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에서 당일치기로 여행하기 좋은 섬
태안반도 자락에 있는 섬, 가의도(賈誼島)는 신진항(안흥 외항)에서 서쪽으로 5.5㎞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섬의 이름과 관련해서는 옛날 중국의 ‘가의’라는 사람이 이 섬에 피신하여 살았으므로 가의도라 했다는 설과, 이 섬이 신진도에서 볼 때 서쪽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가의 섬이라 했다는 설이 있다.
서해에서 낚시가 잘 되는 섬으로 이름난 ‘가의도’
지난해 여름 이 섬에 가기 위해 신진항까지 갔다가 태풍으로 무산된 바 있는데 항구의 첫인상이 여객(旅客)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태안에 이렇게 큰 항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스케일이 컸고, 피항한 오징어잡이 배 등을 비롯한 수많은 배들이 서로의 몸을 기댄 채 정박해 있었다.
이번에 찾은 신진항의 아침 날씨는 차가웠으나, 여전히 활기에 차 넘쳤고 가의도행 배를 타는 매표소에는 낚시객들로 붐볐다. 주말 젊은 낚시객들의 시선 속에서 유일한 등산복 차림은 민망스러울 정도였다.
여객선이 신진항의 입구인 흰 등대와 빨간 등대 사이를 빠져나가자, 바다에서는 신세계가 펼쳐졌다. 쏟아지는 아침 햇살 너머로 목개도, 정족도, 병풍도, 웅도 등 고만고만하게 작은 섬들이 점점이 박혀있다. 그 언저리에선 일찌감치 출조한 낚싯배들이 종이배처럼 출렁이고 있다.
여객선이 40여분 만에 가의도 북항 선착장에 도착하자, 배에서 내린 낚시객들 대부분은 선착장에 그대로 머문다. 작은 낚싯배에 옮겨 타고, 가의도 주변 입질이 좋은 갯바위로 떠나기 위해서다.
가의도의 핫플레이스 '신장벌해변과 독립문바위'
선착장에서 마을(굿두말)로 오르는 길은 조금 경사가 있다. 80대 후반으로 보이는 등 굽은 할머니가 유모차를 뒤에서 밀면서 힘겹게 오르시기에 “좀, 도와드릴까요” 했더니, 못 들으신다. 할머니는 혼잣말로, “어서 가야 하는디 하늘이 안 불러줘서 이렇다”며 쉬었다 걷다를 반복하신다.
겨울철인데도 밭은 얼핏 보리잎처럼 보이는 새싹으로 파랗다. 알고 보니, 어린 마늘잎이다. 예로부터 논이 없던 가의도는 밭농사가 주를 이뤘다. 그중에서도 마늘 농사다. 조선시대부터 서산, 태안 일대의 육쪽마늘을 으뜸으로 쳤는데 가의도는 이 일대 마늘밭에 씨 마늘을 공급한다. 섬의 봄은 육지보다 늦게 찾아오는데, 날씨가 서늘한 가의도 마늘은 병충해에 강하기 때문이란다. 가의도에서 나고 자라, 인천에서 오래 살다가 3년 전에 귀향한 70대 초반의 한 아주머니는 작년에 400여평의 마늘 농사를 지어 8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마을 길의 끝은 삼거리 갈림길이다. 오른편은 거대한 은행나무를 지나, 남항과 큰산 전망대로 향한다. 왼편은 가의도 트레킹의 핫플레이스인 신장벌해변과 독립문바위로 가는 길이다. 이곳에서 물때표(바다타임 웹)를 참고해, 어느 코스르 먼저 가면 좋을지 선택하면 된다. 신장벌해변과 독립문바위는 바닷물의 수위가 낮을 때 다녀오는 게 좋다. 수위가 높을 때는 독립문바위까지 걸어서 접근할 수가 없다.
아침, 바다에서 톳과 전복 등을 채취해 돌아오는 부부
마침 물이 깊게 빠진 썰물에서 밀물로 전환된 지 1시간 정도 지난 시각이어서 신장벌해변으로 먼저 발길을 옮긴다. 마을에서 신장벌까지의 길을 ‘소사나무길’이라 하는데 2.1km의 거리다. 높낮이가 그리 크지 않아, 초보자도 4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소사나무 사이로 가르마처럼 난 소롯길을 한가하게 걷노라니, 육지의 산이 주는 안온함과는 또 다른 뭔가가 있다.
