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여수에 가기 전, 같은 교무실에 있는 한 선생님은 순천사람, 한 선생님은 여수사람이어서, 여수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곳, 꼭 먹을 음식을 추천받았다. 또 Gpt에게 여행일정을 짜달라고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참고사항일 뿐, 현실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추천받은 식당에 가니 음식재료가 다 떨어져, 영업이 끝났다고 한다. 그래서 가다가 어떤 한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게 되었다.
생선구이를 시켰는데, 반찬이 너무 괜찮았다. 주메뉴인 생선 서너 마리 외에 간장게장, 양념게장이 수북이 한 사발씩 다른 여러 반찬과 함께 나왔다. 게장이 짜지가 않다. 아마 내가 사는 지역에서 주메뉴로 간장게장 혹은 양념게장을 사 먹었다 해도 이렇게 많이는 주지 않을 것 같았다. 이 메뉴를 보고 나니, 여수에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그 식당을 두 번이나 갔다.
"선생님, 향일암에는 꼭 가보셔야 합니다! 거기서 보는 일출이 너무 멋져요"
폰으로 일출시간을 확인해 보니 새벽 5시 25분이다. 초3, 초1 손자들을 깨워 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이라 포기하고, 그래도 덥지 않는, 좀 이른 시간에 그곳에 가기로 했다. 그래서 자는 아이들을 깨워 8시경에 향일암으로 향했다.
향일암은 꼭대기로 올라가는 길이 바위 속을 통과하는 것 같은, 좀 특이한 길로 이루어져 있었다.
또한 향일암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곧 인어공주가 튀어나올 것 같은 환상을 품게 해 주는 신비로운 모습을 보인다.
근처 식당에 들러 아침을 먹고 난 후, 오동도를 가기로 했다.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모터보트를 타고 오동도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끝내자고 한다. 손자 두 명은 신이 나 펄쩍펄쩍 뛰었지만, 오동도를 지척에 두고 가볼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그러나 그다음 코스가 크루즈를 타는 일정이어서, 크루즈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크루즈는 선착장을 떠나고
하늘의 구름은 요술을 부리고
우리는 요술구름 아래서, 구름을 닮아가는 요술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 너무 감사하고
바다 위의 배들은 구름과 바다가 하나 되는 곳을 찾아, 먼 길을 떠나고
여수는 묵묵히 이들을 응원한다. (나는 왜 여수를 예수로 읽을까?)
크루즈 선착장 옆의 거북선 배는 지금이라도 배 무리 속으로 떠나고 싶은 듯, 잔잔한 물결에도 온몸을 들썩이고,
에너지 넘치는 손자들은 숙소에 오자마자 갯벌로 달려가, 조개 캐기와 물고기 잡기에 여념이 없다.
여수 밤바다를 보기 위해 간 이순신 광장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거북선 체험관이 있고
놀거리가 있으며
여수 특유의 먹거리(수제 찹쌀떡과 딸기 아이스크림)가 있다.
여수의 밤은 이렇게 사람을 설레게 하면서, 서서히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