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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9경 DIY 체험단

by 김해경

정말 우연찮게 이런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다.

"인천 9경 DIY 체험단 모집"


인천에는 1경부터 9경까지가 있다.


1경 1883년 개항장 과거로 시간여행 떠나기

2경 월미바다열차 타고 낭만 가득 월미도 즐기기

3경 도심 속 습지, 소래습지에서 생태자연 즐기기

4경 야경명소 계양 아라온에서 빛의 거리 구경하기

5경 송도센트럴파크에서 미래도시 산책하기

6경 영종 씨사이드파크에서 바닷길 따라 레일바이크 타기

7경 강화읍 원도심에서 도보탐방하기

8경 인천 삼 형제 섬, 신시모도 일주하기

9경 우리나라 최북단 백령도에서 천연기념물 물범 만나기


나와 남편은 2경을 선택했다. 월미바다 열차와 유람선 타기이다.


아침 9시경 인천으로 가는 수인분당선 전철을 타고, 거의 2시간 30분이 걸려 인천역에 도착했다.

1시에 유람선을 타기로 미리 예약해 놓았기 때문에, 시내버스를 타고 유람선이 정박되어 있는 부두로 먼저 갔다.


부두에 도착하니 거의 12시 10분 경이다.

"저희들 점심 먹고 와도 되나요"

표점검을 하는 여직원의 말(체험단은 무료 탑승임)

"간단하게 드시고 오세요. 곧 타셔야 합니다. "

"혹시 여기 주변에 추천하실만한 잘하는 음식점이 있나요?"

"00 횟집이 있는데, 지금 드시려 가시면 시간이 촉박해서 못 드실 겁니다. 타고 오셔서 드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했기 때문에 몹시 시장했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맛있는 회는 유람선을 타고나서 먹기로 하고, 최대한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생각한 것이, 부두 가까이에 있는 가락국수집의 가락국수였다. 시장이 반찬이어서인지, 아주 맛있었다.


드디어 유람선에 사람들이 타기 시작한다.

페리호.jpg 유람선 앞에서

하늘은 더없이 맑고 청명하다.

하늘.jpg

오는 과정이 힘들어서, 우리는 일단 갑판에 머무르기보다는 1층에 있는 홀의 좌석에 앉아 좀 쉬기로 했다. 100여 석 되는 좌석에 40여 명의 사람이 앉아있었다.


남편과 나는 너무 피곤해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무대에서 어떤 남자분이 마술을 공연하기 시작했다.

'어! 신기한데!'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곧이어 이번에는 어떤 여자분이 나와서 트로트를 메들리로 부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너무 열창을 한다.


트로트를 잘 알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않는 우리이기에 내가 남편에게 귓속말로

"선상으로 올라가요!"

남편이 말하기를

"아니 지금 나가면 저 사람이 얼마나 실망하겠어. 사람도 많지 않은데. 지금 우리가 나가면 저 가수분이 힘들 것 같은데~"


남편의 말이 맞는 말이긴 했다. 이 가수는 분위기를 뛰우기 위해서 아주 열심히 노래를 부르며,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나와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기를 권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동안 아무도 호응하지 않으니, 열창하고 있는 그 가수에게 내가 오히려 민망했다. 나는 속으로 '제발 좀 나가세요!'라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사람들이 아무도 나오지 않으면 나라도 나가줘야 하나? 나는 춤을 전혀 못 추는데. 일이 이렇게 벌어질 줄 알았으면 진작 시작하기 전에 갑판에 가서 바다구경이나 하고 있을 건데. 이거 너무 신경 쓰이잖아!'


조금 지나자, 다행히 아줌마 몇 사람이 무대로 가까이 가서, 함께 노래 부르며 춤추기 시작했다. 나의 바로 앞에 앉았던 아줌마가 나갔다가 들어오길래, 나는 너무 고마운 마음에 "아줌마, 최고!"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주었다.


분위기가 조금 떴다. 그제야 내 마음이 조금 안심이 되었다. 저 앞에 서 있는 가수분께 조금은 덜 미안해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이제 나가요!" 하는데, 이번에는 가야금을 타는 여자분이 곧바로 나타나, 역시 트로트를 가야금으로 연주하기 시작한다.


'아이고, 이 일을 어쩐담! 분위기가 영 아니네~

저 훌륭한 악기를 배운다고 저분은 얼마나 수고가 많았을까? 그런데 얼마 되지 않는 이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시다니! 정말 마음이 아프네!'


그 사람이 취미로 이런 활동을 하는지, 아니면 생계수단으로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별로 호응도 없는 사람들 앞에서 연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니,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분위기가 뜨지 않자, 좀 전에 공연한 트로트 가수까지 다시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했다. 할 수 없이 나는 이들을 격려하느라 있는 힘을 다해 박수를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에고, 이 무슨 마음고생이람!'


그러다가 1시간가량의 유람선 탑승이 끝이 났다.


'휴!'


남편과 나는 얼른 일어나 갑판으로 올라가, 배에서 내리기 직전의 5분 정도를 겨우 바다구경으로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이것이 내가 음악회에 가기 싫어하는 이유이다. 연주자는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까! 그런데 청중의 반응이 시원찮다면 또 얼마나 실망하고 낙심할까! 때로는 진심으로 마음이 내킬 때도 있지만, 연주회가 끝난 뒤, 기립박수로 오랫동안 연주자를 격려하는 그 감정소비가 나에게는 하나의 감정노동이 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렇게 유람선의 여행은 끝이 났고, 이제 바다열차를 타러 가야 할 때이다.


그런데 바다열차를 타려고 유람선 역으로 가니, 역무원의 말은 체험단은 다시 인천역으로 가서 거기서 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로 순서는 잘못된 것이었다. 인천역에서 바다열차를 타고 들어와, 유람선을 타고난 뒤, 다시 바다열차를 타고 인천역으로 가서,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을 타는 것이 순서인데, 우리는 이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다시 버스를 타고 인천역으로 갔다. (체험단은 바다열차 역시 무료탑승이었다)

해설사가 바다열차가 지나가는 곳곳을 설명해 준다

.

그런데 특히 눈에 띈 것은 곡물저장고(사일로)의 벽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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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게에서 가장 큰 야외벽화'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벽화이다. 1979년 건립된 곡물창고가 시간이 흐르면서 낡고 흉물스럽게 변해 주변 경관을 해치게 되자, 이 벽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한다. 소년이 책을 읽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에 맞춰 16권의 책 형태로 디자인한 벽화이다. 이는 단순한 그림을 넘어, 스토리텔링이 있는 예술작품으로 평가를 받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19'와 '미국 IDEA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인천 부두연안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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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가득 실은 배는 차의 주인이 누구일지를 꿈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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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 연안에 늘어선 아파트의 주민들은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미래의 자신의 꿈을 바다 위에 펼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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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 갇혀 있지만, 그 옛날, 망망대해를 항해하던 그 시절을 경비함정은 꿈꾸며 (퇴역함정 공원에 있는 200톤급 206 경비함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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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는 이들 모두의 꿈을 응원하느라 물줄기 축포를 쏘아 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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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성곽은 두 팔 벌려 이 모두를 감싸 안으며, 도닥도닥 등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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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열차로 월미도를 한 바퀴 돌고 오니, 벌써 저녁 무렵이다.

맛있는 회를 먹으러 다시 유람선 선착장에 갈 수는 없어, 인천역 바로 앞에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을 먹었다.


월미도에는 해양박물관과 한국전통정원, 월미문화관, 월미도 등대길 등 아직도 가봐야 할 곳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약속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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