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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상희 Jun 25. 2021

비움 연습

미니멀 라이프는 비움 연습의 과정이다

혹시 살면서 지금까지 물건을 한 번도 사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내가 지금까지 산 물건들이 몇 개인지 숫자로 셀 수 있는 사람은 있을까?

우리는 평생을 돈을 쓰고 언가를 사며, 채우는 삶을 살았다.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에 필요한 물건에서부터 시작해서 필요해서, 예뻐서, 취향이어서, 기분전환을   물건을 산다. 여행이라도 가면 여행을 추억하고 기념할만한 작은 물건이라도  사서 돌아와야만 했다.

그렇게 우리는 평생을 '채우는 연습'을 해왔다.



반대로 불필요해진 물건들을 비워냈던 기억은 몇 번이나 있을까? 집에 넘쳐나는 물건들에 숨이 막혀와, 이제는 진짜 '이렇게는 안 되겠어!' 큰 맘먹고 대청소를 했던 기억이 있는가? 어렵게 마음먹고 대청소를 시작했지만 막상 버리려니 아까운 생각이 든다. 다시 쓸 수 있을 거 같아서 제자리로 넣다 보면 버릴 물건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결국 물건은 크게 줄지 않았고 정리된 모습과 깔끔 해진 건 그때뿐 다시 제자리가 되는 경험을 해봤는가? 우리는 이렇게 채움과 대청소를 반복하며 불필요한 물건을 비워내는 것이 아닌 조금 더 잘 수납하는 수납의 기술만 늘어갔다. 예전에 내가 그랬다. 그저 당장 깔끔하게 보이는 수납에 집착하며 그것이 청소라고 여겼다. 그렇게 에너지를 빼앗기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 사는 건 쉬운데 비우는 건 왜 어려울까? "



그건 우리가 채우는 연습만큼 비우는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생을 해온 채움은 쉽지만 몇 번 안 되는 비움은 연습이라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움을 연습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


비움 연습 무엇부터 시작할까?

먼저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우리랑 매일을 함께 하는 가방과 지갑 속부터 비워보자. 함께 하는 시간만큼 잘 돌보고 있을까? 작은 가방과 지갑 안에는 당장 비워내야 할 물건들이 쏟아져 나올지도 모른다. 어제 받은 영수증, 언제 넣어둔지 모르는 아이들 간식들, 무심코 가방에 넣은 1회용 물티슈냅킨들, 언젠가 방문했던 곳의 티켓과 날짜 지난 쿠폰들이 꽤 오랜 시간 가방과 지갑 안에 들어있었을지도 모른다. 매일 가까이 함께하지만 새삼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가방과 지갑을 돌아보고 났더니 이제 정말 집을 정리하고 비워야 할 거 같은 마음이 든다면 집을 돌아보자. '그래!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정말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해야지 마음도 먹는다. 그런데 무엇부터 버려야 할지 다시 막막해진다. 앞으로 언젠가는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어 자꾸 망설이게 된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비우는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꾸만, 언젠가는 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는 것이다. 그 언젠가는 이 오지 않는다는 걸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아니 사실은 경험했지만 지금까지 언젠가는 오지 않아서 사용하지 못했지만 그걸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비움이 망설여지는 것이다.



아주 작은 서랍부터 시작해보자.

5분 안에 정리가 끝날 수 있는 서랍 이어야 한다. 작은 서랍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큰 서랍으로 조금 더 넓은 공간으로 넓혀가자. 작게 시작해서 꾸준하게 그 언젠가는 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비우는 연습을 한다면 나중에 조금 더 대담하게 비울 수 있어진다. 언젠가는 이 오지 않는다는 걸 꾸준하게 경험하고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언젠가 사용해야 할 물건이 온다면 그때는 잠깐의 불편함을 참아내고 지나가던가 없으면 안 되는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다음에 다시 비워내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물건들은 언젠가는 오지 않는다. 또한 물건이 차지하고 있는 그 공간도 결국은 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면 비워내자!

물건의 앞에는 수식어가 붙는다. 아끼는/ 좋아하는/ 잘 쓰는/ 잘 입는 이렇게 기분 좋은 수식어도 있지만 비워야 할 물건들에는 보통 이런 수식어들이 붙는다. 고장 난/ 망가진/ 맞지 않는/ 다 쓴/ 선물 받은/ 물려받은/ 불편한/ 취향이 아닌/ 기한이 지난 이런 수식어가 앞에 붙는다면 비워내야 한다. 고장 난 리모컨, 망가진 우산, 맞지 않는 청바지, 다 쓴 볼펜, 선물 받은 인형, 물려받은 장난감, 불편한 신발, 취향이 아닌 이불, 기한이 지난 소스 이런 물건들은 언젠가는 이라는 공식에도 맞지 않으니 지금 당장 비워내자.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에겐 연습과 시간이 필요하다. 아마 평생을 채우며 살았기 때문에 당장은 채움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비워내도 계속해서 다시 채워지는 반복 속에 있을 것이다. 그것을 너무 자책하지 말자. 우리는 평생을 채우며 살았기에 채우는 연습을 더 많이 해서 그렇다. 비움은 이제 막 시작했으니 말이다. 한 번에 많이가 아닌 꾸준하게 헤어지는 연습을 하자. 미련도 아쉬움도 점점 사라지고 쿨하게 이별할 수 있게 되는 그날까지 말이다.

모든 인연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 연인이 뜨겁게 사랑하고 서로 없으면 죽을 것 같이 살다가 헤어져도 시간은 흐르며 잊고 잘 살아간다. 우리와 물건의 만남도 결국은 헤어짐이 있는 것이다. 그 헤어짐의 순간은 비움을 지속하다 보면 더 빨리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오늘은 필요한 걸로 채웠으니 불필요한 것은 하나라도 비워내자고 마음을 먹자! 그거면 된다.


우리 집을 둘러보자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한가? 꼭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져 있는가? 만약 아니라면 기뻐하자! 비움 연습할 물건들이 많다는 소리이니 다행이다! 나는 연습이란 단어가 좋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가 없으니,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한 번에 비우려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좋은 것들로 가득 채운 집, 설레는 그 삶으로 가는 연습이다. 나는 아직도 그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비움을 연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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