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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가족 Apr 11. 2024

경력직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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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쪽쪽쪽 꿀꺽 쪽쪽쪽 꾸울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 이 소리 한번 들어보겠다고 내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눈물을 흘리고 노력을 했던가!


분만 후 며칠 동안만 나온다는 초유(初乳). 그 안에 아가에게 도움이 되는 온갖 영양소며 면역물질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에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내 아이에게 먹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문제는 여행이에게는 젖을 빠는 것이 난생처음이요 나에게도 젖을 물리는 것이 난생처음이었다는 것. 이렇게 해도 안되고 저렇게 하면 될 것 같았는데 그것 또한 안되어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에 퉁퉁 불어 건드리지 않아도 불에 덴 것처럼 아픈 가슴까지 더해져 나는 매일을 고통 속에서 보내야 했었다. 와, 글로만 배웠던 젖몸살이라는 게 얼마나 아픈 것인지 난생처음 알았네!


여하튼 그런 하루하루가 쌓이다 보니 내 아가를 위하는 마음에 오기까지 보태졌었던 것 같다. 모유수유 네 이놈!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보자! 나는 나보다 앞서 같은 경험을 거친 동생으로부터 조언을 구하고 인터넷을 검색해 찾아낸 방법으로 마사지를 하고 상처가 나 피가 나는 가슴에 하루에도 몇 번씩 연고를 발랐다 수유 직전에 씻어냈다를 반복하고 병원에서 소개해 준 모유수유 전문가를 만나 상담을 하는 노력 끝에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다. 성공하기까지는 근 한 달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후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든 경험이었지만 노력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외식이 하고 싶어? 일단 나갑시다. 기저귀랑 수유커버만 챙겨서 일단 나가. 가서 우리 부부 식사하는 도중에 여행이가 깨어나 배고파하면 수유커버를 목에서부터 뒤집어쓰고 여행이에게 모유를 먹이면서 나도 먹던 밥 먹어. 이렇게 문제 해결! 뭐라고? 이번에는 여행이 하고 싶다고? 좋아. 일단 떠납시다. 가슴 부분을 쉽게 풀어헤칠 수 있는 상의를 입고 수유커버만 챙기면 언제 어디서든 만사오케이! 그렇게 나는 출산 직후 이를 악물고 배운 모유수유 기술을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알차게 활용할 수 있었다.


 출산을 한 이래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우리 부부의  아이, 여행이는 어느덧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되었고 얼마 전 둘째, 바다가 태어났다. 상상도 못 했는데 사십 대 중반에 내가 또다시 신생아의 엄마가 된 것이다. 아이를 낳는 것도 키우는 것도 이미 해 본 일이라 임신과 출산을 대하는 나의 자세가 과거보다 여유만만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해봤대도 워낙 오래전 일인지라 임신기간 동안, 마치 처음 경험하는 일처럼 느껴지는 상황이 많았고 아이를 낳은 후도 마찬가지였다는 . 내가 정말로 아이를 낳아 키웠던 게 맞긴 맞나?


그래도 몸으로 익혀 배운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대도 내 곁에 남는다 했던가? 첫째 아이를 낳았을 때는 모유수유의 어려움뿐 아니라 겨우 3kg 조금 넘는, 별로 무겁지도 않은 아가를 는 것도 이상하리만치 힘에 부쳐 등부터 허리, 팔목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아기가 울면 왜 우는지 단번에 알아차리지 못해 허둥댔고 기저귀를 가는 단순한 일조차 어렵게 느껴졌. 하지만 지금의 나는 십 년 전의 나와는 다르다. 아이가 울면 대부분의 경우, 먹이기, 기저귀 갈기, 트림시키기 셋 중 하나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모유수유도 제왕절개 수술 후 병원에서 지낸 3박 4일 동안 짧고 굵게 시행착오를 거친 뒤부터는 젖몸살 한번 겪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고 있다. 제 오빠의 신생아 시절보다 조금 더 무거운 바다를 안고 있어도 몸 아픈 곳 없다는 사실도 놀랍다. 아하~ 이래서 경력직, 경력직 하는 거로구나!


그렇다. 나는야 경력직 엄마. 첫째 때에 비해 나이가 많이 든 까닭에 임신도 출산도 육아도 힘에 부칠 줄 알았는데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과거의 경험이 다시 살아나 나를 도울 줄이야. 역시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구나. 둘째, 바다가 태어난 날로부터 2주를 넘어 3주를 향해 가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아이도 편하고 엄마도 편해서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육아, 그것을 경력직 엄마인 내가 한번 해보려 한다.


오빠, 동생 아니랄까봐 신기하게 닮은 2014년의 여행이와 2024년의 바다. 둘 다 생후 2주쯤 되던 날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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