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없던 계획이었고, 둘째가 태어난지 한달밖에 안됐으며, 친정집에서 올라온지 열흘도 안된 시점에 우리부부는 아파트 계약이라는 큰 일을 치뤘다.
(과거 사진을 찾아보니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친정에서 돌아왔더라. 25일에 현수막을보고 29일에 상담만 받으러 갔다가 가계약을 했으며 31일에 계약서를 작성했다)
31일, 계약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양가에 전화를 드려 아파트를 계약했다고 알렸다. 부모님, 시부모님 모두 깜짝 놀라셨고 갑작스런 일에 걱정도 하셨지만, 축하한다는 말도 잊지않으셨다. 걱정도 되셨겠지만 지지해 주시니 참 감사한 일이다.
그 다음 우리가 했던일은 산후도우미이모님을 신청하는거였다. 신랑 출근 후에 혼자서 연년생 아이둘을 돌보는것은 안 될 일이었다. (어쩜... 첫째 둘째 케어 가능하다고 믿었던 나 자신을 쥐어 박고 싶었다) 나흘 정도 혼자서 아이 둘을 본것같은데 체력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다.다행히 당장 1월2일부터 출근 가능하신 이모님이 계셨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31일을 보내고, 새로운 해 1월 1일이 왔다.
1월 1일은 빨간날이니 네식구 집에서 뒹굴뒹굴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신랑과 나는 온통 새집이야기를 하며.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전세집이다.
계약이 반년은 남아있으니 당장 집주인이 돈 안준다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집주인에게 이사계획을 알려야했다. 빨간날이었기에 다음날 바로 집주인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또 한번 심란해졌다...
오랜만에 계약문제로 전화를 드려 송구했는데 집주인분이 아프셔서 병원에 계시단다. 우리의 이사소식에는 전세금 해줄 돈이없다 하셨다. 집을 부동산에 내놓을테니 매매든 전세든 계약이 되야 전세금을 돌려주시겠다 하셨다... 이런...
집주인분은 좋으신 분이다.
신랑 말에 의하면 집 알아볼때 부동산을 통해서 신혼부부의 자금사정을 알고 전세금을 천만원 깎아주셨고, 농사일을 하시다가 계약서 작성하러 오셨는데 사투리가 너무 인상적이라 했다. 아들 집 해줄려고 분양받았는데 아들이 안 산다고해서 전세를 놓는다고 하셨단다.
이사 후, 첫째가 태어났을때 집으로 아기 옷과 농사 지은 쌀 한포대를 들고 찾아와주시기도했다. 또 한번은 연락이와서 신랑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더니 포도 한상자를 주시고 가셨더랬다. 그렇게 간간히 인사하며 지냈었다.
좋은 집주인이시기에 나는 계약기간이 남아있는데 이사가게되서 송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전화로 아프셔서 병원에 계시다니 안타까웠다......그렇지만 돈을 못 받을수도 있다는것은 다른이야기 아닌가!?!
전세계약기간 끝나도 새로운 계약을 하지 못하면 우린 전세금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린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도 안했는데 어떻게하지?' 전세금을 못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