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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희 Apr 15. 2024

최근 좋아하게 된 작가

케이트 쇼팽

『데지레의 아기(Désirée’s Baby』『한 시간 동안의 이야기(The Story Of An Hour)』『수치스러운 일(A Shameful Affair)』 이렇게 3편의 단편을 읽고 케이트 쇼팽(Kate Chopin)이 단박에 좋아졌다. 왜 그럴까? 첫 두 작품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 때문이고 마지막 작품은 사회적 신분이 다른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의 심리를 잘 묘사해서 그렇다. 오늘날 케이트 쇼팽은 페미니스트 소설가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여성의 권리, 독립, 결혼, 삶의 선택에 관한 주제를 탐구하며 19세기말에 말하기가 쉽지 않았을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해서도 통찰력 있는 솜씨를 보여준다. 게다가 군더더기 없는 문체와 풍경묘사마저 지겹지 않게 쓰는 재주가 있다. 어쩌면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를 말해야 비로소 그곳에 사는 사람이 연상될지도 모르겠다. “물결치는 밀이 황금빛 바다처럼 햇빛을 받아 빛나는” 평야와 “자갈이 마치 녹색 노란색 보석 같이 깔려 있는” 메라멕 강(Meramec River: 미주리 주에 있는 강). 이제 독자는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케이트는 주로 고향을 배경으로 글을 썼다. 1850년 미국 남부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난 그녀의 본명은 캐서린 오플래허티(Katherine O'Flaherty)다. 아버지는 성공한 아일랜드계 사업가였고 어머니는 루이지애나 크리올인(Louisiana Creoles: 루이지애나가 미국에 속하기 전 식민지 루이지애나 주민의 후손인 프랑스 민족 집단)이었다. 어머니는 가난해서 16살에 홀아비인 아버지와 결혼했다. 케이트는 두 명의 여동생과 이복형제가 있었지만 모두 사망했고 아버지도 기차 사고로 사망했다. 5살부터 가톨릭 학교에 다니다 아버지 사망 후 집에 돌아와 모두 일찍 과부가 된 엄마, 할머니, 증조할머니와 살며 2년 동안 증조할머니로부터 프랑스어와 음악을 배웠다. 그리고 가톨릭 학교로 돌아가 글쓰기를 배우며 두각을 나타냈다. 반에서 가장 공부를 잘했으면서도 친구는 한 명 밖에 없었는데, 친구의 집안이 남북전쟁이 일어났을 때 남쪽을 지지했다고 북쪽 지지 도시였던 세인트루이스에서 쫓겨났다. 절친이 고향에서 쫓겨났던 해에 할머니와 증조할머니도 사망했다. 그 후 그녀는 절친이 없었다고 한다. 20세에 부유한 농장을 소유한 가문의 아들인 오스카 쇼팽(Oscar Chopin)과 결혼하고 남편의 고향 뉴올리언스에 살며 28세에 5남 1녀의 엄마가 됐다. 그러나 32세에 남편이 병으로 사망하며 큰 빚을 남겨서 남편의 사업을 재건하여 매각하고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친정 엄마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1년도 안 돼 엄마마저 사망하자 우울증에 걸렸고 의사의 권유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비록 54세로 사망할 때까지 지역 작가로만 알려져 글쓰기로 생계를 꾸리진 못했지만 1899년에 발표한 『각성(The awakening)』이 1970년대에 재발견되어 남부 초기 페미니즘 문학으로 인정받았다. 


그렇다. 그녀는 평범한 주부가 아니었다. 여성이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갖지 못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비정한 현실을 섬세하고 단아한 어조로 쓸 줄 알았다. 물론 『각성(The Awakening)』이 처음 나왔을 때는 저속하며 불쾌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건 그녀가 시대를 앞선 생각을 해서 그랬을 거다. 그녀가 살던 시절 미국에서는 여성이 토지를 소유하거나 별도의 경제권을 갖지 못하는 주가 많았고, 아내를 구타해도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 주가 많았다. 케이트가 16살 때 와이오밍 주에서 최초로 여성 참정권법이 통과됐지만 그녀의 고향 미주리 주는 그녀가 사망하고 15년이 지난 1919년에 비로소 여성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어떤 이는 2편의 소설과 100개가 넘는 단편을 모두 읽으면 그녀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자유분방했다. 남성처럼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웠다. 남편이 사망하고 많은 남성과 연애했다. 심지어 유부남과도 사귀었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 할머니 증조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재혼하지는 않았다. 말라드 부인이 꿈꿨던 것처럼 남편이 없어서 오로지 자신을 위해 살 수 있었을 텐데 왜 다시 결혼했겠나? 


<참고자료>

https://youtu.be/aSVNqaDyg9w?si=ztCpsUgcoesDIDXr

https://en.wikipedia.org/wiki/Kate_Chopin

https://americanliterature.com/author/kate-chopin

https://en.wikipedia.org/wiki/Timeline_of_women%27s_legal_rights_in_the_United_States_(other_than_vo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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