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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하화도

- 남쪽 바다가 품은 꽃보다 아름다운 섬

by 섬트레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아랫 꽃섬'

꽃이 피지 않는 섬은 없겠지만 꽃섬이라 도드라지게 불리는 섬도 많지는 않다. 여수 앞바다 360여 개의 섬 중엔 꽃섬이라 불리는 섬이 두 군데 있다. 한 곳은 윗 꽃섬인 '상화도'이고, 다른 한 곳은 아래 꽃섬 '하화도'다.

백야도 선착장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100년 막걸리로 유명한 개도를 경유하여 40여 분 만에 하화도에 도착한다.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섬마을 풍경 -. 하화도 선착장에 도착하여 받은 첫인상이다. 일설에 의하면 이순신 장군이 전선을 타고 이 부근을 지나다 꽃이 많이 핀 것을 보고 화도(花度)라 명명했다 전해온다.

봄이면 동백꽃과 진달래, 유채꽃과 봄까치꽃이 가을이면 털머위와 산국, 구절초가 다투어 피는 하화도의 둘레길은 고도차가 크지 않아 가족이나 연인 단위는 물론 산악회와 캠핑족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봄이면 하루 500명에서 900여 명까지 여행객들이 몰려든다.


하늘과 잘 대비되는 피아노


여유로운 하교실 같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곳

둘레길은 선착장에 내려 좌측으로 출발하는 게 일반적이다. 휴게 정자를 지나 하늘을 빽빽하게 가린 나무 터널을 지나 '순넘밭넘전망대'에 도착한다. 야생화 밭에 놓인 빨간 피아노 또한 눈길을 끈다.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 삼아 덩그러니 놓인 빨간색 피아노는 왠지 모르게 꽃섬과 잘 어울린다. 소나무를 지붕 삼아 놓인 전망대에서는 탁 트인 바다 위에 놓인 하화도 주변의 섬들이 보인다.

이어 도착한 '큰 산 전망대'는 아스라이 펼쳐진 남해의 수평선을 보기에 좋다. 왼쪽으로는 개도가 잡힐 듯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우주센터가 있는 고흥의 외나로도가 눈썹 모양의 산그리메를 그리고 있다.

큰산전망대' 다음은 '깻넘전망대-'. 전망대 양쪽에는 벤치들이 놓여져 있고, 소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주어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깻넘은' 이라는 말은 깨밭으로 가기 위해 넘던 작은 고개에서 유래했다 한다.

이곳을 지나면 하화도의 제1 경이라 할 수 있는 '꽃섬 다리'로, 2017년 봄 개통됐다. 높이 65m, 총길이 100m인 이 다리는 그 자체로도 비경이다. 여기서 바다 밑을 쳐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하다. 좌측 절벽 아래엔 커다란 동굴이 아가리를 벌이고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전망대에서 막혔던 가슴이 탁 트여

'꽃섬 다리'를 지나면 '막산전망대‘다. 하화도의 서쪽 끝 지점이라 막산으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몇 걸음 내려서면 건너편 무인도인 장구도와 그 너머 고흥반도가 늠름한 자태로 버티고 있고, 고흥의 최고봉 팔영산도 조망된다.

(좌) 꽃섬다리, (우)막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장고도

선착장으로 원점 회귀한다. 좌측은 몽돌 해변인데 이장님 말씀에 따르면, 맨발로 걸어도 발바닥이 아프지 않다고 한다. 우측으로는 '애림민야생화공원'인데 가을엔 구절초가 지천으로 피어 꽃섬을 빛내고 있다.

둘레길 트레킹을 끝내고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선창가 식당에서 이곳 특산물인 해풍을 맞고 자란 부추전에 개도 막걸리를 한잔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떠났던 섬에서, 이제는 돌아오는 섬으로

여느 섬과 마찬가지로 하화도도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 24가구 30여 명 남짓한 주민 대부분이 70 이상의 고령이다. 하지만 꽃섬길이 유명해지면서 여행객들이 많아지자,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돌아오고 있다. 마을 한가운데에 현대식 카페가 등장하고 군데군데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다른 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구절초가 한창인 야생화공원
*하화도 꽃섬길 트레킹 코스 : 5.7km(약 3시간 소요)

선착장 → 휴게정자1 → 낭끝전망대 → 시짓골전망대 → 휴게정자2 → 순넘밭넘 구절초공원 → 큰산전망대 → 깻넘전망대 → 꽃섬다리 → 막산전망대 → 큰굴삼거리 → 애림민야생화공원 →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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