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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상희 Nov 25. 2020

아무것도 없는 집에 살아야겠습니다

나는 소중한 것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모두의 시작은 특별하지 않은 것처럼 처음 미니멀 라이프를 만나게 된 것도 특별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미니멀 라이프 카페로 흘러들어 가게 되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그 당시 나는 육아 우울증이 극에 달했고 엄마가 아닌 나의 삶을 찾고 싶다며 다시 일을 시작했고 어린 아들의 육아와 집안일 그리고 워킹맘이라는 혼돈 속에서 매일매일이 청소, 정리, 청소, 정리의 무한 반복 속에 살고 있었다. 살림을 포기하거나 집안일을 놓아버리면 될 것을 그것 또한 욕심이 많아 전부 잘하고 싶었다. 나는 항상 이게 문제다. 내가 가진 역할을 다 잘하고 싶은 것이다.



매일 밤마다 대성통곡을 하며 신랑에게 말했다.

"여보 나 이렇게 평생 청소만 하다가 죽는 거야? 나 아무래도 죽기 직전까지도 청소를 하고 있을 거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얘기지만  그 당시 나는 청소 지옥에서 살고 있었다.



제발 청소 없는 세상에 살고 싶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오면서 막막함과 외로움에 매일 들어가던 지역 맘 카페가 있었다. 무의식 중에 습관처럼 들어가던 지역 맘 카페는 매일 새로운 글들이 쏟아졌다.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장소에 가고 좋은 물건을 사고 서로가 무엇이 예쁜지 어디가 좋은지 어떤 물건이 샀는지 자랑하기 바빴다. 물론 반대로 힘듬을 하소연하는 사람들도 넘쳐났다. 여자들의 시기와 질투, 자랑 그 모든 것이 거기에 있었다. 지역맘 카페는 정보가 아니라 피로함으로 나의 마음을 더 힘들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만나게 된 미니멀 라이프 카페는 삶의 가치가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무엇을 사서 좋은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비워내서 좋은 것. 여행 갈 때마다 짐이 많아서 힘들다는 하소연이 아니라 여행 갈 때 짐이 적어서 홀가분했다는 이야기. 명품가방을 사서 행복하다는 사람이 아니라 명품 가방을 샀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비워냈다는 이야기. 비움으로 인생이 가벼워진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청소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그곳에 있었다.



나에게 소중한 물건만 남기고 소중한 물건에 둘러싸여 설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 보라고 말한다. 행복은 채우는 게 아니라 비우는 거라고 말한다.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세상은 나를 진짜 삶을 사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나는 비우는 삶에 몰두했다. 매일 들어가던 지역맘 카페를 끊고 미니멀 라이프 카페에 열심히 출석하며 전쟁 같은 비우기를 시작했다.








현재 지금은 미니멀리스트 4년 차이다. 그동안 비우기를 쉬지 않았고 그냥 비우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비워냈다. 그리고 지겨웠던 청소 지옥에서도 벗어났다. 미니멀한 삶의 새로운 기준도 생겼다. 비우고 정리하면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 것이다.



지금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아무것도 없는 집이다.



처음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나는 '소중한 물건들 사이에서 설레는 삶'보다 '아무것도 없는 집'이라는 말에 더 설렜다. 아직도 아무것도 없는 집이라는 말은 나를 설레게 한다.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소중한 것들만 곁에 두며 가볍게 살아가는 삶이 미니멀 라이프라고 한다. 그런데 그래도 나는 소중한 물건도 필요한 물건도 남기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물건이라는 가치를 벗어던지고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되냐고 물어본다면, 그게 너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나는 "그냥 그래 보고 싶어"라고 가볍게 대답할 것이다.

그건 나를 잘 모르고 하는 질문일 테니까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궁극적인 목표점은 그저 목표일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소중하고도 필요한 물건들에게서 벗어나 가볍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 진짜 필요하고 소중한 건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진 게 없어도 이런 나를 온전히 사랑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 내가 가진 물건의 개수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 내가 가진 돈의 크기보다 나의 가치의 크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 그런 사람만 있다면 나는 소중한 물건도 필요한 물건도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없는 집에 살아도 그 사람과 함께라면 참 행복할 것 같다. 설렐 것 같다. 그런 사람과 살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과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필요한 물건이 없다. 아무것도 없는 집에 살아도 행복한 이유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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