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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Sep 21. 2022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120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

고양이를 만난 게 오늘 하루 중 가장 특이했다고 할까

여섯 시에 일어나 씻고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한다

출근 준비를 마치면 일곱 시쯤 집을 나선다

회사에 도착하면 관련 뉴스 중 관심을 끄는 기사를 갈무리한다

직원들이 출근을 하면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점검을 하고, 면담을 하고, 회의에 참석한다

결재를 하고, 보고를 하고, 업무 지시를 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여섯 시에 퇴근을 한다

귀가를 하면 저녁을 먹고 아내와 한 시간쯤 한강변을 걷는다

산책이 끝나면 TV나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린다

열 시 반이 되면 씻고 잠을 잘 준비를 한다


직장 생활 28년 차로 접어들며 몸에 저절로 익은 루틴이다

젊은 시절에는 술도 많이 마시고 밖으로 많이 나돌았다

좌충우돌하느라 사건 사고도 많았고, 실수도 많이 했다

나이가 들면서 일상이 조금씩 고요해지더니 코로나로 굳어졌다

일주일 또는 한 달 내내 루틴 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 년 단위로 끊어보아도 특별한 이벤트는 흔치 않다


재미 없어진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크게 섭섭하지는 않다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크게 걱정할 고민거리가 없으니 고맙다

그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흘러간 하루들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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