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잉송 Aug 23. 2023

내가 디지털 호구라면?

[책리뷰] 도둑맞은 집중력

 스마트폰을 통해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며 몇 시간을 침대 위에서 밤을 새우다시피 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제 모든 정신적 에너지를 스마트폰을 보며 허비하는 스마트폰 중독자였습니다. 어느 날 스마트폰에 중독된 저를 바라보며 혹시 내가 호구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최민식 님이 주연하신 영화 '카지노'에 나오는 '호구형'을 보면서 이건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구형은 수백억을 카지노에 모두 갖다 바치고서도 결국은 최민식에게 인간 취급도 못 받는 신세가 됩니다. 저는 이 느낌을 받고서 점점 스크린타임을 줄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중독과 도박중독은 뇌에서는 같은 중독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사진 출처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우리는 쉬기 위해 소파에 앉고, 잠을 자기 위해 침대에 눕고, 운동을 하기 위에 사이클 위에 앉지만, 정신만은 그곳에 있지 않습니다. 정신은 스크린 안 속에 있죠. 우리는 쇼츠와 릴스와 틱톡과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보고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열심히 뇌를 가동하고 눈을 혹사시키고 있습니다. 그것도 내 피 같은 돈과 시간과 도파민을 허비하면서 말이죠. 이렇게 허비한 시간과 돈은 사실 고스란히 IT 기업과 콘텐츠 제작자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이 됩니다. 하지만 그들을 부자로 만든 소비자들의 뇌와 눈은 망가지죠.  도파민 낭비는 일상생활에서 정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칩니다. 쉽고 편리하게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면서 분비된 우리 뇌 속 도파민은, 그 자극을 다시 느끼고 싶게 만들어 결국 그런 자극적인 영상(보상)을 다시 찾게 만듧니다.


 원래 도파민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 -예를 들면 사냥이나 나무 위에 있는 과일을 따먹거나 맹수로부터 도망치기 - 를 수행하기 위한 우리 몸의 보상체계입니다. 즉 생존하기 위해 드는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쾌락’을 주는 보상 시스템이죠. 나무 위에 올라가는 것은 힘이 들지만, 위에 올라가 열매를 따 먹으면, 쾌락이 느껴지기에 우리 몸이 다시 그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즉 동기부여를 하여 반복되고 고된 ‘힘든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런데 스마트폰의 자극적인 영상이나 게임들은 이런 우리 뇌의 보상 시스템에 교란을 일으킵니다.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 재미있다는 보상이 아주 쉽게 주어지기 때문에 굳이 힘들게 얻는 쾌락을 하고 싶지 않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포르노를 보면 현실 속 성생활은 너무 자극도 적고, 그것이 이루어지기까지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포르노에 중독된 사람들은 정상적인 성생활은 매력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 폰 속의 재미있는 영상들은 실제 친구들보다 더 자극적이게 재미있고 갈등마저도 없기 때문에 실제 인간관계를 가지는 것을 귀찮게 만들어버립니다. 또한 실 생활에서 잘 살기 위해 해야 하는 ‘공부’나 ‘일’에 대한 보상은 너무 얻기 힘든 반면, 스마트 폰 속의 ‘(가짜) 구루’들은 생각만으로 원하는 것을 끌어당긴다고 말을 하기에 공부와 일에 대한 흥미로 잃게 되는 것이죠. 대신 스마트폰으로 하는 게임 속 보상을 얻으며 도파민을 낭비하게 됩니다. 저 또한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버릇이 생겼었는데, 이 사실을 알고 핸드폰을 철저히 격리시키면서 미루는 습관을 고쳐나가고 있습니다.


결국 스마트폰은 이런 방식으로 우리 뇌의 도파민을 쉽게 낭비하게 만들며 보상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쇼츠를 보면서 수십 분에서 한두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 적이 있으신가요?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는 저도 그런 적이 많습니다. 침대에 누워 자려고 하다가 스마트폰을 습관적으로 열어서 짧은 영상을 한 두 개 보다 보면 그것이 수십 개 수 백개를 보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죠. 흡사 카지노에서 수백만 원짜리 판에서 가볍게 놀다 가려고 했던 호구형이 결국 수백억을 날리게 되는 과정과 매우 닮았죠. 그래서 우리의 뇌에서 도파민을 쭉쭉 뽑아가는 걸로 따지면, 구글, 페북이나 카지노 회사나 사실 다를 바가 없습니다. 결국 수단만 다를 뿐 우리 뇌를 도박이나 마약중독자의 뇌로 만드는 것은 마찬가지죠. 짧고 재밌는 영상이든 도박이든 한 번 맛보기 시작하면, 절대로 끊을 수 없는 마약과도 같으니까요.


