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하 Feb 10. 2022

내가 일기를 하루에 두 번씩 쓰는 이유

아침엔 성장일기, 밤에는 성찰일기

 어제보다 더 성장한 내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행하는 두 가지 행위가 있다. 그것은 바로 '독서'와 '일기 쓰기'이다. 큰 성공을 거둔 사람 중에 책을 멀리하는 사람을 보기가 힘들듯이, 역사적 위인들은 하나같이 일기를 썼다. 벤저민 프랭클린, 체 게바라, 백범 김구는 물론이고 이순신 장군은 전쟁통에도 '난중일기'를 쓰며 자신의 정신을 가다듬었다. 게다가 '안네 프랭크'는 나치를 피해 숨어 살던 시절에 2년간 일기를 써서 스스로 역사적 인물이 되지 않았던가?

 이 외에 버지니아 울프, 마크 트웨인, 비트겐 슈타인, 발터 벤야민 등 수많은 문인과 철학자들도 본인의 사유를 기록하기 위해 일기를 썼다. 책 읽기와 더불어 일기 쓰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것이 없는 자아 성장의 제일 중요한 도구일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을 비롯한 어른들이 제일 하지 않는 두 가지 행위 또한 마찬가지로 책 읽기와 일기 쓰기라는 생각이 든다. 2021년 작년, 도시에 거주하는 성인 기준 연간 독서량은 약 4~5권이었는데 두 달에 한 권도 채 읽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2021 국민독서실태 조사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2021 국민독서실태 조사


 그렇다면 '일기 쓰기'는 어떨까? 자료를 찾아보려 해도 일기 쓰기는 실태 조사 같은 것도 시행되고 있지 않아 알 길이 없다. 일기 쓰기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라 국가에서도 관리하지 않는 것일까? 어쩌면 일기는 초등학생들이나 학교 숙제로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자기 계발 분야 베스트셀러인 <타이탄의 도구들>에서는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5가지 습관 중 하나로 '아침 일기'를 꼽고 있다.


 영웅이란 모름지기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매일 아침 위풍당당한 권법을 날려 불안을 이겨내는 절대적인 존재라고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당신이 잡지 표지에서 만나는 인물들의 대부분은 아침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임을 잊지 마라.
그래서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잠자리를 정리하고 차 한 잔을 만들어 테이블에 앉아 아주 간단하게 일기를 쓴다.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습관이지만, 이를 꾸준히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는 것 또한 잊지 마라.

-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토네이도 미디어그룹, 106쪽


 그렇다면 이렇게 수많은 위인과 성공한 사람들이 일기를 쓰고 있음에도, 왜 평범한 사람들은 일기 쓸 생각을 하지 못하거나, 생각이 있더라도 꾸준히 써나가지 못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아마도 책을 읽지 않는 가장 큰 이유와 일맥상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는 이유 말이다. 사실 나 또한 그런 이유로 꾸준한 일기 쓰기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나는 팍팍한 직장생활에 지쳐갈 때쯤,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하루를 붙잡고 싶다는 생각에 꼬박꼬박 일기를 써보기로 결심했었다. 매년 연초가 되면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구해서 새해 다짐과 함께 신나게 일기를 적어내려 갔다. 마음속에 넘치던 생각들과 감정들을 일기에 차분히 정리하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면서 덩달아 기분도 좋아졌다. 하지만 3월이 되어 개학을 하면 하루가 숨 가쁘게 지나갔기 때문에 일기 쓸 여력도 없이 지쳐 쓰러져 자고는 했다. 그래서 내 일기장은 항상 연초에만 빼곡하고 3월 이후로는 비워지는 일기장이 되어버렸었다.  

18년도부터 22년도까지의 다이어리


 그러다 보니 나는 왜 매일 일기 쓰는 것조차 성공하지 못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히 일기를 쓰는 순간엔 나의 자아가 생생히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고, 미래를 위한 다짐을 적어나가며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었는데, 그런 일기 쓰기를 매일 지속하지 못한다는 것이 답답하게만 느껴졌었다.


