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겁 많은 강아지가 있었다. 평소에 사람의 손이 닿는 것도 무서워 꼬리를 내리고 숨던 강아지가 주인이 강아지를 안자마자 갑자기 세상 무서운 것 없이 상대방에 입질을 한다.
주인이 내 뒤에 있으니 두려운 것이 사라진 것이다.
예전에 아프리카 탄자니아 시골 교회 현지 목사님의 사역을 도와준 적이 있었다. 그 마을이 무슬림 마을이라 사실 목사님은 평소에 마을 사람들의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래도 꿋꿋이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며 동네 이장을 자처하고 마을을 누비셨다.
그분에게 아들들이 있었다. 특히 조나단이라는 둘째는 필자가 만났을 때 4살쯤 되었는데 시골 교회 안에서는 그야말로 천방지축이었다. 슬리퍼 한쪽만 신고 나타나거나 주변에 다른 애들 괴롭히고 뺏어먹고...
그랬던 아이가 시골 교회를 떠나 필자와 같이 도시로 차 타고 나왔더니 세상 얌전해질 수 없다. 본인이 모르는 곳에 낯선 이방인과 같이 왔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조용해진 것이다. 그가 천방지축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목사님이 그 작은 시골 교회에서 제일 힘이 세다고 느꼈던 것이다.
12년 전 필자의 아버지가 위암 판정을 받고 6개월을 못 버티시고 돌아가셨다. 평소 친하게 얘기를 나누고 했던 부자 관계가 아니었는데, 아버지가 계시고 안 계시고는 필자에게 너무 큰 변화였다. 무슨 일을 할 때 밀어붙이기보다는 조심스러워졌고, 특히 건강에 이상 신호가 생기면 겁부터 덜컥 났다. 아버지가 계셨으면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셨을 텐데... 고통과 고난이 생겼을 때 당시 대면대면 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무척 크게 다가왔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고난을 허락하셨다. 그런데 강아지도 알고 시골교회 막내아들도 알고, 심지어 본인도 경험했던 아버지의 강함을 의지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는 그분을 의지할 때 힘을 주신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아버지께 시선을 고정하고 그분을 의지하는 것이다. 고난과 고통이, 잘 안 풀리는 어려운 것도 의뢰하고 기도해서 이겨내는 힘을 그분으로부터 얻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