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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담 Jul 05. 2023

2023.07.05 <마성의 아이스크림>

글근육 키우기 20


이곳은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다. 얼마나 유명한 지 TV먹방 프로그램에서도 찾고 SNS에서도 1순위로 찾는 그런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사실 이 아이스크림 가게는 처음부터 맛이 좋기로 소문난 곳은 아니었다. 어디에서나 볼법한, 흔하디 흔한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그랬던 곳이 어느 순간 아이스크림이 불티나게 팔리게 되었다. 대박 난 메뉴는 캐러멜 초콜릿 아이스크림. 그 상품 하나로 초 대박이 났다. 그야말로 반짝 대스타랄까?! 오늘은 그 아이스크림 가게의 사장과 인터뷰를 할 예정이다.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달콤한 냄새가 났다. 달달한 향기에 캐러멜은 입맛을 다셨다. 딱 한번 먹어 본 적이 있는데, 냄새를 맡으니 먹고 싶은 충동감이 일었다. 하지만 캐러멜은 프로 의식이 강한 여자였다. 솟구치는 식욕을 누르며 가게 안을 살펴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은색과 하얀색을 번갈아 놓은 격자무늬 바닥이었다. 그런데다 벽 전체를 핑크색 벽지로 말끔하게 붙여놨다. 캐러멜은 자연스레 고개를 들었다. 아이스크림 진열대에 사장이 서 있었다. 그녀는 핫핑크색 도트 무늬의 하얀 A 라인 원피스를 입었고 핫핑크색이 곁들인 폭이 좁은 작은 모자를 썼다. 가는 허리에는 벨트 대신 핫핑크색 원단을 둘러 앞쪽에 리본으로 매듭지었다. 끝이 뻗친, 브라운 계열의 헤어가 입은 의상과 잘 어울렸다. 코가 뾰족한 구두마저 핫핑크였다. 도대체 저 색깔이 아이스크림과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다. 아- 아이스크림 포장지의 색깔로 맞춘 건가? 물음의 답을 내놓기도 전에 사장이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그녀의 손톱이 핫핑크색 매니큐어로 칠해져 있었다. 캐러멜은 온통 핫핑크색으로 포인트를 준 사장을 넋 놓고 보다가 손을 맞잡았다. 그러고는 멋쩍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디저트』 월간지 기자인 ‘캐러멜’이라고 합니다. 사장님이시죠? 반갑습니다.”

“어머~ 반가워요, 캐러멜 양. 저희 가게에 딱 맞는 분이 오셨군요. 아시다시피 저희 가게가 캐러멜 초콜릿 아이스크림으로 대성을 했지요. 오호호호.”

“압니다. 중독성이 강한 아이스크림이죠. 이따가 맛볼 수 있을까요?”

“어머~ 그럼요!”

“감사합니다. 그럼 인터뷰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가장 궁금한 질문부터 하겠습니다. 어떻게 마성의 아이스크림을 만드신 겁니까? 이곳에 오기 전에 짧게 조사를 했습니다만, SNS나 관련 보도의 댓글 중에 이런 말들이 많더라고요.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어서 중독이 된 거 같다, 이건 마약 아이스크림이다, 아이스크림계의 새 역사다. 이러한 칭찬이 많았는데, … 왜 인상을 쓰시는 겁니까? 혹시 제 질문이 불쾌하셨나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 오호호. 그 마약 아이스크림은 좀 적당한 표현은 아닌 거 같아요. 제가 정말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아이스크림인데, 마약이란 단어를 붙인다는 게-. 더군다나 마약은 사회적인 이슈가 많기도 하고요. 저는 좀 피하고 싶네요.”

“아아- 오해이십니다. 마약이라는 게, 진짜 마약을 뜻하는 건 아니고요. 맛있는 음식은 끊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그걸 마약의 중독으로 비유한 겁니다. 그만큼 맛있다는 거죠. 나쁜 뜻은 아니었습니다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 빼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에요, 그런 칭찬이라면 매우 좋습니다.”


사장은 방긋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월간지에 실릴 인터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이스크림을 접하게 된 계기와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녀의 일생을 기록했다. 그러다가 캐러멜은 손목에 찬 시계를 흘끗 보았다. 다음 일정이 있는데, 벌써 30분이나 지나버렸다.


“이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사진 한 장 찍어야 하는데, 아이스크림 진열대에서 찍을까요?”

“좋아요. 포즈는 이렇게 취해도 되나요?”

“…아, 네.”


진열대를 마주 보고 선 사장은 한쪽 다리를 들고 얼굴을 틀어 캐러멜을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참 독특한 사장이다. 캐러멜은 주머니에서 최신형 아이폰을 들었다. 그리고 카메라 모드로 사장의 모습을 액정에 담았다. 숫자를 세고 셔터 버튼을 누르는 순간, 화면 위로 메시지 창이 떴다. 메시지에는 마약과 아이스크림이라는 단어가 새겨 있었다. 삽시간에 문자를 확인한 캐러멜은 창백한 낯으로 사장을 마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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