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구나
비가 쏟아져내린다. 굵은 빗방울이 물체에 부딪히며 내는 빗소리로 조용한 공간이 가득 채워진다.
`여름이구나..'
계절보다 먼저 찾아 온 더위보다 쏟아져 내리는 비가 더 여름답다. 비는 해를 잔뜩 머금은 매실나무, 자두나무 위로 아낌없이 쏟아져내린다. 비는 나와 나의 마당에 여름이 왔음을 알린다.
어느 날은 비가 내리면 눅눅해서 싫었다. 또 어느 날은 비 내리는 운치있는 풍경이 좋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여서.. 먹구름이 잔뜩 낀 날씨여서.. 날씨가 좋고 싫음에도 나름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비오는 날의 공기와 분위기를 좋거나 싫음으로 구분짖지 않는다. `다시 여름이구나..` 라는 반가움이 앞선다.
어떤 날씨도 계절도 크게 불편하지 않고 반갑다. 사람도 그렇다. 비가 더위보다 더 여름답다고 했지만, 사실 비도 더위도 여름이다. 푹푹찌는 더위 같은 당신도, 시원하게 쏟아내리는 당신도 모두 당신이다.
당신이 오늘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와도 나는 그 모습 그대로 참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