  잠깐 독서 얘기를 해보자면, 독서 전문가들은 꾸준한 책 읽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습관'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이고, 시간을 쪼개서 어떻게든 책 읽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 한국인들의 게으른 핑계이기만 할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물리적 시간으로만 계산하면 퇴근 전후의 시간을 얼마든지 쪼개서 자투리 시간을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을 꾸준히 지속할 동기와 체력적 에너지가 없는 사람들은 쉬는 데에만 시간을 쓰기에도 부족하다. 특히 초과근무와 야근, 주말까지 일을 달고 사는 한국인들 아니겠는가? 2020년 OECD 통계자료에 의하면 한국인의 연간 근무시간은 1908시간으로 OECD 국가 중 4위를 차지했다. 꼴찌인 독일은 1332시간으로 독일인에 비해 한국인은 576시간(24일)을 더 일다.

출처 : OECD 홈페이지, Employment - Hours worked - OECD Data


  상황이 이렇다 보니 꾸준히 독서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책을 읽으려고 각성한 사람들이나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는 것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할 동기와 의지가 없기 때문에 '책까지 읽을 시간은 없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이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정신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독서와 비슷하게 일기 쓰기도 그렇다. 단 한 줄이라도 일기를 쓰는 것은 단 한 줄이라도 책을 읽는 것보다 정말 쉬운 일이다. '오늘 하루는 힘들었다.'라고 한 줄 쓰는 것이 새로운 지식을 머리에 주입하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그런 쉬운 일조차 못 하는 이유는 어쨌든 '일기 쓰는 행위' 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깜박할 정도로 일상이 바쁘기 때문이거나, '오늘은 그냥 패스하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과 마음이 지쳤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말했던 독서와 비슷하게 일기 쓰기도 결국 의지의 문제이다. 지식을 새롭게 확장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독서'를 습관화하듯이, 내 삶을 주도적으로 컨트롤하고 싶은 사람들이 '일기'를 습관화한다.


 많은 책 읽기의 달인이 말하듯 독서는 '습관'이 되어야 하, 일기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습관이 되기 전에는 외적 통제라도 활용해서 '의식적'으로 행동을 반복해야 한다. 요즘 MZ세대들이 '챌린지 모임', '루틴 앱' 등을 사용하여 외적 동기부여의 힘을 빌리는 것도 그와 같은 원리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컨트롤하고 싶다면(=게으르고 나태하고 우울한 나를 스스로 일으켜 세우고 싶다면) 매일매일 의식적으로 일기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일기를 쓰는 데에도 나름의 '방법'이 있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효과적으로 일기를 쓰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 보았는데,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바로 '아침 성장 일기'와 '밤 성찰 일기'이다. 이 방법은 지극히 개인적인 방식이지만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다.

1. 아침/성장일기
: 기상 직후 잡다한 것들을 하기 전에 어제의 성장 일기에 적었던 내용을 반성하고, 오늘 하루 할 일을 정리하며 스스로에게 파이팅을 외치는 작업
-> 블로그 같은 공개적 공간이 유리함.(외적 동기부여)

2. 밤/성찰일기
: 하루를 마무리하며 그날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작업
-> 종이 다이어리 같은 사적인 공간이 적당함.(내적 동기부여)


 일기를 이렇게 두 가지 시간대로 나누는 이유일기의 효과를 극강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일기 쓰기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효과를 지닌다.  


첫째, 나와의 대화를 통해 자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심화할 수 있다.

둘째, 미래를 설계하고 계획과 점검을 통해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셋째,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승화시킬 수 있다.

