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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앤지 Dec 21. 2023

닷지 나이트로(Dodge Nitro)를 타는 여자.

한국에서 면허를 땄지만 오른쪽 핸들 운전으로 내 모든 운전 인생을 보낸 나의 차는 바야흐로 7년 전, 차가 없이 출근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있는 곳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급하게 산 중고 소형차이다.

언제 적 총리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영국 총리 부인이 탄다고 알려진 이 차는 소형차 치고 그리 아담하게 느껴지지는 않았고, 중고차 치고 꽤나 귀여운 모양을 하고 있으며 차에 문외한인 내가 뭣도 모르고 급하게 산 것 치고는 제법 잘 산 편에 속했다.


2010년식에 150,000 km를 호주 달러 $6,000에 사서 크고 작았던 사고를 제외 하고 차량 자체로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가 지금 230,000km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돈을 마구 잡수시고 있다.

일단 6개월마다 점검하면서 오일을 교체하는 시기가 부족할 정도로 오일이 세어 중간중간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이고, 엔진 경고등을 벗 삼아 운전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으며 밖에 주차를 하고 시동을 켰을 때 산신령이 등장할 것 같은 연기를 뿜어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 번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지인에게 차를 빌려줬었는데 이 사실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시동 걸었다가 소독차처럼 연기를 뿜어내는 바람에 주위 사람들이 아연실색하며 창문을 두드리며 어서 나오라고 했다는 웃픈 사연도 있다.)


뭐 당장 바꿔도 이상하지 않은 차였지만 위와 같은 부분들에 대해 점검하는 매카닉들 마다 “차가 오래되서 어쩔 수 없다.” 거나 “고치는 비용보다 차를 바꾸는 게 더 낫다.”는 말을 할 뿐이기도 했고 일단 운행은 가능하다는 말에 당시 임시 비자에, 다른데 돈 들어갈 때가 많은 상황에서 차는 잠시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일 년도 안되서 내 피 같은 돈 2,000달러를 이 밑빠진 독에 쏟아 붓고난 뒤, 은행 대출도 가능해진 비자 상태가 되니 이제는 새로운 마음으로 아니 나의 안전을 위해 차를 바꿔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취향과 재정 상태의 조율’이라는 참으로 멀고도 서글픈 여정 중에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호텔 고객 중 한 분이 짐을 싣기 위해 호텔 입구에 주차 한, 영국 드라마 ‘셜록 홈즈’에서 경찰청장 같은 사람들이 내릴 것만 같은 클래식 하면서도 너무 오래돼 보이지는 않은 중후한 멋이 느껴지는 처음 보는 까만 차에 시선이 빼앗겼다.  


Dodge Nitro


Dodge Nitro-구글 이미지


낯선 이름과 모양은 그도 그럴 것이 2012년 이후로 단종되었다고 한다.

최신이라고 해도 10년이 지난 차이니 중고차 시장에서도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내가 차를 어서 바꾸기를 염원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갖고 싶은 차가 생겼다고 보여주니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엥…? 이거 맞아?”


2010년식인 차가 낡아서 바꾼다면서 기껏 해봐야 2012년짜리 단종된 차를 산다는 게 넌센스 같아 보였을 거고 무엇보다 연비가 좋지 않았으며 게다가 내가 차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도 아니니 관리가 쉽지 않을 거라는 판단들 때문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차를 사야 하는 걸 알면서도 도로에 많이 보이는 차는 그다지 끌리지 않고, 터무니없이 비싼 차들이라고 또 막 좋아 보이고 그러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안전하고 잘 만들어진 나랑 어울리는 차를 사고 싶을 뿐인데 영 눈에 들어오는 게 없네…


나랑 어울리는 차라…


첫눈에 반한 Dodge Nitro는 뉴질랜드에서 근무하던 호텔에서부터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내가 일하는 호텔의 단골 투숙객 부부의 차였다. 반가운 마음에 배웅하러 나가면서 차를 샅샅이 훑어보았다.


대형차에 속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에 다소 투박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이지만 나에게는무게감 있는 느낌으로 다가왔고 손잡이 부분에 동그란 검은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리는 유니크함을 지녔다.

비슷하게 비교되는 Jeep 의 cherokee 나 Liberty 가 있다고 해도 굳이 단종 되었다는 이 차가 더 매력적이게 보이는 건

왜 때문일까??


10년이 넘은 차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반짝반짝하고 관리가 잘된 외관과 따뜻하고 다정한 아주머니, 자상하고 인자한 모습의 케빈 코스트너를 닮으신 아저씨가 잘 어우러져 여유로운 그들의 삶에  한 부분인 듯 한 이 차가(실제로는 그렇게 값비싼 차가 아님에도… 어쩌면 그래서 ) 더 멋있어 보였다.

저렴한 차든, 비싼 차든 실제 거래가와는 상관없이 내가 타서 더 멋있는 차.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도대체 뭘 원하는 거니...?


요새 차를 유심히 있게 관찰하면서 원하는 차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문득 나라는 인간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에 새로운 친구들을 알게 되었다. 우연히 알게 된 나보다 10살 어린 한국 젊은이들이 같은 지역 내에 같은 나이들만 모인 오픈채팅에서 만났다 길래 나도 한번 내 나이들로 구성된 오픈 채팅을 검색해 봤다가 마침 있길래 있는 용기 없는 용기 끌어내어 가입(?)을 하였다.


지금까지 아는 한국인 자체가 없는 데다가 친해진 동갑 친구이라고는 호주 생활 7년 동안 단 한 명.

아주 오랜만에 동갑 친구들 예닐곱 명을 우르르 알게 되니 갑자기 그 안에서 한국어를 하고 있는 내 스스로가 낯설어졌다.

한국에 몇 없는 친구들이 남아 있다고는 해도 우리는 이미 20년을 넘게 알고 지내온 터라 어느 상황에 어떤 모습이어도 크게 새로울 게 없는 관계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새로 시작하는 관계 속에 전해오는 어색한 기류에서 난감 해 하는 내가 아주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한국사람을 사귀는 방법을 잊어버린 느낌이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나…?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사람인가…?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일까…?


답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더 놀라울 따름.


곰곰이 생각을 해봐야겠다.


내가 되고 싶은 나도,

내가 사고 싶은 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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