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여섯 번째 완독책 ★★★☆☆
#1. 이 책은 이동진 평론가의 23년 올해의 책으로 꼽히면서 주목을 받은 책이다. 알라딘에서도 품절이었던 터라 팀 동료에게 대여해 완독 하기까지 거진 두 달이 넘은 것 같다.
(아직 동료들에게 빌리고 읽지 못한 책도 빽빽 수두룩하다. 미안하다!!!)
#2. 형의 죽음을 기점으로 빡빡한 삶에서 벗어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 저자의 이야기. 그가 메트로폴리탄의 예술 작품들과 미술관 구석구석을 바라보면서 느낀 이야기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예술을 향유하는 수준과 글 표현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다 했더니 주간지 편집장이었다고 한다. (역시 꾼이었어) 소위 말하는 성공, 치열한 삶의 궤도에 스스로 걸어 나와 그 이전보다 단순하고 평범에 가까운 일을 선택한 맥락이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된다. 내가 근 몇 년 동안 진심반 우스갯소리 반으로 생각하는 것이 '나의 장래희망은 우리 집 앞 편의점 아침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 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내가 찾은 은신처가 미술관이 아니라 집 앞 편의점이라니 조금 모양 빠지긴 한다. 하지만, 직주근접에 아침형 인간인 나에게 편의점 아침 파트타임은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조금' 만날 수 있으면서 지난밤 동안 쌓여 있던 묵은 공기를 새로운 공기로 환기시키고 제품을 다시 재정비하는 단순 돌봄의 행위가 일상적이지만 나에게 위안이 될 거란 확신이 든다.
#3. 재미있게도 최근 미술관 경비원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오하우스 오프라인 전시회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기획자이자 운영자이자 가이드였던 그 일주일 동안 전시회 공간의 한편에 서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그곳에 전시된 기록과 사진들을 꽤 오래 응시했다. 눈을 마주치는 사람들과 목례를 하고 동선을 헤매고 있거나 화장실이 어디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안내하기도 했다. 이 책만큼 예술적인 영감이나 삶에 대한 고찰을 얻은 건 아니지만, 결국 작품은 전시되고 보여질 때 빛이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자세히 보기 위해 찌푸린 미간과 굽힌 허리, 이미 본 사진을 다시 보기 위해 돌리는 발길, 사진을 찍고 같이 온 동행과 생각을 나누는 속삭임들이 사진을 작품으로 만든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꽤 벅찬 일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마지막으로 약 4년의 프로젝트를 미련 없이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꼭 이 책의 작가가 10년 만에 경비원을 그만두고 세상으로 나오면서 새로운 페이지를 연 것과 같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