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 형성에 관한 권리는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개별적 인격권으로부터 보장될 수 있는데, 인격권적 권리는 자기결정의 가치와도 중첩된다. 헌법재판소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에 대해서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 라고 하였고, 이러한 설시를 통해서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가 무엇인지가 논의됐다.
흥미로운 점은 헌법재판소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개인정보에 대한 정보주체의 통제권’인 기본권으로 해석하면서도 그 보호영역을 개인의 인격권에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을 열거하였다. 여기서 자기결정권은 개인정보 영역에 있는 자유를 강조하기 위한 레토릭(rethoric)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다. 이렇게 보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인격상 형성에 필요한 자기결정의 보호’를 위해서 개인정보의 처리에 대한 권리를 기본권으로 설정한 것이 된다. 자기결정권에는 인격권, 프라이버시 등 여러 가지 가치들이 포섭될 수 있지만 분명히 ‘자기결정’이라는 가치가 존재하는 것이므로 그 내용을 확정한 후 자기결정권의 침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헌법상 열거되지 않은 권리가 기본권으로 인정될 때에는 보호영역이 분명하게 획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AI결정에 대응한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위해서 헌법재판소가 인격권의 이익과 구분된 ‘자기결정’의 가치를 명확히 해석해 핵심적 보호영역으로 확인해주어야 한다.
자기결정권 보호의 한계
자기결정권은 절대적 권리는 아니며, 타인의 기본권 또는 공적 이익과 충돌하는 경우 제한될 수 있다. 그래서 AI 결정에 대응한 자기결정권에는 한계가 있다.
첫째, 개인의 자기결정이 다른 헌법적 가치와의 충돌에서 오는 한계이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 공공복리 등 공익을 위한 목적에서 인공지능 의사결정시스템을 사용함으로써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만 1,265km에 이르는 독일의 아우토반(Autobahn)은 속도제한이 없는 자유의 상징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는 사망자 감소와 환경보호를 위한 속도제한 정책을 도입할 수 있다. 이때 인공지능을 도입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알고리즘과 그 결과물은 헌법 제21조의 제1항의 표현의 자유 헌법 제22조가 보장하는 ‘예술·저작·발명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되는 경우 자기결정권은 이들 가치와의 갈등관계에 놓인다.
둘째, 인공지능에 대응한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자율성의 조건이 불완전한 데에 따른 한계를 갖는다. 자기결정의 ‘자율’ 패러다임은 자유롭고 합리적인 인간이 자기에게 유리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법적 운명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을 전제로 하지만, 자기결정권은 스스로에게 유리하지 않거나 비합리적인 결정의 자유까지도 보호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개인의 자율은 쉽게 취약한 상태에 놓이기도 하니(인간은 AI 결정의 정당성을 판단하는데 요구되는 정보·인식· 판단능력이 불완전하다) 참으로 모순이기도 하다. 기술이해능력의 비대칭이 심화된 환경에서 자기결정의 실질적 독립성만을 강조하게 되면, 인간과 기계의 공존은 어려워질 것이다. 이러한 자기결정권의 한계에는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자율성의 정당화 평가와 같이 절차적 독립성이 보완되어야 한다.
마무리
지금까지 인공지능 결정에 대한 위험과 규범의 구체화의 문제를 헌법상 자기결정권의 보장 측면에서의 다뤄보았다. 인간존엄에서 근거된 자기결정의 가치는 매우 광범위한 개념으로서 헌법상 자기결정권의 구체화가 요구된다. 이 책은 인공지능에 대한 법적 규범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개인정보보호법제를 인공지능에 적용시키는 것의 부적절함을 들고, 인공지능에 대응한 개인의 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의 발견을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구분된 자기결정권에서 찾을 때 실효적인 입법 내지는 규제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을 담아냈다. 다가올 특이점의 시대! 여러분 각자의 자유의지와 그 선택의 안녕을 기대한다.
참고문헌
권영준, “계약법의 사상적 기초와 그 시사점 – 자율과 후견의 관점에서 - ”,「저스티스」통권 제124호(2011)
권영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동의 제도에 대한 고찰”,「법학논총」제26권 제1호, 전남대학교 법학연구소(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