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면 핑계 말고 용기를 내자
얼마 전 발리 한 달 살기를 하고 돌아와서 새로운 항공권을 예매했다. 유럽(네덜란드, 스위스) 21박 22일의 여행이다. 주변사람들의 가장 큰 반응은 ‘부럽다'였다. 남편의 회사 동료들은 신기해했다. 같은 회사 다니면서 똑같이 돈 버는데 너네 집은 어떻게 그렇게 돈을 모아서 여행을 다니느냐고.
나도 그랬던 거 같다. 다들 돈이 어디서나서 여행을 다니는 거냐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집이 잘 살겠지. 친정이나 시댁이 여유가 있어서 도움을 받겠지. 남편이 사업을 하는 거 아니야? 월급쟁이는 여행 다닐 돈이 어딨어. 돈을 잘 버니까 저렇게 여행 다니면서 살겠지 생각했다.
여행 한번 가려면 얼마씩 얼마만큼의 기간 동안 돈을 모아야 하는지를 계산하다 보면 다들 무슨 돈으로 집도 사고, 차도 바꾸며 여행까지 가는 거지 생각했다.
월급쟁이 남편을 만났더니 매달 살아갈 만큼만 돈이 생겼다. 대출금과 이자를 갚고, 고정비와 생활비를 쓰면 노후를 위한 자금 마련조차 쉽지 않았다. 그런데 여행 다니는 삶이라니..
부러웠다. 그런데 아무리 돈이 없어도 여행만큼은 포기가 되지 않았다.
왜 나는 돈이 없을까, 왜 우리 남편은 월급쟁이인가, 왜 월급은 숨 쉬고 살아갈 만큼만 주는가. ‘왜’에만 집중했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모을 수 있을까?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절약’이었다. 남편의 수입은 한정되어 있으니 여행 갈 돈을 모으려면 내가 줄일 수 있는 돈을 찾아야 했다. 강력한 동기부여도 필요했다. 가장 가고 싶은 나라를 정하고 언제 갈 것인지 얼마가 필요한지 항공권을 알아보고 카페에서 대략적인 정보를 이용해 예산을 정했다. 내가 매달 얼마를 모아야 하는지를 계산해 보면 내가 얼마를 절약해야 하는지가 보인다. 절약으로 안 되는 금액이라면 포기해야 되는 것을 찾아야 했다. 그게 나에게는 쇼핑이었다.
나 역시 명품백을 좋아한다. 하지만 명품백과 여행 중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여행을 선택할 것이다. 이렇게 돈에서도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야 했다. 언제나 최우선순위에는 여행이 있었다. 줄이고 포기하고 모아도 돈이 생각만큼 많이 모이지 않았다. 짧게 다녀오는 여행이 아니라 장기 여행을 추구하다 보니 예산도 클 수밖에 없었다.
여행에서도 우선순위에 따라서 포기하고 선택해야 했다. 나는 호캉스를 좋아하지 않는다.(수영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는 수영장이 좋은 호텔은 가고 싶지만) 좋은 숙소에서 1박 하는 돈이 그렇게 아까웠다. 이 돈이면 에어비앤비(전 세계 숙박공유서비스)에서 괜찮은 숙소에서 3박 이상은 할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더 오래, 더 자주 여행을 가고 싶어서 나는 돈을 꼭 벌어야 했다. 남편이 버는 월급으로 우리 집의 모든 생활을 한다. 그리고 많이는 아니지만 내가 버는 돈은 모두 모아서 여행을 간다.
돈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가는 게 아니다. 내가 다른 것들을 포기하지 못해서 여행을 못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가요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 역시 ‘돈’과 ‘시간’ 이 두 가지가 없기 때문에 여행을 못 간다고 생각했었다.(지금도 늘 돈과 시간이 부족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여행을 못 다니는 게 아니라 더 많이 다니고 싶기 때문이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다음에 꼭 긴 글로 나누고 싶다. 눈치 보며 휴가 내는 월급쟁이 남편이 회사를 다니면서도 여행을 다닌 이야기, 장기여행을 가기 위해서 내가 했던 선택들에 대한 이야기를 꼭 나누고 싶다.
대학교 내내 매년 해외여행을 다녔지만 전부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서 다녔다. 휴학하고서도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았다. 여행을 다니면서도 부모님께 손 벌려본 적이 없다. 대학교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다녀온 100일간의 유럽 배낭여행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1300만 원이라는 예산을 모으고 다녀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여행을 못 가는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고 돈이 없어서도 아니다. 그만큼 간절하기 않기 때문이고, 용기가 없어서이다.
나에게 여행은 숨 쉬는 것과 같았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여행이 그만큼 간절했다. 돈이 없어도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남편을 만나게 해준 유럽 배낭 여행
14개월인 아들을 데리고 갔던 하와이
4살인 아들을 친정 부모님께 맡기고 남편과 다녀온 17박 18일 크로아티아 여행
크리스 마스 여행 눈으로 가득했던 삿포로
아들과 둘이 발리 한달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