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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발리

그래서 다시 찾는 곳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


여행지를 떠올릴 때, 음! 한 번 온 것으로 만족해!라고 생각이 드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취향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지만,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와 베트남의 푸꾸옥이 그랬다.

뭐랄까 그곳만의 개성이 없어서, 마음에 남는 향수 같은 것이 도대체가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두 곳 모두 가성비 괜찮은 가족여행으로는 좋은 곳이다. 그중 푸꾸옥은 올해 한국인에게 핫한 여행지가 되었다. 나로선 이해되지 않아도, 푸꾸옥 정부가 나서서 재정을 풀기라도 한 게 아닐까? 얼마전 친한 회사 후배가 신행지로 그곳에 간다길래 내색하지 않았는데, 다녀온 뒤로 만족도가 낮았다고, 알려주지 그랬냐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반대로 이미 정한 곳을  부정적으로 말한 경우"굳이?: 하며 맘상할 수 있기에  (개인적 취향이라도) 냉정한 평가를 입에 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반대로 태국은 똠양꿍 같은 곳이었다. 입에 대자마자 퍼지는 알싸한 고수의 맛에 망설이게 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이국적 정취가 어 다시 찾는다. 태국은 그들만 인사법, 문양, 오랜 휴양지로서의 서비스 매너가 잡힌 탓인 것 같다. 멋진 바다라고 하기에는 대체로 해변은 성난 파도 때문에 따로 배를 타고 들어가지 않는 이상, 애매랄드색 잔잔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너무나 습한 날씨와 오래된 국내 공항과 같은, 그러나 동남아 공항으로는 그럭저럭 한 그곳이긴 하지만, 매력적 곳임이 틀림없다.

오늘 이야기할 발리는 그야말로 알. 록. 달. 록. 한 이국적인 자연경관과  한층 다른 다른 서비스와 리조트가 있는 곳이다.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 란 말은, 발리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손수건의 네 귀를 딱 접으면 생기는 확실한 공간들 처럼.

발리 안에 있는 각 지역은 형형색색  개성이 넘친다.

스미냑. 우붓. 꾸따. 등등 며칠씩 볼거리가 넘치고 거리마다 한달 살기하고 싶어진다.

또한 선진국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산뜻하고, 재미진 공항은 어떻고! 동남아 비행이 대부분 새벽임을 고려할 때, 쾌적한 시설은 안심을 준다. 이번에 보니 예전에 놓여있던 썬베드는 사라져서 아쉽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필리핀 국제공항을 생각하면, 이곳은 신세계다. 동남아의 아름다운 경관에서 좋은 리조트에서 휴양하다 귀국행 비행기를,,난만마냥 공항서 기다리게 되는데, 그야말로 현타오는 시간이 아닐 수 없기에, 우리는 발리 공항의 컨디션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때요. 네달란드 국제공항 만큼 재밌어보이지 않나요
@돌아오는 비행 전 12시 식사라니!

나를 포함해 발리를 애찬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발리에 다녀간 사람들이다. 하긴 안다녀와서 말하기는 그렇지만, 아무튼 방문 전후의 반응이 매우 달라서 이렇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토록 연거푸어 가게 되는 이유를 확인하고 싶었는데 올해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됐다.


4월의 발리

엘리엇(T.S Eliot)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 것을 10대에 처음 시집을 통해 접했다. 인터넷이 생긴 이후 보니 아주 유명한 글귀더라. 20대초반  대학을 다니며 봄이라 하기에는 추웠던 3월 즈음 찾아오는 감기 몸살, 그것이 나아질 때 즘 완연한 봄이 오곤 해서, 더 공감했던 것 같다.

그런데 발리는 3월 말에 우기가 끝나고 드디어 건기가 오니, 이 역시 전환이 있는 달이다.

평소 핸드폰에 탑재된 결재시스템을 쓰게 되면서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나는, 무려 6시가 반짜리 비행에 지갑은커녕 여권을 제외한 현금, 카드 역시 빠트리고 나서게 됐다.

"음, 역시 삥땅녀야, 너 일부러 안 가져온 거지!" 황해하며 남편은 내게 말했지만, 익숙한 덤벙거림일 것이다. 혹독하게 글작업을 하는 학기 중 번번일이다. 반쯤 정신이 딴데 있는 나, 이런 상황이 좋지 않다. "왜 나는 혼자 여행 온 것 같지?"라는 말을 듣기도 일쑤니.


하지만, 이번에는 예전과 달리 해외 휴양 여행에서 메신저나 업무를 하지 않고, 오로지 우리 두 사람의 여정에 집중하리라 다짐했던 나이다.

