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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이유와 의미

영차영차

논문쓰는 일은 늘 자신이 없는 일이다.


논문-내가 할 줄 아는 것 중에서 그나마도 '할 만한 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는 연차가 있으니  형태를 대략 갖추고 설렁설렁 빵 굽듯 구워내해선  안  일이다.

지난달에는 서평을 하나 썼는데, 웬일인지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기는 저널의 글마저 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원도에 숨겨둔 북카페(사실은 책이 있는 카페)

글에도 마음이 담긴다


"언니, 책이 맘에 안 들었어?"

나는 다행히 야무진 동생에게 원고의 점검을 받는다. 가끔은 수고한 대가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동생은 나에게 필요한 비평을 해주니 감사하다.

이번 의뢰받은 책 주제가 썩 명쾌하게 다가오지 않기도했지만(그래서 어쩌란거! 결론이 뭐냐고!하면서 , 아무래도 내 생각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 게다.

학교 때는 국어를 곧잘 해서 경시대회에도 대표로 나가고 국어방송 했던 것 같은데, 논문을 쓸 때어려운 주제를 다루다 보니 내용 챙기기 바빠서 문장 형식에서 벗어날 때가 많다. "그렇지 바로 그거지!"하면서 혼자서 자연스레 드로메다로 가버리는 것이다. 다시 땅위에 발을 딛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곤 한다. 봐도 조사따위야 아무렇게나 쓴게 아닐까 싶을 정도니, 허허 !

 

몇 주 전,  한 선생님께서 '제가 전공이 법학이 아니다 보니, 띄어쓰기를 지적받을 때가 많아요'라고 하시길래, '원래 논문 심사평에서는 다들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닐까요?'라고 위로해 드렸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동생은 안다. 내가 조사를 그냥 대에충 쓸 때가 부지기수라는 것을! )


습관처럼 쓰지 말기


비전공자들의 오해 중에 한 가지는 법학 전공자들이 한자와 암기를 잘할 것이라는 것인데, 아쉽게도 나는 둘 다 아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법전 어딘가를 후루룩 암기하는 모습은 내게서 기대해서는 안된다. 만약 유사한 경우가 있다면, 보고 생각하고 연구한 지점에 축적돼 알고 습득된 것이 압축적으로 입 밖으로 나가는 현상일 뿐이지  결코 암기해서 나가는 것은 아니다.


나는 분명히 어딘가는 치밀하고, 세심한 부분도 갖고 있지만

대체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집중을 하면, 나머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편이다. 나의 에너지는 어딘가 소진되면 방향이 있기 때문에 고르게 분포되지 못한다.

글쓰기의 묘미


그래도 글을 조목조목 체계를 잡고 잘 써가는 일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왜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사실 딱히 이유는 없는데 글쓰기야 말로 내게 좋은 친구이기 때문이다.

요새는 이렇게 인터넷 공간에 글을 올리고, 이 채널을 통해서 유명해지거나 종이책을 발간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기 때문에 좋은 기회인 것은 맞다. 이런 이유로 좋아요를 눌러달라거나 조회수에 급급해하는 목소리도 많아서, 조금은 안타까운 실정이다. 좋은 글을 많은 이들이 읽고 공감하는 것은 그야말로 좋은 일이지만 그걸류 스트레스를 받다가 글을 포기하기도 한다.

내 글을 많은 분들이 봐주기를 바라서 글을 쓴다거나 좋아요나 플랫폼 메인에 노출된다고 하기를 원한다면 글쓰기는 어쨌거나 다른 목적을 갖게 될 것 같다.


빼곡히 쓰인 블로그의 글들마저 경외심이 드는 요즘이다.

생각의 파편을 한데 모아 뜨개질을 해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기술도 인간도 지나치리만큼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숨쉬기가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생각을 체계적으로 다듬고

내가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작업,

마음에 위안과 안정을 주는 것이 글쓰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래서 허투루 편하게만 쓰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비문을 즐기지 말고, 주어와 술어의 호응을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나중에 고친다는 생각보다는 처음부터 정갈하게 글을 쓰는 습관을 들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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