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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성 Feb 23. 2022

영화인문학을 읽고

김영민 "영화인문학"

철학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공부를 하다 보면 몇 가지 가치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수많은 학자들 중에 매력을 느끼거나 위대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기준이 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철학함의 가치가 된다. 

나의 기준은 단순하다. 첫째, 자신이 발견한 철학대로 살았는가? 둘째, 이 학자의 문체다. 철학자를 만나는 공간은 결국 책이다. 글은 문체로 이야기한다. 나에게 매력적인 문체를 가진 학자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따론 그런 학자 한 명을 만나기 위해 수많은 책을 보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나에게 매력적인 문체를 지닌 철학 자은 김영민이다. 김영민을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 소개할 책 "영화인문학"의 저자가 바로 김영민이다.

영화란 일상에서 향유 가능한 문화 콘텐츠다. 이 일상의 문화 콘텐츠들 중에서 김영민은 비일상적인 한국 영화 27편을 선정한다. 그리고 이 영화들을 철학자의 눈과 글로 논의해 나간다.  

일반적인 영화 평론가들의 글과 비교했을 때, 이 책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는 것들도 쉽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분석한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그의 문체다. 그는 쉬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의 글은 독특성을 가진다. 또한 우리가 익숙한 글들인 쉽게, 읽기 편하게 쓰이는 글도 아니다. 쉽게 읽히는 글이 나쁜 글은 아니지만 쉽게 읽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가르치는 것도 문제다. 

더욱이 이 책은 문학이 아니다. 인문학 책이다. 즉, 학술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책이다. 그러니 당연히 학자 고유의 문체가 살아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시판되는 대부분의 전문 서적들, 학술 서적에서 그 학자만의 문체가 발견되는가? 

김영민의 글쓰기는 탈식민지적 글쓰기다. 그래서 오히려 생소하다. 다시 말해 우리만의 글이 우리에게 사라진 지 오래라는 반증이다. 그러니 어렵고 난해하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비 일상성이다. 김영민이 선정한 27편의 영화는 문제적 영화들이다. 즉 비일상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영화들이다. 그가 선정한 영화는 대체로 타부를 건드리는 영화다.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의 해석은 일상의 것을 해체하는 것들이다. 그렇기에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한 예로 영화 "괴물"을 통해 그가 말하는 것은 타자성이다. 괴물이 있기에 송강호가 아버지로서 자각하고 해체될 위기의 가족이 가족의 본연으로 돌아왔다. 즉 강력한 타자성이 자기 주체성을 회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김영민은 오늘도 괴물을 기다린다. 

우리에게 괴물이란 기다림의 대상이 아닌 기피 대상이다. 그러나 김영민은 자기 존재의 본질의 성찰을 위해 강력한 타자인 괴물의 도래를 기다린다고 기술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영화 "거짓말"에 대한 그의 해석도 놀라움 그 자체다. 영화 "거짓말"은 리얼로 논란의 대상이다. 그 대사들도 극단적이며, 인분 섭취 등 별의별 내용이 다 나온다. 

아놔 이............ㅜㅏㅓ롸ㅓㅇㅁ누러ㅏㅜ오!!!

그러나 김영민은 이 영화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놀라운 용기 아닌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철학이라 생각하는 나에게

김영민의 글은 어렵지만 아름답다. 일상의 것을 뒤틀어 버리는 그의 생각과 철학이 아름답다. 


이 책 "영화인문학"...

인문학에 대한 식상함이 새록새록 올라오는 당신이라면

만족하실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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