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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담 Sep 05. 2023

정답이 없는 문제

내 맘대로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지만, 이 문제는 넘사벽이다.

Q. 내가 노력하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은?


이 질문을 보고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주어진 문제의 답은 생각보다 많았고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어서 늘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주어진 문제의 답은 다양하다. 아침에 스트레칭을 10분씩 하기라던가, 모바일 게임은 조금만 한다던가, 오늘 안에 몇 편에서 몇 편까지 퇴고를 끝낸다던가 하는, 나와의 소소한 약속들이 문제의 답이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답이 하나 있는데, 내 노력과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사람 관계”다.


모든 사람이 그럴 수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가장 힘들어한다. 그렇다고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처음 만난 사이라면 약간 낯을 가리겠지만, 그래도 대화는 곧잘 하는 편이다. 잘 웃고 잘 논다. 기운이 떨어질 뿐이지, 에너지가 가득할 때는 활기차다. 이런 모습 때문에 MBTI가 E가 아니냐는 말을 가끔 듣곤 한다. 그러나 나는 I 다. 검사할 때마다 100퍼센트 확률로 내향성이 나온다. 성격이 이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은 곳은 어렵다.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친한 사이가 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대화도 다수보다 소수가 편했고.


그래도 예전에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어서 노력을 많이 했었다. 간식을 나눠주기도 하고 상담 비슷한 것도 들어주고 때론 친한 언니처럼, 친한 친구처럼 보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관계는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회사에서는 일어난 일들이 많아 유독 힘들었다. 빌런들을 한데 모아놨으니 뭐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학교 동아리에서도 이용당할 뻔한 일이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동갑내기 학우가 글쓰기 고급반에 들어와 달라는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제안해 준 학우는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동아리 활동으로 연락을 몇 번 주고받은 사이였고 글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었다. 아니다, 관심이 많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약간의 신뢰가 있었다. 신뢰가 없었다면 시놉시스를 쓰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을 터다.


어쨌든 고급반이라고 하니 많은 걸 배울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막상 들어간 고급반은 중급반도 아니요, 초급반도 아닌 기초반이었다. 학우는 자신이 모르는 게 많으니 제 수준을 고급반 수준으로 올려, 같이 공부하자고 제안했다. 어이가 없었다. 자기 수준을 높여 달라니. 결국은 자기 성장을 위해 나를 이용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이런 사건을 여러 번 겪고 난 후에야 나는 관계 발전에 힘쓰지 않았다. 지금은 할 일이 많아서 에너지 낭비를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지만.


사람 관계는 참 어렵다. 이것을 해봐도 안되고 저것을 해봐도 안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틀어진 관계도 회복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뭘 해도 싫어했다. 옆에 조용히 지나가도 싫어했고, 말을 걸어도 싫어했다.  존재 자체가 미움이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에게만 신경 쓰기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을 시간도 부족했으, 거기에 초점을 두자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그 외에는 관심을 끄기로 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는 멀리하고 신경 쓰지 말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내 정신건강에 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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