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홉 번째 완독책 ★★★★★
#1.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제철'을 좋아하게 된 것이. 아마 20대 후반, 30대 초반 그 정도가 아니었을까. 제철을 좋아하려면 어느 정도의 인생의 경험치를 가져야 한다. '이때는 이거지' '이맘때쯤이면 이거지' 이런 반응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작년, 재작년 그것보다 더 이전에 경험했던 데이터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래서 제철을 느끼는 건 돌고 도는 시간의 규칙을 깨닫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 그래서 <제철 행복>을 통해 작가는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제철/계절'에 있다고 말한다. 알맞은 시절을 산다는 건 계절의 변화를 촘촘히 느끼며 때를 놓치지 않고 지금 챙겨야 할 기쁨에 무엇이 있는지 살피는 일이며, 계절은 다정하게도 다시 돌아오는 것이라 애쓰지 않아도 우리에게 '그냥' 주어지는 선물과 같다고. 이 세상에 '그냥'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무엇이 있었나?라는 회의감이 들면서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3. 그 계절을 조금 더 잘게 쪼개니 '절기'이다. 24개의 절기마다 우리가 만끽하고 느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 꽉 차있다. 단순히 제철음식의 이야기가 아니다. 장소, 행동, 기분, 자연 등 주변을 제철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감사해진다.' 그리고 '행복해진다.' 이 마음이 담긴 글 하나하나가 행복에 대한 명언처럼 느껴져 그러니 밑줄 테이프를 한가득 쓴다.
#4. 절기가 양력이라는 점, 절기가 그 하나의 날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기간을 지칭한다는 점 절기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와 함께 '맞아, 나도 이 감정 느꼈어' '오 나도 이때 이거 했는데' 하며 공감과 깨달음에 무릎을 탁 친다. 신기한 건 아무리 환경이 다르더라도 제철에 사는 모습과 감정이 비슷하다는 것. 그걸 '행복 하나' '행복 둘' 하며 이름표를 붙여 느끼고 부르고 있는 사람을 보니 비슷한 걸 느낀 '나도 꽤 행복한 사람이구나'를 깨닫는다.
#5. 5월은 입하와 소만이 있다. 구글 포토를 열어서 근 5년 간의 나의 입하, 소만의 기록을 찾아본다. 나에게 이 시기는 '자전거'를 타며 한 껏 울창해진 성내천 자전거 도로를 달리기에 제철이며 갑작스럽게 또는 계획을 잡아서 '캠핑'이나 '차박'을 나서기에 제격인 시기다. 그리고 3월 4월에 심은 텃밭 모종들이 왕성하게 자라기 시작하면서 수확해 다양한 '채소 식탁'을 꾸리고 더 더워지기 전에 '야구장 직관'에 열을 올린다. 나에게 입하와 소만은 생기가 넘치는 시기다. 내년 5월 어떤 모습으로 이 생기를 즐기고 있을까?
#6. 유현이 선물했던 제철 달력을 현관문에서 잘 보이는 벽으로 옮겼다. 제철을 더 가까이 두고 봐야지. 절기마다 이 책의 챕터를 펴서 하나하나 곱씹으며 다시 읽어야지. 그 생각만으로도 행복을 예약해 놓은 것 같다. 좋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