 아이는 더 답답했던 것 같다.



아이의 난청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남은 잔존 청력을 아깝다고 수술 시기를 더 늦추면 재활이 더 늦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고주파 자음들을 판별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들을 수 있고 발음이 좋은 지금 상황이 적기라며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의학은 타이밍이에요."  남은 청력의 미련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치지 말라는  조언까지




청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아이가 먼저 수술을 받고 싶다고 말을 해주니 정말 완벽한 타이밍 아닌가


그렇게 아이는 물밖으로 나올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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