중간쯤에 이르렀을까.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50대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를 만난다. 복장으로 볼 때, 새벽 썰물 때 바닷가로 나갔다가 해산물을 채취해 돌아오는 분이다. 검은 봉지에 뭔가가 가득 들어 있어 물었더니, ‘톳’이라고 답한다. 그 후 10여분 쯤 지나, 신장벌해변을 지척에 두고 아주머니의 남편인듯한 분을 만났다. 손에 든 바케스에는 소라와 전복, 바지락 등이 반쯤 채워져 있다.
신장벌해변은 모래 중에서도 아주 가는 모래로 형성된 해변이다. 해변 초입에서 독립문바위까지는 500여m인데 풍광이 아름답고 이색적이어서 ‘서해의 하와이’로 불린다. 독립문바위를 가려면 울툭불툭한 바위지대를 지난다. 바위는 보는 방향에 따라서 코끼리바위라고 해도 무방할 듯한데 뚫린 구멍의 높이가 어른 두 사람을 잇대어 놓은 정도다. 바위 뒤편에서는 낚시객 두 사람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대어를 기다리고 있다.
독립문바위를 뒤로하고 다시 마을 삼거리로 돌아온다. 중간중간에 새로 지은 집들이 보이고 민박집, 펜션들이 옛집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현재 외지에서 들어와 정착한 가구가 20%쯤 되는데 주로 민박업을 하거나 작은 낚싯배를 운영하며 생업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가의도 수호신, 450년 거대한 은행나무
마을에서 남항 쪽으로 100여m 가다 보면 거대한 은행나무가 서 있다. 1996년 태안군에서 보호수로 지정했는데 수령 450년에 수고 40m, 둘레 7m에 달한다. 수령으로 보자면 서산 웅도의 반송과 비슷하다. 높이는 800년 된 강화 볼음도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4호)의 수고(樹高) 25m를 능가한다. 작은 섬에서 이처럼 거대한 은행나무가 자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령스럽게만 느껴진다.
보호수에서 남항까지는 지근거리기로 작은 고개 하나만 넘으면 된다. 남항은 태풍에 인근의 배들이 피항할 수 있도록 거대한 방파제가 구축되어 있다. 그곳에서 보이는 작은 섬, 솔섬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남항에서 마을 쪽으로 올라와 좌측으로 난 소롯길을 따라 큰산 전망대로 향한다. 경사가 조금 가파른 산길이지만 20여분이면 전망대에 도착한다. 하지만 전망대의 조망은 별로다. 다만, 서쪽으로 마냥 흘러가는 산줄기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산줄기 끝 너머로 이어질, 마음속의 섬들을 그려본다. 이른바 충남 서해의 끝 섬, 격렬비열도가 그 너머에 있을 것만 같다.
안흥항 인근 가볼 만한 곳...안흥진성과 태양해양유물전시관
가의도에 입도하기 전이나 후에 안흥항에서 둘러보면 좋은 곳이 있다. 바로 안흥항 근방에 있는 안흥진성과 태양해양유물전시관이다. 안흥진성은 임진왜란 직전인 1583년 선조 때 축성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국방 문화유산의 하나이다. 육지에 축성됐지만 군선들이 오가던 인근 해역까지도 활동의 공간이었다는 특징이 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서울로 운송되는 세곡과 각종 물류의 대부분이 바로 이 안흥진성 앞을 통과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척의 선박들이 근동에서 침몰했다.
안흥진성 인근에서는 2만여 점의 청자를 싣고 가던 선박을 비롯해 5척의 고려, 조선시대 고선박이 발굴되었다. 2019년에 개관한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은 이런 결과의 산물이다. 전시관은 수로를 사이에 두고 안흥진성과 마주하고 있다.
1. 주 소
o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리
2. 가는 방법
o 신진항(안흥 외항)
- 신진항→가의도(3회) : 08:30, 13:30, 17:00
- 가의도→신진항(3회) : 09:35, 14:05, 17:35
☎ 문의 : 신한해운 041) 934-8772
3. 섬에서 즐기기 : 트레킹, 낚시
o 트레킹 코스 : 거리 6.8km(3~4시간 소요, 난이도 하)
- 가의도 선착장~굿두말(마을)~소사나무길~신장벌해변~독립문 바위~굿두말~남항~
큰산 전망대~굿두말~선착장
* 썰물 때를 맞춰가면 섬 탐방이 유리함
4. 식당 및 민박
o 금성식당·민박 : 041) 674-8312
o 팽나무집 민박 : 010-8935-7484
o 어촌민박 : 010-6634-1467
o 주선생민박 : 041) 674-1377
o 해변민박 : 041) 675-1230
*식사 여부 사전 전화 체크 후, 상황에 따라 간편식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