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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mita Sep 15. 2024

ADHD 약물 원래 효과 없는 건가?!

몇 개월간 기대 이하였던 약물치료, 그런데...?!

내가 처음으로 처방받은 약은 아토목세틴이었다.


성인 adhd가 복용하는 약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콘서타, 메디키넷)과 아토목세틴(스트라테라)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은 더 강한 효과를 가지는 대신 부작용이 비교적 높다. 아토목세틴 계열은 부작용은 적고 지속 시간이 길지만 효과는 낮은 약이다. 당시 우울증과 불안이 심해서 의사 선생님께서 부작용이 적은 아토목세틴을 처방해 주신 것 같다.


아토목세틴을 몇 개월간 꾸준히 복용했었다. 복용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엄청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었다. 치료 기간 도중 예과의 마지막 학기3학년 2학기의 개강이 시작되었다. (서울대 치대의 예과는 3년 과정이다) 관악에 있는 학교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기에 신림역 근처의 정신과에서 약물치료를 지속했다. 그곳에서도 전 정신과에서처럼 아토목세틴을 처방해 주셨고 몇 개월 간 학교 생활을 하며 꾸준히 복용했다.


사실 그 정신과는 이미 예과 2학년 때 극심한 불안 증세로 내원한 곳이었다. 불안약을 먹어도 큰 효과가 없었다. 문제의 근원을 치료하는 느낌도 받지 못했고, 불안 증세의 완화가 그다지 체감되지도 않았다. 병원을 다니던 도중에는 의사 선생님께 제가 ADHD인 것 같다고 말씀드렸지만 의사 선생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유년기에 없던 ADHD가 성인이 되어서 갑자기 생기지는 않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유년기에 ADHD 진단을 받지 못하고 그대로 성인이 된 나의 경우를 고려하지 못한 발언이셨다. 물론 본과에서 의료 공부를 해보니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갑자기 근거도 말하지 않고 저 ADHD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의사가 그 말을 유의 있게 듣기는 어렵다. 자기변명을 하자면 극심한 ADHD 증세로 내가 ADHD라고 느끼는 이유를 의사 선생님께 말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전 병원에서 ADHD 진단을 받았다고 하니 그 의사 선생님께서는 ADHD 약물을 처방해 주시고 무기력증 등의 약물도 병행하면서 치료에 신경 써주셨다. ADHD 진료를 보는 다른 병원을 찾기도 벅차서 다시 방문한 병원이었지만 그래도 의사 선생님과 꾸준히 소통하며 약물 치료를 지속해 나갔다.


학기 중의 아토목세틴 효과는 여전히 크지 않았다. 그래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고 미미하게 존재하였다. 아토목세틴을 복용하고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보면 일처리 속도가 빨라지거나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소한 한 번 시작한 일은 그 자리에서 끝낼 수 있었다. 과거 동아리 회장일을 하며 간단한 서류 작업을 시작조차 하지 못했던 기억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서울대 입구역에서 오이도역까지 간 뒤 또 1시간을 걸어 오이도의 카페에 도착해서야 간신히 일처리를 시작했었다. 그나마도 결국 하지 못해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정류장에 앉아 일처리를 마무리했다. 꽤 어렵지 않은 업무였음에도 그랬다. 그 시절에 비교하면 확실히 나아지기는 한 것이었다.


아토목세틴을 먹지 않는 날에는 역체감이 확실히 느껴졌다. 공부를 위해 스터디카페에 들렀다가 아토목세틴을 가져오지 않아 공부 자체를 시작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저 유튜브에 빠져있다가 스터디 카페를 뜨기도 했다. 약물 치료 후기에 대한 몇몇 블로그 글과는 달리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우울과 불안이 한국의 친구들과 교류하며 많이 나아지고 있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살다가 한국에서 친한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극심했던 우울증이 점차 해소되어 갔다. 친한 과 친구와 겹강도 하고 같이 밥도 먹으며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안정되어 같다. 불안도 점차 줄어들어갔다. 좋은 변화였다.


수업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시 과 친구들이 많이 수강하던 조직세포학 수업은 수업 내용이 1%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옆의 친구들이 이해하면서 수업에 집중하고 복습하는 모습과는 천차만별이었다. 과 친구와 함께 수강한 댄스 스포츠 수업에서도 교수님의 설명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옆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 하면서 억지로 따라갔다. 댄스 스포츠 수업이 실제 댄스를 추며 배우는 어렵지 않은 교양이었음에도 그랬다. 댄스를 잘 추지 못했다기보다는 수업 중 교수님의 요구사항과 지시사항이 머릿속에 입력이 되지 않았다. 그동안 20년 넘게 줄곧 그래왔듯이. 아토목세틴이 수업 수강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약물치료가 기대 이하이긴 했지만 당시의 나로서는 ADHD 치료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간혹 감정이 올라오는 밤이나, 극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ADHD 증세에 대해 실망할 때면 순간이지만 우울해지곤 했다.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나의 인생이 크게 변화할 줄 알았다. 문제의 근원은 고쳐지지 않아 여전히 우울했고 집중력, 지속력, 실행력 등은 타인보다 크게 낮았다. 아토목세틴 약물 치료 도중 블로그에 남긴 일기를 몇 년 만에 우연히 읽게 되었다. 약물 치료 기간 동안 일시적이지만 깊은 좌절감에 빠진 나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ADHD인 것에 대한 자괴감, 우울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 일기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당시 내 마음의 상황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살짝 부끄럽기도 하지만 과거 내 심정을 솔직히 드러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감히 꺼내본다.


