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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하 Nov 27. 2021

남해의 풍경에 깃든 시


감, 새빨간 감은 간다는 언지도 없이 어느 날엔가

툭, 하고 가버린다.

손주 오는 때맞춰 따려고 할미가 고이 묵혀온 감은

기다림에 지쳐 퍽, 하는 파열음 속에 깨져버린다.


마당에 떨어진 감을 쓸며 할미는

어두워가는 하늘을 올려 보고

농익은 감과 노을빛은 서로 닮 애잔하다.


살 날 얼매나 남았을

갈 날은 언제 오려는가,

감.


어두워오는 하늘에 개밥바라기 별은 뜨고

나비는 할머니 무릎 옆에 붙어서 잔다.


                     - 11월 21일, 남해군 다랭이마을 숙소에서



숙소 맞은 편 펜션의 할머니와 고양이
할미가 주신 소중한 감
붉게 타는 저녁 노을


**안녕하세요, 가하입니다. 노을이 유난히 붉게 타들어간 오늘, 남해를 뜨기 3일 전이네요.

머물고 싶은 곳에 더 이상은 머물지 못하는 슬픔을 간직한 채

슬슬 올라갈 준비를 하는 요즘입니다.

남해는 11월에도 따듯하네요. 사람도 덩달아 따듯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디에서건, 당신만의 하루를 사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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