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명동의 거리는 깨끗하다. 20년 전 서울시에서 한동안 '쓰레기없는 중구'라며, 쓰레기통을 없애버린 까닭에 넘쳐나는 쓰레기가 갈 곳을 못 찾던 때와 대조적이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잘 넣으면 좋은데 그 주변에 아무렇게나 던지는 사람들이 있었니 서울시가 쓰레기통을 없애는 정책을 채택한 것이다. 어쨌든 (쓰레기통이 있음에도) 지금은 너무나 깨끗해져서 어깨에 코리안 뽕이 차오른다.
언젠가부터 외국인들의 명소일뿐, 일상에서 멀어진명동의 밤거리를, 요새 들어 종종 가게 되니 예전과 비교가 된다.
연말에 만나야 하는 사람
연말 무렵에는 사람들과 부쩍 대는 맛도 제법 좋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나 스스로와 만나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챙겨가고, 덜어내야 할 습성이나 태도, 못 채운 것들은 불필요한 집착이니 남겨두고 가자.
촘촘한 계획이나 정리를 하는 타입은 아니어서, 보란 듯이 말하기는 적정치 않지만 다이어리를 정리하면서 올해 딱히 연간 목표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목표라고 하지만 늘 그렇듯이 두 개 정도의 단어로 축약할 수 있는 정도의 것들이다.
예를 들어 작년은 운동과 운전을 목표로 삼았다. 비록 초본 수준일지언정 야무지게 잘 해낼 수 있어서 뿌듯했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목표는 보이지 않았고, 대신에 나의 어떤 삶에 대한 태도에 관한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참기 어려운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연초에 약속 장소에 늦게 나타나는 사람들, 아니 그 상황에 대한 감정,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이는 것을 개선했으면 하는 것들로 꼽았던 것을 발견했다. 다행히도 한 해를 살면서 상당 부분 훈련됐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내 생각보다 스스로에 야박한 평가를 할 수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대체로 나는 스스로에게 관대한 편이다. gym에 가서도 설렁설렁 운동하고, 즐겨 마시는 커피 양도 그렇게까지 유의미하게 줄이지 못했으니까.)
친목 게임, 건배사, 선물 증정을 위한 퀴즈
개인적인 모임도 좋지만, 연말엔 그룹 모임에 나가는 것도 모임 준비에 수고를 더는 방법이다. 모임을 꾸려야하는 품을 덜고 현재에 충실할 수 있는, 뭐랄까 효율성 높게 소셜라이징을 하는 방식이다.문제는 사람들이 여럿 모이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게임, 건배사, 등등 피하고 싶은 것들이 더러 필수적으로 나타난다. 대체 이런 것은 누가 만들었는지 난처하지만,(2024년에 건배사라니! ) 때로는 이런 형식이 시간을 때우는 데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막상, 퀴즈 진행에 누군가 방해라도 하면 답답해하는 성격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 심지어 제일 즐겼다. 라는 평가도 받았다;;-
아무튼 이런 것들은 결코 세련된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색한 자리에서 대화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란 점에는 어쩔수 없이 동의하기로 한다. 한편 술에 취해 대화를 하는 것 또한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긴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는 깔끔한 다이닝을 즐기고, 티타임을 갖는 자리를 선호한다.
@ 올해 5번째 중국식 코스는 디저트로
@ 명동, 루프탑
시절인연, 관계에 집착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내 마음과 달리, 각자의 위치와 생활이 달라지면서 인연이 중단되기도 한다. 학교나 직장, 결혼 등 생활이 좀 달라진다고 연락을 안 하거나 안부를 묻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서운하기보다 한심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결국 이기적인 이유가 아닌가 하면서.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람마다의 그릇은 다르다고, 둘러 말할 수 있고 예전만큼 열정이나 애정이 넘치지는 않는 것 같다. 스스로의 관계에 대한 가치에 대한 집착일 수도 있고!, 뭐 그렇게 그럭저럭 넘어가는 것이다. 불필요한 애증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만난 사람들에게 충분히 최선을 다하는 것도 나의 할 바 아닌가!
연말에는 언젠가부터 작은 선물이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친구들을 불러내 좋은 자리에서 식사를 산다거나, 손글씨를 담은 카드는 솔직히 귀찮은 게 사실이지만, 그런 여유와 정성을 갖아보기도 한다.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12월은 어느덧 생각만큼 추워지고 있었고, 그러면서 연말 분위기도 나는 것 같다.이제 일주일 가량 남은 시간은 for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