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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메제니 Nov 30. 2022

다이어리 고르기가 이렇게 힘들일이야?

고관여상품이 된 다이어리


2019-2022 다이어리

나는 오늘 다이어리를 살 것이다. 11월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2023년 다이어리로 어떤 상품을 고를지 고민했다. 지금 이 시점 최종 후보는 2가지로 추려졌다. 무언가 구매하는데 이토록 오랜 시간을 들이는 건 오랜만이다. 두 제품 모두 날짜별, 시간별 스케쥴링이 가능하고, 루틴 트래킹이 가능한 다이어리다. 이제 '3개월'타입의 다이어리를 살지 '1년'타입의 다이어리를 살지 둘 중 하나만 선택하면 된다. 


다이어리를 고르기가 이렇게 힘든 일인가? 그럴 일이다. 신중해야 할 일이다. 나에게 다이어리는 '보조브레인'이자 '비서'이다. 언젠가부터 내 삶에 때어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다이어리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쯤 나는 생각했었다. 다이어리의 종류나 양식보다는 그 속을 채우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그레서인지 집에 뒹굴러 다니는 다이어리를 쓰기도 하고, 네이버 검색시 가장 높은 순위에 것을 구입한다던가, 인플루언서가 만든 다이어리를 사고는 했다. 이제는 그러기 힘들어졌다. 구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구성과 스타일이 명확해졌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나의 기호에 맞는 내지 구성을 갖춘 다이어리를 찾아야 겠다는 갈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마케팅 용어 중에 '고관여상품','저관여상품'이라는 용어가 있다. 여기서 '고관여제품'이란,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는 제품. 가격이 비싸거나, 본인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제품 등이 해당된다. '저관여상품'은 그 반대의 개념이다. 빠르고 쉽게 결정하는 상품들을 뜻한다. 나에게 '저관여상품'이었던 다이어리가 이제는 1년간 동거동락 할 '고관여상품'이 되었다. 결정장애와는 조금 다른 기분이다. 편의성을 고려하고, 디테일을 따지고 비교하는 공을 들이고 있다는 기분이다. 이렇게 공을 들이는데는 내년을 좋은 스케쥴과 루틴으로 채우고 싶다는 나의 염원도 깃들어져 있다. 이따금 이런 모습을 발견할때면 생각한다. '아... 또 이렇게 덕후의 길을 걷게 되는구나..'


한가지를 꾸준히 하다 보면 배우려 하지 않아도, 자연히 익히게 된다. 막연히 따라 하지 않아도, 추구하는 것이 생긴다. 취향이 명확해지고, 프로 아마추어가 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취향에 맞는 상품을 찾아 나서게 되고, 니즈를 충족시키는 브랜드를 만나면 충성고객이 된다. 그런 브랜드가 없으면 내가 만들게 되고, 내가 만드는 것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장이 된다. 관심사에 발을 담그고, 꾸준히 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여러가지 일을 당연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아무래도 최종후보 두개를 전부 주문해야겠다. 글을 쓰다보니 1년간 나의 비서가 될 녀석의 감촉을 당장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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