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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금오도

- 아찔한 벼랑과 찬연한 바다, 종일 걷고 싶은

by 섬트레커


바야흐로 방풍나물 철이다. 겨우내 조붓해진 마음을 봄바람에 달래려 여수 금오도로 향한다. 돌산 신기항에서 아침 7시 45분 첫배를 타고 금오도로 들어간다. 오늘로 세 번째 금호도 방문이다.


KakaoTalk_20210308_205121999.jpg 돌산 신가항과 화태대교


#조선시대 명성황후의 섬, 전국 방풍나물의 80% 생산


금오도는 한자로 황금(金) 자라(鰲)의 섬이다. 모양새가 자라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는 돌산이 가장 컸으나 돌산이 연육 되는 바람에, 여수 앞바다의 대장 섬으로 등극했다. 금오열도라는 이름으로 30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을 휘하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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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는 조선 시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다. 왕실에서 지정한 사슴 목장인 데다 궁궐의 건축재와 왕족의 관을 짜는데 적합한 황장목((黃腸木)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속살이 특유의 정결한 황금빛을 띠고 있는 황장목이 자라는 산을 ‘황장봉산(黃腸封山)’이라 하여 출입을 금했는데 경북 문경의 황장산이나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인근 등이 그런 곳이다. 황장목이 자라는 다른 두 곳처럼 금오도의 산세도 깊다. 함구미항에서 시작되는 매봉산(대부산, 382m) 등산로를 따라 칼이봉, 옥녀봉 등을 지나 검바위까지 종주해 보면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금오도는 고종황제가 명례궁에 하사하여 명성황후가 사랑한 섬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1855년 출입금지가 해제되면서 포수들 몇 명이 짐승들을 사냥하러 첫발을 내디딘 이후, 차츰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오늘날의 금오도를 개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akaoTalk_20210308_202706506_01.jpg 수확이 한창인 방풍나물


금오도는 섬이지만 고기잡이보다는 농사를 지어먹고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농산물로는 쌀·보리를 비롯하여 콩·고구마·고추·마늘 등이 생산되지만 지리적 특성상 고구마가 주 작물이었다. 어업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에 섬사람들의 삶은 늘 신산스러웠다. 가난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이 바로 방풍나물이다.


금오도에서 방풍 재배가 본격화된 것은 2000년 후반이다. 어떤 분이, 방풍나물이 풍을 예방해주어 값이 비싸다는 방송 인터뷰를 보고, 금오도 해변에 자생하는 방풍의 씨앗을 받아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마을로, 섬 전체로 퍼져 이제는 방풍이 금오도의 주산물이 되었다. 고구마 농사 1년 해봐야 몇십만 원인데 한철 방풍 재배로 고구마 농사의 두어 배 이상 수입을 올리다 보니 고구마는 거의 심지 않는다고 한다. 금오도의 방풍나물은 전국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남해안이 빚어낸 최고의 해안 트레일, 비렁길

KakaoTalk_20210308_202706506_03.jpg 비렁길 3구간 갈바람통전망대


한적한 섬이었던 금오도를 세상 속으로 끌어들인 것은 비렁길이다. '비렁'은 순우리말인 '벼랑'의 여수지역 사투리로 해안절벽과 해안단구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다. 또한 그 길은 마을과 마을을 자연스레 이어 주기도 하고, 농투성이들은 지게로 등짐을 지고 다니고, 어린아이들은 그 길로 등교를 하고, 사람이 죽으면 부고장을 돌리는 그런 길이었다. 이 길은 원시적인 분위기가 살아 있어 혈의 누(2005), 인어공주(2004),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 등 5편의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자연 속에 은둔해있던 이 길은 제주도 올레길 조성으로 전국에 걷기 열풍이 시작되면서 어린 동백꽃의 말간 모습으로 세상에 얼굴을 내민다. 2010년 비렁길이 조성되자마자 빼어난 풍광으로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매년 3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남해안의 대표적인 트레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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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는 강태공들에게도 이름난 곳이다. 인근 해안이 우리나라 최대의 감성돔 산란장소여서 전국의 돔 낚시꾼들이 몰려든다. 낚시하는 사람 치고 금오도를 가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금오도 비렁길을 걷다 보면 돌출된 바위마다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트레킹과 산행, 라이딩, 낚시에 이어 요즘은 요트 관광까지, 누가 뭐래도 금오도는 여수 밤바다와 더불어 ‘낭만 여수’를 지탱하는 큰 축이 되었다.




