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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Mar 07. 2024

수억 년을 탈고한 한 편의 시...여수 추도

- 섬여행(105)


여수에서 가깝지만 ‘먼 섬’


추도는 여수에서 가까운 섬이지만 먼 섬이기도 하다. 주민 외에는 탐방객이 접근할 수 있는 정기 여객선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뱃길이 없던 여수의 섬들 중 3곳이 정부의 도움으로 뱃길이 열렸다. 추도도 그중 한 섬으로, 현재 낭도~추도 간 도선인 ‘섬섬여수3호’가 운항한다. 하지만 섬 주민만 탈 수 있을 뿐 탐방객은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여수시민들에게조차 추도는 접근이 어려운 섬이다.

낭도에서 추도 가는 길에 바라본 고흥반도. 가운데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보인다

3년 전 모래섬, 사도를 탐방하면서 해상으로 70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추도를 가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사선(낚싯배)을 타면 갈 수 있으나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낭도선착장에서 여객선을 이용하지 않고, 유람선으로 갈 수 있음을 최근에야 알았다. 우연히 ‘낭도로 싸목싸목 오시랑께’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해, 추도를 다녀오는 행운을 얻었다.

추도 옆 섬 사도의 공룡 조형물. 추도와 사도, 낭도에는 약 8천~9천만 년 전의 공룡 발자국 3800여 점이 발견됐다

'추도(鰍島)'는 섬의 면적 0.04㎢, 해안선 길이 2.6km이다.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21km, 낭도에서 남동쪽으로 1km 해상에 위치한다. 부근에는 유인도인 사도와 상·하화도, 무인도인 장사도와 하계도 등이 위치하고 있다.

추도 전경

추도는 여수시 화정면 관내에서도 작은 섬이라, 작은 미꾸라지에 비유해 한자로 미꾸라지 '추(鰍)' 자를 쓴다고 한다. 또 취나물이 많이 자생해 '취' 자를 썼으나, 이것이 변음 되어 '추도'라 했다는 설도 있다.


완도 여서도를 연상케 하는 추도의 돌담


사람들은 왜 이 작은 섬을 가 보고 싶어 할까? 그것은 볼거리 때문이다. 작은 섬의 공간에 등록문화재와 천연기념물을 품고 있다. 추도 돌담은 문화재로 지정됐으며, 공룡 발자국 화석은 낭도와 사도의 것보다 훨씬 선명하고 많다. 여기에 억겁을 두고 육탈한 해안의 퇴적암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문화재인 추도 돌담

추도 탐방을 안내한 여수문화관광해설사는 “추도의 돌담은 인근 사도의 돌담처럼 흙을 사용하지 않고 돌로만 쌓은 '강담'이다”고 설명한다. 특히 추도는 바닷가 바로 앞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바람과 파도가 거셀 때는 집까지 덮치기 일쑤였다. 이를 막기 위해 담장을 처마 밑이 닿을 정도로 높게 쌓았다. 담장을 쌓는데 활용된 돌들은 층리 현상이 강한 섬에서 조금씩 깨어져 나간 납작한 것들이다. 이런 돌로 담벼락을 쌓다 보니, 높아도 무너지지 않고 아주 견고하다.

추도 분교터에서 바라본 마을. 건너편으로 낭도가 보인다

추도의 돌담 또한 유명한 완도 여서도처럼 돌담으로 집과 골목을 연결하고 있다. 다만 마을이 작아 골목은 그리 길지 않다. 최고점 43m 아래에 추도 분교 터가 있고, 그 언저리에 집들이 모여 한때 150여명이 살았다고 한다. 현재는 6세대 9명이 거주하고 있다.

추도 분교 터

이에 비해 옆 섬 사도는 섬 해변에 많은 몽돌과 들에서 나는 돌을 주워다 담을 쌓았다. 사도의 돌담은 몽돌이라서 그런지 가지런한 느낌이 덜하다. 몽돌은 둥글둥글해서 쉽게 쓰러지고 높게 쌓을 수 없다. 이런 돌담이 무너지지 않도록 돌담 옆에 담쟁이넝쿨, 마삭넝쿨 등을 심었다. 이 넝쿨식물들이 돌담을 지탱해 주는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룡 발자국 화석 1759점이 발견된, 지질학 교과서


‘디지털여수문화대전’에 따르면 여수 지역에서 공룡화석조사가 시작된 시점은 1999년 말부터로, 전남대학교 한국공룡연구센터 연구팀에 의해서였다. 이 조사를 통해 여수시 화정면에 속한 사도와 추도, 낭도 등의 섬 지역에 있는 중생대 백악기 퇴적지층에서 잘 보존된 다량의 공룡화석과 연흔·건열 등의 다양한 퇴적구조들이 발견됐다.

