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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행

다시 거리 좁히기

여행을 나서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너무 자주 가서 살짝 지겨운 느낌이 들 때에는 아무래도 여행의 다른 묘미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평소의 궤적을 좇았다가는 사랑했던 장소와 연을 끊게 될 수도 있다.


시원한 새콤달콤한 물회와  새파란 깊이를 자랑하는 속초 바다는 언제나 매력적일 줄 알았다. 그다. 그 역시 계속되 그냥저냥 해지는 때가 분명히 왔다. 이런 증세는 "허니문 "으로, 인간관계에서는 두말할 필요 없는  유통기한 같은 거다.

@오 회무침!오징어순대가 양이 두 배다

하지만 우리가 에로틱한 감정만으로 사랑하지 않듯이 여행장소에 대한 애정을 지키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다.

그래도 어 장소 (나에게는 자연을 느끼는 세포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그 감흥이 꽤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딱 그 시기가 아니어도 개인적으로 두고두고 보는 관계가 있듯이 말이다.

@솔솔라라, 아야진 해변

2013년부터 강원도 고성 여행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청간정의 짙고 푸른 바다, 성인들까지도 즐거운 해수욕을 하게 했던 송지호의 바다는 이후에도 매해 여름 반나절 해수욕을 허락해 주었다. 우리는 해변에 간이식 텐트를 치고, 애들 마냥 해수욕을 즐겼다.


그리고 그 위 아야진! 은 또 어떻고! 당시만 해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은 아니었는데, 이 이쁜 바다가 만인의 사랑의 받게 되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그러면 또 곧 상업화로 주변이 들썩이는 게 싫었다. 이제는 이곳도 제주의 월정리 분위기가 난다.


지루함 극복

암튼 나에게 강원도 고성은 그런 곳이다. 서울에서 가까워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최북단의 동해바다였다.

그런 강원도 바다가 무뎌진 게 사실, 한참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 간은 예전에 비해 여행을 못하면 죽을 것 같지도 않은 느낌이다. 이미 가볼 만한 곳도 여러 번 가봤고, 여행을 다녀오면 피로도도 있으니 예전만큼 자주 여행을 계획하고 싶지는 않았다.

여행의 효능감도 역치가 꽤 높아진 것이다.

주말이 돼서 다시 강원도를 찾기로 했다. 목적은 바로 "찜질"이었다. 꽃샘추위로 차가운 바람에 얼얼하니 온천 같은 것이 제격이다. 고성에는 제법 가성비 좋은 찜질, 온천용 숙소가 있다. 막상 가보면 관리도 잘돼 있고,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좋다. 특급 호텔의 SPA서비스도 좋지만, 온돌과 가마에서 끓이는 방바닥에 뜨끈한 찜질방에서 누워있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겨울의 온천 방문에 대해서라면, 캐나다 로키산맥의 온천과 후쿠오카 유후인 깊숙이 있는 온천이 좋다. 카푸치노처럼. 머리는 찬 공기에 차갑게 유지하면서 몸은 땅속 깊은 지하에서 끌어 올려진 온천으로 녹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알칼리 심층수가 있다. 이런 온천은 40도의 온도를 자랑하며, 지하 심층수임을 입증한다. 가끔 일본의 온천들 중에서 가짜 온천들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사실상 일본의 온천을 비교할 능력과 여유는 못되니 국내에서라도 제대로 알고 가고 싶다. 제주에는 유명 호텔에 우윳빛 온천이 있는데, 이곳은 단촐하며 좋구나.


온천수에 들어가서인지 찜질방 효과 때문였는지 1월말 제주 학회에서 부풀어오른 임파선?의 흔적이 확 사라지려고 한다. 아싸!

" 이번 여행은 97점이야"라고 한다.

나머지 3점은 다음을 위해 남겨놓는다. 97점이 만점인 셈이다.

@갈매기의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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