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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다 내려놓지 않았답니다

인생에 대해서 알아낸 것들

꼭 뭐가 되어야 해? 하다보면 만들어지는 캐릭터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했을 때

"이번 생은 망했구나" 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래서 그냥 아무렴 어때! 하며 입사원서를 내고 한동안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이 말에 숨겨진 내심은  그동안 내가 좇던 가치와 세상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을 내려놓고, 이제는 자유하는 심정으로 가보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존재라는 것은 그 자체로 전부(evething)이다. 형체가 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한 인간, 그리고 그것을 단단하게 다듬어 가는 것이 내게서는 존재의 숙제였다.


당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로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도전을 해보고 나서야 홀가분해졌다.

특히 뭔가가 되겠다든지, 무엇을 쟁취하겠다든지, 그런 생각들을 내려놓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지나고 나서야  나는 예상 없이  연구자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 마치 다른 길은 생각도 해보지 않은 사람처럼 말이다.

어쩌면 인생은 내려놓고 난 뒤, 선명하게 보이는 것도 더러 있다.

흔한 비유지만, 투명한 물컵에 부유물이 섞인 물이 담겨 있을 때 그 안을 보려거든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면 그 부유물이 아래로 모두 가라앉고 투명에 가까운 물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자유로움 삶


그런데 그러고 나니 나는 다시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게 되었다.

인간이란 참. 내려놓고 다니 여전히 또 포기 못하는 게 있나 보다. 그때 나는 아마도 꿈에 매이지 않으니 자유로움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특히 "자유로운 시간의 극대화"가 시작됐다. 어쩌면 내려놓은 성취에 대한 보상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성공을 좇지 않은 사람이 누려야 할 궁극의 자유였을 라나.

여행, 극도로 자유로운 시간을 누리는 것,

외부로부터의 간섭 없는 완전한 자유시간 또는  완전한 이완상태를 요가를 하거나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시간에 집착하게 됐다.

그런데 이것은 파랑새를 좇는 일이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쉼에서 느끼는 기쁨은 열심히 살다가 우물가에 생수를 찾아 마시는 순간이지, 극도로 편안한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은 직장에서 보스의 간섭이나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교수의 지도나 부모의 훈계나 강요 아닌 강요로부터, 혹은 원하지 않는 관계로부터 아주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정말 그 상태를 원한다면 그야말로 속세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더 깊이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주말의 어떠함

주말에도 집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 좋다는 집순이 과는 아니다.

오히려 주말에는 어딘가에 꼭 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집보다 집 밖에 나돌아 다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말에 집에만 있으면, 억울하고 분하다. 주말 그냥 보낸 같기 때문이다.

확실한 기쁨이 되는 주말의 완벽한 계획을 찾고 있는 나는 이제 보니 여간해서는 풀 수 없는 숙제를 주말마다 안고 사는 사람인 것이다.

"제발, '주말에 우리 뭐 해?', 이 말 안 하면 안 돼?" 이십 년 넘게 나와 주말을 보내고 있는 남편의 부탁이다.

아무래도 이 말을 진심으로 들어줄 때가 왔나 보다.


주말에 여행을 가지 않고서도 행복할 수 있을까? 토요일 하루 즘은 이벤트라도 있어야 할 것 같기에, 그냥 여행의 단점을 찾는 게 빠를 것 같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월요병, 휴가뒤 현타는 피할 수 없는 폭탄과도 같은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래서 장기간의 긴 휴가나 주 4일이 허락된다면 남은 휴일은 수요일이어서, 중간에 한 번 쉬는 게 덜 피곤하고 3일 연속 쉬고 난 뒤 출근일의 괴로움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완벽한 주말의 여행을 꿈꾸는 나는 3일 연속해서 쉬는 그런 주 4일 근무를 원하는 사람였다.


세상에 확실한 일상의 기쁨이라니!

아마도 작지만 확실한 기쁨을 말한 하루키는, 그런 의미에서 인생을 초콜릿에 비유하거나 일상의 작은 행복론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확실한 기쁨이 되는 여행을 꿈꿨다.

물론 운 좋게 그런 여행을 하고 나면, 주말이 지나가는 아쉬움 속에서도 행복하게 잠이 들곤 했다.

어쨌든 지금은,

지금은 토요일 오전에 운동을 하고

근교 카페를 가고, 외식을 하는 일과 정도로도 만족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 작년에 캐나다에 다녀와서는 마트에서 반나절을 보내고, 사 온 음식재료를 부엌에서 만들어 먹고, 좀 쉬다가 졸리면 자는 주말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나로서는 정말 큰 변화이다.

흠흠!!

낑................ 좀 더 큰 깨달음이 있게 되면, 이 글을 다시 다듬을 수 있을 것 같다.

@ 호주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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