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도 대광해수욕장
사공이 많아 배가 바다로 간 케이스가 이번 경우이다.
여수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를 예약해 놓은 남해로 떠나려고 짐을 챙기는데, 전화가 왔다.
"잘 지냈는가? 이제 어디로 가렸는가?"
남편의 절친, 광주에 오라고 해서 우리에게 점심을 사주신 분이다.
"남해로 가려고 해."
"그 일정 취소하고 신안으로 오게. 정말 좋은 곳이 있다네"
"벌써 남해로 일정을 다 짜놓았는데~"
"아니네. 여기가 정말 좋은 곳이라네. 나도 여기 광주에서 출발할 테니, 신안에서 1시에 만나세! 같이 맛있는 점심이나 먹세."
에고, 이건 또 무슨 일인고?
여수 돌산읍에서 출발해서 예약해 놓은 남해군 삼동면의 숙소까지는 2시간 정도면 넉넉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인데, 여기 여수에서 신안 임자도의 대광수해욕장까지는 거의 4시간가량이 소요되는 거리이다. 이미 숙소 예약금까지 입금한 상태인데, 남편의 절친분은 또 얼굴을 보자고 하신다.
그러나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우리를 만나면 그분이 시간낭비, 기름낭비, 밥 사느라 돈낭비만 할 뿐인데, 또다시 만나자고 하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그래서 일정에도 없던, 생각지도 못한 신안이라는 섬까지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길을 가다 보니 순천, 영암, 보성을 거쳐 장흥, 무안을 지나 다리로 연결된 신안을 지나, 역시 다리로 연결된 임자도에 이르게 된다.
우리의 원래 계획은 이곳이다.
예약한 숙소에 전화를 해서, 못 가게 되었다고 알리니, 당일 취소는 예약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우리는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방향을 돌려 길을 나섰다.
전라남도 지역은 처음이라, 지나가다가 무안의 황토밭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안땅을 지나면서, 무안의 특산물인 고구마, 양파를 꼭 한번 구입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황토갯벌랜드를 다음에는 방문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대광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어마어마하게 큰 물고기(민어 조형물)가 우리를 반기고
해변가에 세워놓은 말들은 숨죽이며 우리를 주시한다.
알고 보니 대광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넓은 해수욕장으로 백사장은 무려 12km에 달하고 폭은 300m가 넘는 광활한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바다가, 그리고 백사장이 너무 멋져 입이 딱 벌어졌다.
또한 이 좋은 해수욕장을 찾은 사람들이 너무 적어서, 바다와 백사장을 우리가 송두리째 차지한, 주인이 된 기분이 들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지인으로부터 맛있는 회를 점심으로 잔뜩 대접받고 난 후에야, 사람들이 드문드문 나타나기 시작한다.
모래가 매우 부드럽고 또한 아주 단단하다. 맨발로 걸으니, 촉감이 너무 좋다.
또한 부드럽기도 하고, 딱딱하기도 하고, 때론 푹푹 빠지는, 모랫길 같은 인생길에, 친한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게 했다.
어느새 아이들은 가져온 뜰채로 물고기를 잡기에 여념이 없다.
심지어 동네방네 아이들과 그 엄마까지 다 끌어모아(그래도 아이들이 몇 명 되지 않는다) 잡은 물고기를 보여주며, 함께 즐거워한다.
아이들은 파도파기를 즐기고, 나는 바닷물에 두 발을 담근 채, 바닷물의 그 파란 하늘빛이 내 마음에 스며들기를 기다린다.
이곳이 너무 아름다워, 우리는 부랴부랴 근처에 숙소를 정했다.
한참을 놀다 보니, 벌써 태양은 지고 있다.
태양은 부끄러워 점점 얼굴을 붉히더니
마침내 우리에게 붉은 태양꽃을 한 다발 선물하고는
그래도 아쉬운지 아이들에게 숨바꼭질 놀이를 제안하더니만
머리카락을 보이면서 숨어버린다.
집 떠났던 바닷물은 집을 찾아 다시 밀려들어오고,
백사장은 바닷물을 다시 맞이하느라 바쁘고, 손자들은 아직도 물속에서 첨벙 대느라 바쁘다.
어스름은 점점 내려앉기 시작하고,
딸과 두 손자는
어스름을 맞이하며,
방파제에 앉아있다.
그들은
집을 찾아온 바닷물을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