# 금오도 비렁길 코스

□ 1코스 : 함구미→미역널방→송광사절타→신선대→두포(5.0km)〉 2시간


함구미 선착장에서 우측으로 시작되는 좁은 오솔길을 따라 30여 분 걷다 보면 순간 넝쿨 숲이 사라지고 확 트인 바다가 드러나는 언덕이 나타난다. 바로 용두바위다. 훅, 하고 남녘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맺힌 땀을 스쳐 지난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쪽빛의 크고 너른 바다 위로 솟은 개도, 월호도, 대두라도, 자봉도, 화태도 등이 고갤 숙여 인사를 한다. 금오열도의 가족들이다.


다운로드 (2).jpg 미역널방전망대


그다음은 미역널방, 이곳은 예전 미역을 따와 널던 곳이라는데 발끝으로 내려다보는 비경이 숨이 막힐 정도로 웅장하다. 나무 펜스 너머로 고개를 내밀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한 벼랑이다. 찬연한 바다는 일망무제로 번뜩이고 오른쪽에서 그 바다를 가로지르다 자맥질한 산줄기가 아스라이 보인다.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가 있는 봉래산이다.


이어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전설이 살아 있는 송광사 절터에 이른다. 지눌은 좋은 절터를 찾기 위해 새 세 마리를 날려 보냈는데 한 마리는 순천 송광사 국사전에, 다른 한 마리는 고흥 금산 송광암에, 마지막 한 마리는 금오도 송광사 절터로 날아왔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다운로드 (3).jpg 신선대전망대에 바라 본 바다


섬 지역 특유의 장례풍습을 엿볼 수 있는 초분에 이어 경치가 아름다워 “신선이 살았다”는 얘기가 전해 오는 신선대에 다다른다. 비렁길 1코스는 숲 속에서 자라는 다양한 식생을 접할 수 있는 자연 학습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렁길의 처음과 끝은 항상 마을과 잇대어 있다. 마을에는 식당이 있어 금오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방풍 자장면, 방풍 서대회무침, 방풍해물파전 등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로 여파로 관광객이 훌쩍 줄어든 요즘은 문을 닫는 곳이 많아, 특히 평일에 트레킹을 할 경우 미리 식당에 연락해 영업 여부를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 2코스 : 두포 → 굴등전망대 → 촛대바위 → 직포(3.5km)〉 1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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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 두포는 금오도에 처음으로 사람이 들어와 살았다 하여 첫개, 초포로도 불린다. 두포에서 1.7km 정도 가다 보면 바다전망이 일품인 굴등전망대가 나온다. 굴등은 절벽 위에 형성된 독특한 마을이다. 낮의 바다 조망도 일품이지만 밤에 하늘의 달빛과 별빛이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다운로드 (5).jpg 촛대바위


굴등전망대를 지나면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다는 촛대바위가 나오는데 이 또한 인상적이다. 이곳을 지나 대부산 능선에서 흘러내린 산자락 시멘트 길을 따라가면 300년 해송림이 병풍처럼 서 있는 직포에 이른다. 직포 해송림에는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KakaoTalk_20210308_210301192.jpg 직포 해송림과 대부산


이 송림의 동쪽에 있는 옥녀봉에서 선녀들이 달밤에 베를 짜다가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이곳 바닷가로 목욕하러 나왔다. 그런데 바다가 너무 좋아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놀다가 승천하지 못해 그만 소나무로 변했다는 것이다.