Adhd로 태어났다는 건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었다는 느낌이다.
 
약도 계속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는지 효능이 예전만 못하다. 부모님도 대부분의 친구들도 ‘진정’으로 공감해 줄 수 없다는 느낌이 참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은 순간부터, 체념과 안도, 우울감, 자기 위로 등 복합적인 감정들이 내 마음속에 공존한다. ‘노력’으로 변화하려고 해도 ‘노력’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 나의 타고난 성질이라고 한다면 나는 과연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지금 우울한 것은 아니다. 다만 답답할 뿐이다. 가슴속에는 간헐적으로 묵직한 응어리가 차있어 목구멍까지 숨 막히는 기운이 차오른다. 머리는 몇 초 간격으로 안개가 낀 듯 뿌예진다.

 - 예과 3학년 2학기 10월의 어느 날-


 아토목세틴을 가져오지 않아 공부를 시작하지 못해 순간 많이 우울했을 때 쓴 글에서도 남들과 다른 나의 처지를 비관하는 모습이 보인다. 저 당시 내가 얼마나 힘들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는데 감회가 새롭다. 내가 얼마나 힘든 시절을 겪었었는지 알려주는 다소 우울하고 극단적인 글이다. 조심해서 읽어주시길 바란다.

어렸을 땐 사람들이 다 나 같은 줄 알았다.

글 쓰거나 읽으려고 하면 5분 이상 집중 못하고, 설령 그 행위를 하고 있어도 뿌연 안갯속을 헤매는 것 같은 머릿속, 지끈지끈 고통스러운 머릿속을 남들도 다 겪는다고 생각했다.

무엇인가 앉아서 공부하거나 읽거나 쓸려고 하는 그 행위 자체가 고통스럽다. 남들 다 그런 줄 알았다. 그저 참고 해내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된 순간, 나의 세상이 다른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한 없이 추락하는 기분이다. 처리할 일이 있어서 앉아 있는 지금도, 자살 같은 극단적인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 극단적 사고는 adhd의 흔한 특징 중 하나라는데 그 이유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서울대 치대인 놈이 기만한다고 또 지랄하겠지. 그런 말하는 인간들 정말 어떻게 해버리고 싶다. 본인들이 겪어보지도 못했으면서 그렇게 단정 짓는 사람들.

아토목 세틴 복용 안 하고 밤늦게 공부하러 와서 더 우울해진 것 같다. 다음에 스터디 카페 오기 전에 아토목 세틴 복용하고 와야겠다. 여하튼. 우울한 감정들 배설하고 나니 그나마 좀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정 공부 안되면 2주 뒤에 콘서타 처방 부탁드려야겠다. 아무래도 콘서타가 효과가 더 세다고 하니까.

 - 예과 3학년 2학기 11월의 어느 날 -


실제 저 이후 정신과 방문 때 콘서타를 복용을 시작하였다. 위의 일기처럼 내가 부탁드린 것은 아니었다. 내가 불편을 겪고 있는 ADHD 증세 설명을 듣던 의사 선생님께서 콘서타 복용을 권유하셨다.


"수업이나 친구들의 말을 들을 때, 글을 읽을 때 단편적인 단어나 지식들은 이해해요. 그런데 글을 문장 단위로 잘 읽지 못해요. 단어 자체들은 인식이 되는데 조금이라도 길거나 복잡한 문장은 문장 단위로 인식이 되지 않아요. 글이 머릿속에 들어가서 바로 빠져나오는 느낌이에요"


'글이 머릿속에 들어가서 바로 빠져나오는 느낌이에요'라는 말을 듣자마자 의사 선생님께서 갑자기 눈빛이 달라지셨다. 잠시 고민하시더니 말씀하셨다.


"음... 머릿속에 들어가서 바로 빠져나오는 증세에는 콘서타가 더 효과적입니다. 전 정신과에서 아토목세틴을 처방한 이유가 불안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콘서타 부작용 때문에 더 심해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현재는 불안이 그렇게 큰 문제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동안의 기록을 보면 말이죠. 한 번 콘서타 18mg을 먼저 아토목세틴과 같이 복용해 보시죠. 일주일 뒤에 다시 내원하시면 부작용 유무를 확인한 뒤에 증량해 보죠."


그렇게 콘서타를 처방받았다. 사실 콘서타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했고, 약물 치료에 큰 기대도 없었다. 그래서 약물을 처방받고도 내 인생이 달라질 거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콘서타는 내 adhd 인생을 바꿔놓은 것이다.


※ 본 글은 저의 개인적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아토목세틴이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닐 것이며, 콘서타가 모든 사람에게 좋지도 않을 것입니다. 약물치료에 대한 모든 것은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결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제 글은 참고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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