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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상희 Dec 16. 2020

처음부터 살림이 좋았던 건 아니다

살림을 할 수 있는 집을 만들다



SNS를 통해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내가 살림을 잘하는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살림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살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청소와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청소라고 말할 만큼 나는 청소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다. 내 공간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리하고 시각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만들어 놓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 아니 풀렸었다. 예전에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50L 쓰레기봉투를 꺼내서 집안에 수납장과 서랍 안에 있는 물건들을 전부 꺼냈다가 구역별로 나눠서 몇 날 며칠을 비우고 정리하는 날들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대청소와 정리정돈은 어지럽게 흩어진 내 마음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청소는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다.

워킹맘일 때는 일도 엉망이고 집도 엉망일 때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데 또 그럴 때는 청소할 시간도 없고 무기력증에 빠져 더 우울할 때가 많았다. 그 즐겁던 청소가 스트레스가 되는 순간이었다. 스트레스로 몇 번은 청소할 시간이 없어서 아들이랑 신랑을 시댁에 보내 놓고 나는 밤을 새워가며 청소를 한적도 있었다.
그렇게 청소와 스트레스를 반복하면서 나는 많이 지쳤고 나의 즐거움과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이 사라지면서 거의 살림을 놓아버렸다.



살림이 참 싫었다. 나에게 쉴 시간을 주지 않는 집도 싫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마음만 괴로운 나도 싫었다. 사실 놓을 수가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아등바등하며 버티고 있었다.
집은 엉망인데 밥은 해야 하고 냉장고 속은 꽉 차있는데 먹을 게 없다며 장을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비를 챙기며 가계부를 쓰고 뭐하나 버겁지 않은 게 없었다. 이 모든 것들이 왜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던지... 나는 살림을 하기 이전에 살림을 할 수 있는 집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살림을 놓아버리고 하루하루 버티며 살던 시간들





살림을 할 수 있는 집. 내가 쉼을 찾을 수 있는 집. 살림을 미니멀하게 바꾸니 내 살림에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며 물건의 양을 줄이니 청소가 편해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에게 빠짐없이 있어야 하는 자리를 정해주었더니 정리 정돈을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청소가 편해지고 정리 정돈이 빨리 끝나니 그제야 집안을 돌보는 게 가능해졌다. 그때부터는 살림을 다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 청소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즐거운 일이 된 것이다.


주부들의 살림이라는 거 사실 너무 집착하고 오래 붙들고 있으면 그 화가 누군가에게로든 간다. 아이에게로 신랑에게로 그리고 가족에게도.. 어쩌면 나의 마음까지도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더 답답하고 힘들어졌다. 그래서 집이라는 공간을 더 잘 돌봐야 한다. 집에 있는 아이도 돌봐야 하는데 내 살림까지 돌보려니 엄마들의 마음은 참 힘들다. 우리는 다 잘할 수 없다. 그런데 다 잘하고 싶다. 아이 돌보는 일도 살림을 하는 일도..

그래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싶다면 살림부터 가볍게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가벼워진 살림만큼이나 나의 마음도 가벼워지고 집이 생각만큼 답답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내 살림에 애정이 생기고 청소가 즐거워지면 그때는 정말 살림이 좋아진 것이 아닐까.



현재 가벼워진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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