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문장의 빈칸에 마음을 채우시오.
2023년, 어린이집에서 나눠준 종이 한 장에 생각이 많아졌다.
엄마 아빠는 네가 [ ] 자랐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즐겁게... 등등 뻔한 말들이 떠올랐지만 당연한 진심들.
덕분이의 생각이 궁금했다.
"덕분이는 엄마 아빠가 어떻게 키워줬으면 좋겠어?"
덕분이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빈칸을 채우고 나니 가슴이 벅차다.
세상의 모든 씨앗들이 다 귀하게 느껴진다.
돌담 사이에 피어나는 꽃처럼
네가 어디에서든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
덕분이는 자라는 모든 것에 예쁜 말을 해준다.
예쁜 말을 들으면 더 잘 자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꽃, 풀과 나무, 열매, 개미, 곤충 심지어 바다에게도 말했다.
"바다야!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항상 건강해야 해. 더 넓게 자라면 또 올게!"
얼마 전 치과에서 덕분이가 치료를 받던 날,
덕분이는 전날부터 마취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긴장을 많이 했다.
덕분이 손을 꼭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 괜찮아! 마취는 아프지 않으려고 하는 거야. 이제 안 아프겠다.
덕분이 너무 잘하고 있다! 대단하다!"
먼 기억 속에 내가 너무 듣고 싶었던 말들...
나 역시 치과는 무서운 곳이었다.
마취가 된 것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많이 아팠던 기억.
아니 그때 옆에 있던 할머니가 했던 말이 더 따끔했다.
"싸게 해주쇼. 좋은 거 필요 없응께! 계집한테 돈 쓰기도 아깝당께!"
손톱자국이 손바닥에 깊이 새겨지도록 두 주먹을 꼭 쥐고 참았던 기억.
치과 불빛은 눈물이 날 정도로 눈이 부셨다.
나는 덕분이가 혼자 주먹 쥐고 참지 않기를, 치료를 받는 동안 덕분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옆 방에서는 다른 아이가 악을 쓰며 울었는데 울음소리가 커질 때마다 덕분이는 내 손을 더 힘껏 잡았다.
그럴 때마다 "괜찮아! 이제 다 했어. 안 아플 거야!"라고 안심시켜 줬다.
마취가 끝나고 덕분이가 내 손을 톡톡 치더니 하는 말.
"엄마 사랑해!"
"나도 사랑해. 그런데 지금은 말하기 불편하니까 말하지 마."
덕분이는 딱딱하게 굳어진 입꼬리를 애써 올리며 말했다.
"엄마가 자랑스러워. 나를 이렇게 잘 키워줬잖아. 나는 안 울어. 이 정도는 울 일이 아니니까."
눈물을 참느라 내 이를 악물었던 순간.
그동안 치과만 떠올려도 서러웠던 마음들이 다 씻어져 내려간다.
덕분이가 다 큰 나를, 다시 키운다.
어떤 꽃보다 예쁘고 단단하게, 다시금 자라게 해 준다.
정답은 없습니다. 주관만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