넷째, 개인사에 있어 사료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효과가 있는 일기 쓰기를 오전이나 오후의 특정한 시간에 하게 되면 어느 한쪽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나의 경우 일기를 밤에도 써보고 아침에도 써보았는데 일기를 밤에 쓰면 하루를 계획하는 것에 소홀하게 되었고, 아침에 쓰면 허황된 계획과 다짐만 세우게 될 뿐 하루의 사실적인 기록과 성찰은 부족해졌다.


 물론 아침 일기를 '어제는 ~ 했었다'로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잠을 자는 동안에는 기억과 감정이 축소되고, 왜곡되기 마련이므로 생생한 기록의 측면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또한  하루에 대한 계획과 다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진다는 단점도 생긴다. 어제의 일들을 정리하는데 오랜 시간을 사용하게 되면, 오늘 계획을 세우는 데 할애할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기를 쓰는데도 은근히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하루라도 일기를 빼먹게 되면 서술상의 혼란이 야기된다는 단점도 있다. 어제 하루 일기를 빼먹으면, 그저께의 일부터 서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계획은 아침 성장 일기에, 하루의 반성은 밤 성찰 일기에 각각 적는 것이 일기의 본질적 효용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일기'를 쓴다고 생각하면 보통 2번과 같은 밤 일기를 떠올리기가 쉽다. 초등학생 때부터 배워온 글의 전개가 '오늘은 ~를 했다. 참 즐거웠다'와 같은 식이기 때문에 하루를 반성하는 개념으로서의 일기가 우리에겐 익숙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직장인을 비롯한 어른들은 하루를 즐겁게 갈무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아를 실현하고 직업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의 일과를 계획하고 의지와 포부를 다지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어른들에겐 하루의 마무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루의 시작이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미라클 모닝'이나 '모닝 페이지' 등 새벽과 아침 시간을 활용한 자아 성장 챌린지가 유행인데, 그것들이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이유도 조금 더 나은 나 자신이 되고자 하는 열망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는 일기 쓰기 '매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아침 성장 일기는 블로그와 같은 공개된 매체에 쓰고, 밤 성찰 일기는 종이 다이어리 같은 사적인 공간에 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성장에 대한 의지와 다짐은 만천하에 공개할수록 그 말의 책임감으로 인해 실행에 옮기게 될 확률이 높다. 말에는 힘이 있으므로 아침 성장 일기는 블로그나 인스타 같은 공개 계정에 쓰는 것이 좋다. 나는 실제로 작년에 비밀 블로그 계정에 '한 달 동안 금주'를 선언하고 '금주 일기'를 매일 적었었는데, 1년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셨던 내가 금주 일기를 쓰는 동안에는 정말 맥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을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만 천하에 공개하는 것은 이렇게 위대한(?) 효과를 지닌다. (물론 금주 기간이 끝난 다음에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안 비밀이다;)


 반면에 밤 성찰 일기를 사적 공간에 써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하다. 일기는 모름지기 나에게 제일 솔직해야 한다. 초등학생 때 선생님에게 검사받기 위해 썼던 적당히 가식적인 일기라면 쓸 이유가 없다. 누군가에 대한 원망이나 서운함, 짜증 나는 감정들도 솔직하게 털어놓으려면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개인 내면에 밀려오는 감당하기 힘든 감정들과 기억들을 종이 일기에 조곤조곤 써 내려가다 보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어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 다음날 출근하기 싫은 직장인들의 경우 내일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나 각오 같은 것을 일기장에 솔직하게 털어놓고 나면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밤새도록 마음속에서 체념(?)을 하기 때문에 출근이 상대적으로 덜 두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5년여간의 시행착오 끝에 나에게 적합한 일기 쓰기의 틀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를 2022년 1월 1일부터 적용하여 한 달이 넘게 실천하고 있다. 침대 옆 나의 종이 일기장은 하루도 비어있지 않다.


 그래서 나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장기적인 꿈을 위해 하루를 단단히 다져나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기 쓰기를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장담하건데 일기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값싸고 쉽고 확실한 자기계발이자 심리치료이다.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