□ 3코스 : 직포 → 갈바람통전망대 → 매봉전망대 → 학동(3.5km)〉 2시간


3코스는 직포 해변에서 메숲진 동백 숲을 뚫고 오르는 데크길로부터 시작된다. 이 구간은 등산에 버금갈 만큼 오르내리는 구간이 많다. 아찔한 절벽을 따라 길이 형성되어 있다는 얘기인데 해안단구의 기암괴석과 에메랄드빛 해안 길이 비렁길의 진수를 보여준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 구간만을 트레킹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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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와 울창한 난대림 속을 지긋하게 오르면 갈바람통전망대다. 바람이 많은 곳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바람이고 싶어라’는 어느 시인의 시가 걸려 있다.


뾰족이 솟은 봉우리의 9부까지 올라 다시 작은 봉우리 하나를 오르내린다. 흰 포말이 몰아치는 바다와 인접한 절벽의 끝자락마다 바다와 씨름하고 있는 강태공들이 조망된다. 급기야 매봉전망대다. 정면은 아스라한 바다요, 우측엔 금오열도의 한 가족인 연도(소리도)가 바다를 향해 헤엄쳐가는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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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자 형의 협곡 위 출렁다리를 막 지나면 갠지굴통삼거리다. 여기서 종착점인 학동마을까지는 1.1km로 평이한 내리막인데 길 가운데 떨어진 동백꽃들이 애달프기만 하다.


□ 4코스 : 학동 → 사다리통전망대 → 온금동전망대 → 심포(3.2km)〉1시간 30분


비렁길 구간 중 가장 짧은 코스인 데다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트레킹이 부담스러운 분들이 쉽게 다녀올 수 있다. 학동이라는 지명은 주변 산세가 학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아담한 포구를 지나 해안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사다리통전망대가 나온다. 여전히 확 트인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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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금동전망대(우)


산사면의 경계를 따라 잘 조성된 길을 1km 더 가면 온금동전망대에 다다른다. 길은 바다로 낮게 깔리어 철썩대는 파도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이런 풍광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새 포구가 깊다 하여 이름 붙여진 심포에 다다른다. 심포 일대는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어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데 특히 감성돔이 많이 잡힌다고 한다


□ 5코스 : 심포 → 막개전망대 → 숲구지전망대 → 장지(3.3km)〉 1시간 30분


KakaoTalk_20210308_202706506_19.jpg 말발굽 모양의 심포 포구

말발굽 모양으로 크게 형성된 심포 포구를 따라 시멘트 길을 걷는다. 망산(343m) 기슭을 따라 한동안 이어지는 시멘트 길은 막개전망대 이르기 전 자연스러운 트레일로 바뀐다. 돌담의 흔적으로 보아 군데군데 사람이 살았던 곳 같은데 폐허가 되었다.


KakaoTalk_20210308_202706506_23.jpg 숲구지전망대에서 본 연도(가운데 멀리)와 안도 서고지 마을(왼쪽 끝)

막개전망대에서 너덜지대를 지나면 숲구지전망대다. 바다 건너로는 안도의 서고지 마을이 조망된다. 이어 장지마을이 가까워지면서 금오도와 안도를 연결하는 안도대교가 보인다. 그림 같은 풍경이다.


#금오도와 연도교로 연결된 안도까지 섭렵하면 금상첨화


KakaoTalk_20210308_202706506_24.jpg 비렁길 종점인 장지마을과 안도대교


안도는 둘레가 29㎞인 비교적 작은 섬이지만 2010년 2월 안도대교가 개통되면서 금오도와 한 몸이 됐다. 장지마을에서 비렁길을 마감하고 택시나 버스를 이용해 여천항으로 이동하는 게 순서지만 내친김에 안도항까지 걸어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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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해수욕장(좌)과 안도항(가운데). 안도에서 바라 본 금오도 장지마을


항구의 입구는 항아리 입구처럼 비좁은데 그 구간을 지나면 한적하기만 하다. 안도 최고의 풍경 포인트는 안도(백금포)해수욕장이다. 모래가 곱고 수심이 얕아 가족과 여름철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다.


