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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수교사 정서인 쌤 Mar 11. 2023

교사의 말 한마디에 제자의 인생이 결정된다

교사의 말이 주는 영향력


작년 9월에 17년 차 초등교사인 윤지영선생님이 '엄마의 말 연습'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화내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을 오롯이 전하는 39가지 존중어 수업을 '엄마의 말 연습'이란 책에 수록되어 있었다. 저자는 부모와 교사가 하는 말  '옳은 말' 백 마디 보다 '좋은 말' 한마디가 아이들을 자라게 한다는 걸, 학교 현장과 두 아이를 키우며 경험했다고 했다.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나 역시 두 아들을 키우며 35년 특수교사로 근무하며 느낀 것은 그 어떤 것 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교사의 말이라 생각한다. 바로 자녀가 듣기 좋은 말, 자녀의 마음을 알아주는 말이 결국 아들을 성장시키는 말임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학교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바른말이고 옳은 말이라 할지라도 소 귀에 경 읽기밖에 되지 않았다. 


교사의 언어 습관은 학생들의 정서·심리적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교사가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의 이면에 숨어 있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렇기에 교사는 더욱더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교실 안에서 수업하는 동안의 대화를 살펴보면 교사의 말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렇듯 교살에서 이루어지는 학생들과의 대화 중 80%가 교사의 말이라 한다. 수업 시간이 아닌 경우에도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하다 보면 칭찬과 꾸중, 제안, 설명, 지시 등 다양한 형태로 대화하게 된다. 따라서 교사가 어떤 말을 선택하여 학생들에게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교사가 하는 말로 인해 학생들의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는가 하면, 교사의 말 한마디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져 어떤 과목을 포기하거나 상처를 입기도 한다. 교사의 말과 태도가 학생들의 미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나는 여고시절 미술 선생님으로 인해 큰 상처를 입고 미술을 지독하게 싫어하게 된 일이 있다. 미술 시간에 선생님이 했던 말은 순간이었지만, 나의 가슴에는 평생 아픈 상처가 되어 남아 있다. 세월이 흘러 성함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선생님의 얼굴과 표정은 40년 전의 일인데도 불구하고 어제의 일처럼 또렷이 기억된다. 80년대만 하더라도 반 친구들이 60명 넘게 있었다. 스케치북에 구성한 그림을 큰 칠판 아래에 세워놓았다. 잘한 그림부터 빼면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 내 그림이 언제 선생님의 손에 선택받게 될까 초긴장을 하며 시선을 그림에 고정시키고 숨을 죽이며 기다렸다. 시간은 흐르고 어느 수 남아있는 그림은 몇 장 되지 않았다. 결국 나의 그림은 선택이 되지 않았다. 선생님이 남아있는 그림들을 가리킴대로 툭툭 건드리며 말씀하셨다.

“이것도 구성이라고 한 것이니?”

남아있는 그림 중에서 내 그림도 있었기에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의외로 미술이 참 재미있는 교과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 이후로 나는 미술을 지독스럽게 싫어하게 되었다.


졸업과 동시에 감사하게도 바로 교편을 잡았다. 샛별반에서 유치원 어린이들을 만났다. 어린이 중에는 어린 나이인데도 부모와 헤어져서 재활원에서 생활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어린이는 부모와 함께 매일 등교하고 하원하는 어린이도 있었다.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미술 분야만큼은 절대 어린이에게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어느 날 어린이들이 배운 사물에 대해 그림으로 표현하게 했다. 하얀 도화지에 사과, 배, 강아지를 어린이는 신나게 선으로 표현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의 어머니가

"00아, 강아지가 어떻게 이렇게 생겼니?"라고 하면서 자녀가 쥐고 있는 색연필을 가져가 어머니의 생각대로 그림을 보충해주고 있었다. 그것을 목격한 나는 어머니들에게 과거에 내가 미술 선생님으로부터 상처받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아이 눈으로 보고 아이가 인지한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기에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른의 시선으로 그림이 엉성하다고 해서 아이의 생각을 무시하면 아이는 결국 자존감이 떨어지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들의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나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이후 어린이들이 어떤 사물이나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할 때 어떻게 표현해도 나무라거나 꾸중하지 않는다.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자유다. 누구든지 그것이 맞다,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성장하는 어린이에게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말을 함부로 하게 되면 어린이는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부모나 교사의 말 한마디가 아이가 날려고 하는 날개에 닻을 달아줄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날려고 하는 그 날개를 꺾을 수도 있는 일이 된다.


난 늘 학생들에게 격려와 칭찬을 통해 학습을 유도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꾸중을 전혀 하고 생활지도를 하기란 쉽지 않다. 적어도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나에게 말한 어느 한 교사가 내뱉은 말로 인해 상처 입고 그 말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져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끼쳤는지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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