@우붓이 아닌 남쪽, 리조트임에도 밀림이 연상되는 곳이었다  

여행에만 집중하자!

어쩔 수 없이 공항에 1시 갓 넘은 시간에 도착했다. 우리는 한국어를 꽤 하는 가이드를 통해 숙소까지 픽업 서비스를 받게 됐다. 한국을 와본 것인지 궁금했지만,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비록 일회적인 만남이지만, 자신의 이름은 '대위'라고 소개했다. 대위!

중국인 지인이 꽤 있는 나로서는 그녀의 이름이 그곳에서 꽤 근사한 이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어떤지 물어볼 걸 그랬다.  나중에 보니 그녀의 한국이름은 "혜진"이었다. 나를 18년 동안 사랑해 준 언니 이름도 혜진인데!


막상 호텔 로비에서는 신선한 물과 물티슈가 제공됐는데, 한국과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어째 너무나 현대적이기만 해서 살짝 아쉬움이 있었다.

천장에 큰 팬이 돌아가는 습한 동남아를 생각했나 보다. 이전에 발리에 왔을 때는 어땠지?

마냥 좋기만 했던 기억과 방에 들어갔을 때 있었던 수건으로 만든 동물들이 이번엔 없어서였을까?


신혼여행지의 손가락에 꼽는 숙소였는데, 뭔가 아쉽다. 예전에 머무른 곳의 방보다 큰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비데가 자동으로 열고 닫히는데, 이게 어디야? 아마 내가 너무 그간 좋은 곳을 많이 가서 그래!' 하며, 애써 긍정해 봤다.

난 조금 실망했지만, 남편에게 내색하지는 않았다.

'수건 장식은, 내일부터 청소할 때 팁을 두둑이 놓으면 분명히 만들어 줄 거야!' 여행내내 방에서 수건으로 만든 동물 장식을 볼수는 없었다. 이곳의 서비스는 세련되고 모던다.

꽤 큰 자체 수영장이 많다는 후기를 봤었는데, 아무래도 성에 차지는 않았다. '음, 이 정도면 평범한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막상은 따갑게 내려쬐는 태양에 오전에 수영장에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남쪽의 해변은 생각보다 이뻤다. 하지만 모래알이 곱지는 않아서, 작년에 선물 받은 워터샌들을 착용했다. '이것 봐, 나는 비록 카드는 안 가져왔어도 준비된 사람이라고'
@그래, 바로 이거!, 하지만 수영장 근처에 누군가 만들어놓았을 뿐.
@ 이것도!, 침실에 놓여있으면 좋았을 텐데

절반의 성공과 한계

결론부터 말하지만, 이번 여행은 이전 발리 방문 때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비행기 탑승 때까지 논문과 토론문을 작성하느라 밤늦게 작업을 했었고, 다니는 회사에서도 이래저래 일들이 많아서 새로운 집을 다시 짓는 기분이었다.

발리나, 여행에 관계된 그 어떤 것도 검색하지 못하고 오직 남편의 팔에 의지해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아, 처음으로 인천공항에 자차를 가지고, 발주차를 하게됐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차를 타고오니  정말 신세계였다.

우리 부부는 원래는 발렛서비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였지만,(정확히는 남편이 그러하다)

역시 세상의 편의는, 마음을 열고 경험해 봐야 좋은 것이다. KTX 광명역에 주차를 하는 것보다 주차료가 저렴하다. 물론 현대카드나 여행에 특화된 프리미엄 신용카드가 있는 경우에 할인 등 발렛 서비스가 제공되겠지만, 바로 터미널 내부로 올라가서 출국심사를 받으면 되는 것이라, 만족감이 컸다.


내게 모처럼 공항에서 무료 라운지와 커피 등등을 이용할 수 있는 특화된 카드가 있었지만, 역시나. 실물 카드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어쩐지 무슨 카드가 엄청 무겁고 럭셔리한 재질이더만, 들고다니며 홍보하란 것였군...'뒤늦은 후회다.

여행은, 준비된 사람의 것이다. 준비한 자의 설렘 , 감각의 폭도 다른 것임을 알면서도 그리 하지 못한 나의 현실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라도 여행을 곱씹어 봐야지, 놓친 풍경과 노을과 음식의 맛을 일깨우려 타이핑을 하니, 역시 글쟁이는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든다. 좋아!


잠깐 친구들 방에 둘의 사진을 올리니  "희봉아, 신혼여행 잘 다녀와!"라고, 한다. 고마워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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