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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앤지 Oct 27. 2023

팁을 주는 팁

한 손님이 내가 있는 프런트로 오셔서 어제 호텔 바에서 한잔 하셨는데 그때 일했던 직원에게 팁을 주고 싶다면서 10불을 건넸다.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long hair에 7~9시 사이에 일했던 여직원이라고 하면서 찾아 줄 수 있겠냐고 했다. 우리 호텔 바는 한 타임에 일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그 정도면 대충 추려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봉투에 담아 F&B팀으로 넘겼다.

내일 그 직원 기분 좋겠네~ 하면서 나의 팁 경험에 대한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호주는 팁이 의무는 아니고 주면 고맙고 안 줘도 상관없는 문화다.

그래서인지 팁에 대한 어떤 행동지침이 주요한 전달 사항이 아니어서 한 동안은

 “아유 뭘 이런 걸 다~”라며

부끄러우면서 좋은 티를 팍팍 내며 두 손으로 받다가

요즘은

 “개꿀!” 이라며 “땡큐” 하고

눈 한번 찡긋하고는 냉큼 주머니에 쑤셔 넣을 만큼 뻔뻔해졌지만, 처음 손님에게 팁을 받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라 괜찮다면서 한국인 특유의 “넣어도~넣어도”를  영어 버전으로 시전, 주는 사람을 영문도 모른 체 당황케 한 적도 있었다.  


팁은 업장의 운영방침에 따라 직원들에게 분배 방식에 차이가 있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오늘 내가 너희들 담당이야”라고 말하는 담당 직원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영수증에 팁을 적어서 같이 계산하면 매주, 매달 혹은 분기별로 취합해서 직원들에게 나눠준다.

영수증에 적어 줄 때는 흔히들 알고 있는 총금액의 10%혹은 그 이상을 적어 주기도 하지만 나는 끝자리 ‘0’을 맞춰서 주는 경우를 더 많이 봤다.

   (예를 들어 총금액이 $53이 나왔으면 팁을 쓰는 칸에 $7을 적어 총 $60불이 결제가 되는 식이다.)

온전히 나의 마음을 담은 소정의 팁을 특정인물에게만 주고 싶으면 개인적으로  현금을 직접 ‘찔러’ 주면 된다.  ‘찔러’ 주는 방법에는 내 경험으로는 “오늘 너무 고마웠어” 라면서 악수하는 시늉을 하면서 쥐어주시기도 하고 주머니에 넣어 주시기도 하고 봉투에 넣어서 이름과 함께 프런트에 맡겨 두시기도 했다.     


한꺼번에 취합해서 나눠 갖는 경우 호텔 바우처로 받기도 한다.



그래… 이런 경험도 있었네…


학업과 병행하며 일하던 호텔에서 이런저런 얘기하며 친해진 장기 투숙 부부가 있었다. 마지막 날 현금으로 계산하시면서 나머지는 팁이라고 하며 쥐어주고 작별 인사를 하고 나가셨다. 계산대에 가서 열어보니 드신 금액보다 잔금이 더 많은 상황. $80 정도를 드시고 $200을 주고 가셔서 황급히 들고나갔다

“이거 뭔가 착오가 있으신 것 같아요.”

그랬더니 노부부는 웃으시면서

“다른 나라에 와서 열심히 사는 젊은이를 응원합니다. 삶의 이벤트라고 생각해요.”


(복 받으실 거에요...)


한 번은 한국인 신혼부부가 호텔 레스토랑에서 한국인인 나를 만나서 잘됐다 싶었는지 근처 맛집이나 갈만한 곳들을 물어보길래 주위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서 리스트를 만들어 준 적이 있었다. 한국인들이 잘 오지 않았던 호텔이라 반가움을 담아 적은 종이를 건네고 인사하고 헤어졌는데 여자분이 다시 들어오시더니 수줍게

“ 팁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 몰라서요, 이렇게 드려서 죄송해요~” 라면서 10불을 쥐어주고 냉큼 나가셨다.  

한국인에게 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 기분이 묘했지만 뭐 팁은 팁이고 돈은 돈이니까.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나의 친절이 돈으로 환산된다는 것이 서운해서, 고작 10불, 20불로 나의 서비스가 평가된 기분이라서 썩 유쾌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계속 일하는 와중에 정중하게 혹은 진심으로 고마워하면서 팁을 주는 손님들을 만나면서 나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미국처럼 팁이 직접적으로 직원들의 생계와 연결되는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호주는 최저 시급이 전 세계에서 높은 나라 중에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님들이 생각하기에 나의 서비스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보다 더 값어치했다 여기고 그에 보답 하고자 하는 소정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드니 그것이 오불이든 십 불이든 크게 상관이 없어졌다. (그래도 많이 주시면 두고두고 감사)


그러니까 쑥스럽게 주지 않으셔도 된다. 이 정도도 괜찮을지 여기면서 미안해하며 주지 않으셔도 된다. 그냥 치즈 버거 사 먹을 거 덕분에 더블 치즈 버거로 먹을 수 있고, 특히나 나 같은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는 비싸서 그냥 지나쳤던 소주 한 병 사 먹으며 오늘의 고단함을 털어 보내는 보너스 같은 시간을 선사해 주는 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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