사실 금오도는 여의도의 10.5배로 해안선의 길이가 64.5㎞에 이르며 섬 안에 6개의 선착장이 있는 큰 섬이다. 따라서 트레킹이나 등산, 라이딩을 통해 제대로 만끽하려면 최소 1박 2일로 다녀와야 하는 섬이다. 여기에 안도까지 포함한다면 2박 3일로 다녀오면 좋다.



1. 위 치

o 전남 여수신 남면


2. 가는 방법

1) 여수 연안여객선터미널(전남 여수시 여객선터미널길 17)

- 여수→금오도 여천/우학 : 하절 06:20,14:30/동절 06:20,14:00

- 금오도 여천→여수 : 하절 08:55,17:15/동절 08:55,16:45

- 금오도 우학→여수 : 하절 08:35,16:55/동절 08:55, 16:25

☎문의 : 한림해운 061)666-8092 *하절기:4.15~9.14/동절기:9.1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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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함구미 : 하절 06:10,09 :50(주말),14:50/동절 06:10,09:50(주말),14:20

- 함구미→여수 : 하절 07:45,11;10(주말) 16:45/동절 07:45,11:10(주말),16:05

☎문의 신아해운 061)665-0011 *하절기:4.1~9.30/동절기:10.1~3.31


2) 돌산 신기항(전남 여수시 돌산읍 신기길 90)

- 신기→금오도 여천 : 하절 07:45,09:10,10:30,12:00,14:30,16:00,18:00

동절 07:45,09:10,10:30,12:00,14:00,15:50,17:00

: 여천항에서 직포 or 함구미까지는 버스가 운행함

- 금오도 여천→신기 : 하절 08:20,09:40,11:00,13:10,15:00,16:30,18:30

동절 08:20,09:40,11:00,13:00,14:30,16:20,17:30

☎문의 한림해운 061)666-8092 *하절기:4.15~9.14/동절기 9.15~4.14


다운로드.jpg 백야도에서 출발한 배가 함구미항에 도착하는 모습

3) 백야도 선착장 (전남 여수시 화정면 백야해안길 73)

- 백야→함구미→직포 : 동·하계 11;00,14:20

- 백야↔함구미 : 동·하계 07:20,09:05,08:10,09:55

- 직포→함구미→백야 : 동·하계 12:20,16:00

☎문의 신아해운 061)665-6565


3. 섬에서 즐기기 : 트레킹, 라이딩, 폐교 캠핑, 낚시

o 매봉산 등산코스

-함구미항(유송리)~매봉산(381m)~문바위~옥녀봉~검바위(우학리)

▷거리 11.88km/4시간 30분 소요

- 망산등산로 : 심포(심장리)~장지(심장리) ▷거리 3.9km/1시간 30분 소요

o 비렁길 코스

- 1코스(함구미항)~5코스(장지항) ▷거리 18.5km/8시간 30분)

- 통상 구간을 끊어서 2회에 걸쳐 완주하는 경우가 많음

o 캠핑장 이용 시

- 시공간(여수시 남면 골고지길 105) ☎문의 : 010-8654-1585

- 금오도 캠핑장(여수시 남면 대유길 36-2) ☎문의 : 010-7190-1944

*금오도는 섬 전체가 국립공원지역으로 지정되어 해변이나 비렁길 데크에서 비박 불가

o 요트 이용 시

- 펀오션 ☎문의 : 010-4945-4081


4. 금오도 내 교통안내

o 남면 택시 : (061)666-2651-2 (010-8614-2651)

o 남면버스 : (061) 665-9555 (010-6314-9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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