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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경빈
Dec 20. 2022
이런 맛은 처음이야 닭볶음탕
추억이 깃드는 시간들
첫사랑, 첫 키스, 첫 여행, 첫 이별.
뭐든지 처음 하는 것들은 온몸에 신경세포들을 자극시켜 설렘을 주거나 뼈아픈 슬픔을 주는 법이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가끔씩 꺼내어 볼 수 있는 추억으로 자리 잡는다.
18살 에 부모님께서 이혼을 하셨다.
두 살 터울인 형은 어머니랑 살게 되었고. 나는 혼자 계신 아버지를 두고 갈 수 없다는 생각에, 같이 가자는 어머니에 제안을 거절하고, 말 한마디 없는 부자관계의 삶을 선택했다.
다행히도 어머니에 빈자리는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맞벌이로 일하시는 부모님은 항상 늦게 퇴근하셨고.
초등학교 2학년부터 운동을 시작하여,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합숙생활을 하며 자라왔기 때문에, 자립심만큼은 여타 또래보다 강하게 자리 잡혀있었다.
남자 둘이 살면서
제일 큰 문제는 음식에 대한 문제였다.
아버지께서 하실 수 있는 음식이라고는
김치찌개
나 멸치 똥을 따지 않고 만든 된장찌개 정도였다.
그때는 요리에 대해 하나도 몰랐던 탓에 큰 멸치를 넣고
만들
었기 때문에 그런 쓴맛이 난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런 찌개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대부분은
라면이나 반찬 몇 개만 놓고 식사를
하기 일쑤였고,
중국집 메뉴판은 우리 집 필수품이었다.
내 요리는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온기라고는 없는 식탁이 싫어, 무작정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닭볶음탕 황금 레시피'를 검색한 후 적혀있는 재료를 사 와 레고를 만들듯 적혀있는 대로 따라 만들었다.
그렇게 완성된 요리는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안녕 이런 맛은 처음이지?' 새롭게 발견한 재능에 흥분되었다.
그리고 이 발견을 누군가에게 빨리 알라고 싶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닭볶음탕을 포장해 어머니 가게로 향했다. 요리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으며 맛있는 점식 식사를 하고, 그날 저녁도 아버지와 닭볶음탕을 먹으며 오랜만에 대화다운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사랑하는 와이프를 위해 닭볶음탕을 준비한다.
어제저녁. 시장에서 사 온 손질된 9호 닭을 꺼내고, 잡내를
제
거하기 위해 우유에 담가 둔 후 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하였다.
재료는 감자 2개, 당근 1/5개, 양파 1/2개, 대파 1/2를 준비하고
양념은 숟가락 기준 고추장 2큰술,
매
운 고춧가루 1큰술, 간장 3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설탕 2큰술, 까나리 액젓 1큰술, 미림 2큰술, 참기름 1/2, 후춧가루 약간, 다진 청양고추 1개를 넣고 준비한다.
우유에 담가 둔 닭을 한번 행군 후 준비한 재료와 양념을 함께 냄비 안에 넣는다.
재료가 잠길만큼 물을 넣고 센 불에 10분간 끓인 후 대파를 넣고 중불에서 국물을 자작해질 때까지 졸이면 맛있는 닭볶음탕이 완성된다.
오늘 저녁 닭볶음탕 어떠세요?
모든 가족이라고 해봤자 세명밖에 되지 않지만 식탁에 둘러앉은 온기만큼은 가득했다.
따뜻한 흰쌀밥을 한입 먹고 빨간 옷으로 갈아입은 닭다리를 한입 베어 물었다.
닭 육수와 한 몸이 된 매콤 달콤한 양념이 부드러운 살결들과 함께 섞여가며 입안을 즐겁게 만들었다.
와이프도 촉촉한 가슴살을 베어 물며 맛있는 양념 맛에 감탄사를 연신 뱉어내며 말했다.
와이프 :
이거 소스 잘 받았다. 엄청 맛있네!
나 :
이거 내가 만든 건데?
와이프 :
진짜? 저번에 받은 거 아니고? 자기 진짜 잘 만들었다!
나 :
그럼! 내 시그니처 요리인데. 자기도 닭다리 하나 먹어.
와이프 :
난 퍽퍽 살이 좋아 닭다리는 무거워서 집어먹기 힘들거든.
역시 우리 부부는 천생연분이다.
나는 사랑스러운 와이프를 바라보며 남은 닭다리를 집어 들어 먹었다.
그리고 닭볶음탕에 없어서는 안 되는 감자를 집어 먹었다.
포슬포슬하게 잘 익은 뜨거운 감자를 입안에서 이리저리 굴려가며 행복감을 만들고
으깬 감자를 양념과 같이 밥에 비벼 즐거움을 만든다.
너무 맛있다.
감자를 먹었으니 이제 당근을 집어 먹을 차례이다.
구색만 맞추기 위해 당근을 넣는 사람들이 있는데, 당근만이 가지고 있는 달달함을 몰라서 그렇다.
그리고 그 달달함으로 다양함을 만들어주는 당근은 너무나도 고마운 존재임을 생각하며
하루에 식사를 마무리 하였다.
처음 만들어본 닭볶음탕에 추억이 깃들었듯이.
가족이라는 구성 안에서 처음 해보는 모든 것들로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처음이기에, 때로는 상처를 줄 때도 있지만 그 상처를 아물게 하는 법도 배워가는 중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가끔씩 꺼내보는 즐거운 추억으로 자리 잡길 소망한다.
오늘 하루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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