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다섯 번째 완독책 ★★★☆☆
나의 화는 거의 매번 나 자신을 향한다. 그것도 꽤 자주. 어찌 보면 나는 자존감이 매우 낮은 사람인 것이다.
자아 존중감(自我尊重感) 혹은 줄여서 자존감(自尊感)은 자신을 존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마음을 말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냐는 의미. 일상적 활용으로는 '자신을 사랑하는 감정' 정도로 사용된다.
나 자신에 대한 높은 기대치와 더불어서 노력하는 내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 매우 거만한 인간이기도 하다.
중요도, 우선순위 없이 그리고 한정된 시간과 나의 조건에 대한 세심한 조절 없이 to do list를 길게 적어놓고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선택과 분배를 하지 못하니
결국 나는 매일 '실현되지 않은 계획에, 이루지 못한 목표에, 실패한 관계에' 대한 아쉬움을 곱씹게 된다.
누군가의 눈에는 일도 하고 텃밭도 가꾸고 요리도 해 먹고 사람도 만나고 야구도 보고 자전거도 타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to do list 를 다 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뭔가를 다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괴롭다. 자고 싶은 낮잠을 자면서도 이 책의 서평을 써야 한다는 나만의 규칙에 쫓긴다거나 갑작스러운 일정에 변동이 생기거나 다른 사람의 예상하지 못한 인풋이 오면 난 취약해진다.
이렇게 나를 갈고 갈고 가는 과정 끝에 생기는 성취가 달콤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난 왜 모두 해내지 못하지?' '난 왜 더 잘하지 못했지?'
그래서 이 책에서 다시 읽기 위해 밑줄 포스트잇을 붙인 구절들을 보면 '확실성' '완벽주의' 등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은 자폐스펙트럼과 ADHD를 진단받은 작가가 인간,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을 접목하여 실험하고 고찰한 책으로 총 11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완벽함에 대해 논하기 위해 열역학을 차용한다거나 두려움을 빛의 굴절로 이야기한다거나 공감을 확률로 설명을 한다. 모든 이야기를 한 번에 100%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과학적인 이론들로 감정, 본성을 설명하니 나의 상태가 꽤 개운하고 명확하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번주부터 변화를 준 것은 일하는 방법이다. 바로 주 단위로 'Must to do'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면 List에 적지 않았다.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Must to do'는 최소로 잡았으며 이를 처리했다면 그 이상의 일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 실험으로 얻고 싶은 것은 다름이 아닌 '저녁 10시가 있는 삶'과 '뒤가 찝찝하지 않은 퇴근'이다. 일단 지난 실험 1주 차, 내가 하지 못한 일보다 해낸 일에 조금 더 오래 시선을 두게 되었다.
몸과 마음은 운동선수와 같아서 인식, 기억, 사고과정, 공감을 향상하려면 훈련해야만 한다는 에필로그의 한 문장을 되새기면서 이런 노력과 시도를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결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