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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귱귱 Feb 03. 2024

어느날 현수막이 보였다.

이천만원으로 내집마련


18년 12월 연말즈음.

친정집에서 둘째를 낳고 몸조리하다가, 우리집(친정과는 3시간 이상의 거리다)으로 가는날이었다. 18개월 첫째와 한달안된 둘째를 데리고 장시간 이동하느라 지쳐갈때,  우리가 살던 도시에 도착했다.



그 당시 우리집, 신혼 전셋집을 설명하자면.

신혼 전셋집은 도시라기엔 뭔가 시골느낌의 도시?인 곳에서 시내도 아니고, 30분을 더 들어가 나오는 읍내의 신축 아파트였다.


결혼하면서 신랑이 이직을 했고, 이직한곳이 둘 다 처음 알게 된 지역이라서 이 도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회사가 가까웠으며, 신축인데도 읍내라서 시내에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전셋집을 계약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주인분도 좋았고, 딱 살기 적당했다고 본다.

단지 아이 소아과를 갈려면 자차 이동만 왕복 1시간.

문화센터도, 큰 마트이용도 거즘 왕복 1시간이라는것 빼면...


아, 아니다.

아파트 하자가 남아있다... 생활하는데 가장 불편한.

처음 아파트 전세 계약서 작성할때 나랑 신랑은 이런것도 있구나 했던 사항이 하나 있었다.


특약사항에

-임차인은 아파트 하자접수에 적극 협조해 주기로 한다.


신축아파트라서 이런것도 포함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 1년간 생활하면서 열심히 하자가 있는지없는지 확인했던거같다. 화장실 수납칸에 작게 금가있는걸 발견하고 세 달을 기다려 교체받았고, 방에 보일러 기판도 교체받았으며 하자사람이 온다하면 하루종일 집을 지키고있었다.

하자접수하면서 부엌환풍기는 아래위 다 연결되어있어서 아랫집 냄새가 위로 올라와 냄새가 날 수 있다는것도 처음 알았다. 맙소사... 하루종일 환풍기를 키고있어야하는건가 싶었는데 다행히 아래층냄새로 피해본적은 없었다. 나름 환기가 잘되어서 그런가 싶다. 그냥 이렇게 자잘자잘한 하자였다. 고칠수있었으니까.


그 당시 내가 느낀 하자의 최고봉

하자인지 하자가 아닌지 아직도 모르겠는 "결로"가 남아있다.


방3, 화장실2,  28평 아파트였는데.

거실 큰 창문과 베란다 있는 작은 방이 겨울만되면 물이 줄줄줄 흘렀다. 진짜 큰 유리창에 물이 맨위에서부터 줄줄줄이었다.


하자직원분들은 몇번을 방문하며 한결같이 말하셨다. "결로다, 어쩔수없다,  집이 너무 따뜻해서 그렇다.  좀 춥게있어라..." (애기가 있는데 춥게가 되나!!!!)  

한번은 베란다 천장 한쪽에 아파트 환기시스템이 철판으로 덮혀있던곳이 있었는데  거기서 물이 뚝뚝떨여졌다.  이 또한 결로라하고 그냥 가셨다(이 문제는 우리집만의 문제가 아니었나보다.  봄에 작업자가 베란다있는 외벽에 줄을타고 작업을 한번했기 때문에 알았다. )


마지막은 베란다 우수관쪽 천장에서도 물이 떨어져 접수한 건이다.  그때 직원분의 말을 잊지못한다.  "베란다 천장에서 물 떨어지는것 결로 때문이다.  아파트를 너무 잘 지어서, 너무 따뜻하게지어서 그렇다" 라는 말을하고 돌아가셨다.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했다. '너무 잘 지어서... 잘 지은 아파트들은 다 결로가 생기는가? 왜 친정집은 이런현상이 없었지?원래 다 이런건가. 그 동안 내가 너무 집에대해 몰랐던걸까? 이렇게 사는게 당연한건가?'


그날 퇴근하고 온 신랑한테 직원말을 전하며, 이유는 모른채 서로 궁시렁궁시렁 건설사 흉만보고 끝냈다.

리가 사용하지 않는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더 이상 하자접수를 하지않았다.


그렇게 첫번째 겨울은 작은방이 죽은공간이되었고,

거실창문에는 결로방지테이프를 붙이고 틈틈히 물기 닦으며 살았다.

두번째 겨울에는 둘째가 태어나기전부터  친정에 지내고있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연말에 돌아와서 지냈지만 연년생육아하며, 또 다른 사건이 있어서 전셋집은 전혀 내 관심을 받지 못했다.  진짜 아무리생각해도 아무 기억이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두 애기들을 데리고 우리집으로 이동중이었을때다.


시내를 빠져나가려고하는 그 길목에 오래된 큰 아파트 단지가 하나 있었는데, 그 중 도로가에 가까운 아파트 한 동 외벽에 큰 현수막이 붙었다. 처음보는 광고 현수막!




이천만원으로 내집마련, 마지막 기회
OO아파트 블라블라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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