 이것은 영상이 우리 뇌를 가장 효율적으로 도파민을 분출시키고 중독시키는 영상만이 살아남는 방향으로 그 시스템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서 영상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자극적으로 변합니다. 좋아요를 많이 받고 많이 보이는 영상만이 광고를 받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플랫폼 기업들은 더 오랫동안 자기들의 플랫폼에 머물게 하는 방법을 심리학적으로 연구하는 데에 투자를 하고 그것을 서비스에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플랫폼을 이용하는 저희들은 당연히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죠. 사실 어쩌면 이런 기술들은 SNS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옳은 것일지 모릅니다. 기술은 잘못이 없습니다. 그 기술을 잘못 이용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어리석은 것이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책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도파민의 낭비만이 스마트폰의 유일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621022

이 책에 따르면 빼앗긴 집중력으로 우리가 잃은 것들이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1. 멀티태스킹이 빼앗아간 정보 습득력 :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쏟아지는 정보의 쓰나미를 소화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멀티태스킹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은 주의를 산만하게 할 뿐, 결코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습득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2. 몰입을 통해 삶을 즐기는 법을 잃은 사람들 : 또한 스마트폰은 '몰입'을 방해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삶의 즐거움을 빼앗아갔습니다. 제가 쓴 글인 '삶을 즐거움으로 채우는 방법'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삶을 즐거움으로 채우는 방법은 , 자신이 어떤 순간에 몰입을 하는지를 알고 그것을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음악을 만들면서 영혼이 해방되는 즐거움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운동을 하면서 에너지가 발산되는 즐거움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요리를 하면서 삶이 더 풍부해지는 즐거움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만나서 교류하고 이야기하면서 연결되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이 책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또한 몰입이 삶의 동력을 제공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몰입의 상태가 되려면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단일한 목표를 선택하고 점진적으로 자신의 한계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과도한 스크린 타임이 그 행복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서 있는 것이죠.


 3. 그 밖에도 이 책은 스마트폰에 빠져서 사는 삶이 어떻게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문해력을 망가뜨려서 깊이 사유하는 능력과 공감능력, 상상력을 망가뜨리는지, 그리고 알고리즘이 만든 SNS 피드가 우리를 얼마나 더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으로 가득 채우는지도 이해하기 쉽게 예시와 비유로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40년 전 비만 위기가 시작된 것처럼 지금은 집중력의 위기가 시작된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이런 환경에서 이 기술의 장점만 쏙 취하고 단점은 발라버릴 수 있을까요? 저자는 이 문제가 개인의 능력 밖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즉 정부가 나서서 거대 디지털 문명에 감시자본주의를 금지시키는 것이죠. 온라인에서 우리를 추적해서 개인 정보를 최고의 입찰자(광고주)에게 판매해서 그들이 우리의 행동을 바꿀 수 있게 하는 사업 모델을 정부가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광고를 수익으로 하는 사업모델이 아닌 구독이 수익이 되는 사업모델로 바꾸면 광고주를 기쁘게 하는 시스템이 아닌 소비자를 행복하게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는 푸시 알림을 하루 한 번만 보낼 수 있게 만들기. 무한 스크롤 금지. 웹페이지의 로딩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 등의 규제를 통해 사람들의 집중력을 빨아드리는 스크린의 기능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도 방법이라 제시합니다.


 하지만 제도의 변화는 생각만큼 빠르지 않습니다. 제도가 확립되기 전에도 우리의 집중력은 계속 도난당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스마트폰에 집중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개인적인 노력을 거두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비록 그 개인적인 노력이 구조적인 문제를 바꿀 수 없다 하더라도 말이죠. 마치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들의 근본적인 문제(고가공식품, 중독적인 설탕함량 등)를 고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미 우리의 집중력을 필사적으로 방어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고 나니 그 심각성에 대해 더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우울증 (재발) 예방 모임 크루를 모집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