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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잉송 Jul 20. 2023

아들과의 산책

일상의 아주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행복

아들과 산책을 나갔다.

엄마처럼 생긴 모르는 아줌마를 보며 '엄마'라고 외친다.

내가 봐도 내 아들의 엄마(다람송)와 정말 비슷하게 생기셨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갈 길을 가셨다.


엄마! 엄마! 하면서 있는 힘껏 뛰어가는 둘째 아이..

그러나 (사실은 다른 아이의) 엄마가 대답도 없이, 눈길 한 번 없이 멀어져 가자

폭풍 오열을 하며 길바닥에서 발랑 뒤집어 누 어제 껴버리는 아들.. 당황스러웠다.

아들에게 아무리 '저 사람은 엄마가 아니야!'라고 말해봤자 아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나는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발랑 누워제낀 아들을 안고 그분을 쫓아갔다.

하지만 그분은 이미 신호등을 건넌 뒤...

나는 우는 아들을 안고서 그분을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다.


나는 우는 아들을 달래기 위해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서

밀크 셰이크 하나를 사줬다.

아무리 빨아도 안 나오자 컵을 뒤집으려는 찰나

내가 컵을 잡아챘다.

안 되겠다 싶어서 다른 음료를 쥐어주었다.

뽀로로 음료수가 없었더라면 나는 잠깐의 고요함을 오늘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이 오늘 있었던 일 중에 가장 행복했던 일이다.

행복은 기쁘거나 즐겁기만 한 것만이 아니다.

어쩌면 행복은 때로는 힘든 일로 올 때도 있고 당황스러운 일로 올 때도 있다. 

다만 그때 당시에는 그게 힘들게만 느껴지지 행복으로 느껴지지 않을 뿐...

그 당시 나에게 벌어지는 일을 알아차리면, 지금 여기 이 사소한 일상이 행복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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