(사진 상) 추도 서쪽의 해안 퇴적층. (사진 하) 연흔 화석 위로 지나는 탐방객들

추도와 사도 등 이 일대의 섬에는 약 8천~9천만 년 전에 공룡이 찍어놓은 발자국 3800여 점이 남아 있다. 그런데 공룡발자국 화석 중 절반에 가까운 1759점이 추도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배가 추도선착장에 도착하니, 마을의 돌담이 먼저 반긴다.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서쪽 해안부터 탐방을 시작한다.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인 해안가 퇴적암층은 지구의 오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준다.

(사진 상) 선명하게 찍힌 공룡발자국. (사진 하) 건열 화석

10m가 훨씬 넘는 절벽의 단면에는 수십 권의 책을 차곡차곡 쌓은 듯한 암층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물결무늬를 한 연흔 화석과 뚜벅뚜벅 걸어 나간 공룡 발자국의 흔적이 매우 선명하다. 특히 84m에 이르는 공룡의 발자국들은 세계 최장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상) 다양한 퇴적층. (사진 하) 사도 서쪽해변에서 바라본 사도, 낭도, 고흥 반도

또한 다양한 퇴적층에는 생흔·건열화석과 단층 암맥 등이 그대로 드러나, 지구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는 지질학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룡 발자국과 여러 형태의 화석들 앞에 이를 설명하는 상세 안내판이 없다는 것이다. 마을 앞에 안내판이 있지만 현장과는 떨어져 있는 데다 세월에 흐릿해져 내용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 고성의 상족암 해변처럼 화석들과 퇴적암 앞에 안내판을 세워둔다면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선사할 것 같다. 


또 다른 비경, 추도의 동쪽 ‘용궁 가는 길’


선착장에 접근하면서 보면 추도는 섬을 큰 칼로 모로 자른 듯 좌우 2개로 쪼개져 있다. 북향인 마을을 중심으로 좌측은 공룡 발자국과 연흔 화석이 있는 퇴적암층이고, 우측은 '용궁 가는 길'이다.

(사진 상) 용궁으로 가는 석문. (사진 하) 용굴에서 바라본 상하도와 하화도 등 여수의 섬들

용궁 가는 길 석문을 지나면 추도의 또 다른 비경이 펼쳐진다. 시야가 갑자기 확 트이면서 여수의 여러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하계도와 멀리 화양조발대교가, 동쪽으로는 상화도와 하화도 등 여수의 섬들이 한 폭의 그림이다.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과 2월 보름 등 연 5회에 걸쳐 2∼3일간 추도의 서쪽 해역에서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고 한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추도와 사도 사이에는 길이 780m, 폭 15m의 바닷길이 드러난다. 이 길은 추도, 사도, 나끝, 연목, 중도, 증도, 장사도 등 7개 섬이 ‘ㄷ’ 자로 이어져 장관을 연출한다니, 그때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

사도와 추도 일대의 안내도. 가운데 오똑한 산은 낭도 상산

유람선이 일으키는 파도 너머로 추도가 점점 잠겨갈 무렵, 조영심 시인의 시 ‘추도’가 한줄한줄 자막이 되어 그 위로 솟아 오른다.  


추 도 / 조영심


작은 노잡이 배 한 척 둘러앉힌 섬

병아리 눈물 꽃 같은 섬

별빛 고요로 술렁이는 섬

햇살 곱게 파도를 빗질하는 섬

매운 눈물일랑 바람 돌로 강담을 친 섬

옛 이야기 촘촘하게 쟁여놓은 섬

하루 딱 한 번 바닷물 갈라지는 섬

최초의 발자국이 다녀가는 섬

돌아와, 눈 감아도 눈에 밟히는 섬

시를 몰라도 시를 만나고

당신의 서툰 고백을 맥없이 받아 적어도

자꾸 시가 되어 버리는 섬

추섬

수억 년을 탈고한 한 편의 시



1. 위 치

    o 전남 여수시 화정면 낭도리


2. 가는 방법

    o 낭도↔사도, 추도

      낭도유람선(산타크루즈호, 정원 12명), ☎문의 (010-4210-1821)

낭도유람선 선착장에서 탐방객들이 유람선에 오르고 있다

3. 트레킹 코스

    o 사도 : 사도선착장~공룡화석지~거북바위~용미암~민층암과 꽃바위~사도선착장

               (난이도 하, 1시간 30분)

    o 추도 : 추도선착장~추도마을~퇴적암층~용궁 가는 길~추도선착장

               (난이도 하, 1시간 30분)


4. 민 박

    o 이종렬 : 010-3735-6808

    o 조영희 : 010-9451-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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