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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성큼 다가온 크리스마스

기후위기와 식물론

중부지방, 특히 경기 남부에 30cm를 육박하는 폭설이 내렸다. 눈이 오면 제설 작업이 빠르게 이뤄질 만 한데, 웬일인지 이번 눈에는 속수무책인 것일까? 듣기로는 이번 눈은 대기 중 습도가 높아 무게가 있어 나무들이 훅 꺾이고 말았다.

@ 아파트 단지의 눈

여름의 기록을 보니

"올해 꽤 더울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6월 중순으로 접어들었다"는 글귀가 있었다. 그즈음 전 세계적으로 기온이 높아져서 어디로 간다고 한들 방법이 없겠구나 하며 지구가 아 것을 안타까워했다.

@ 날씨만 받쳐주면  정도야, 발리란!

숲 속에 살게 되면서  좀 더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나는 도심을 벗어나서도 여전히 식물들을 키우고 있다.

생각해 보니 우리 가족들은 모두 식물을 좋아하거나 잘 키우는 편이다. 뭔가 잘한다는 말을 하는 일은 쑥스럽지만, 이런 정도의 자랑은 왠지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집에는 동백꽃나무 화분도 있었고 지금도 아빠는 전원 속에서 감나무라도 키우시는 것 같다.  엄마 역시 다육이를 비롯한 모든 식물들을 집 베란다에서도 광택나게 키우고 계신다, 동생도 부캐로 플로리스트를 하니, 이 즘하면 집안 내력이니 "가족 평균 식집사" 라 해도 무난하다.

하지만, 가끔씩 잘 자라던 식물들이 갑자기 돌변해서 축 쳐져있거나 잎이 갈색으로 말라져 가는 때가 있다. 물이 부족한지 바람이 부족한지 영양이 부족한 지  알 수 없 답답할 노릇이다. (실내에서 키우니 부족했으면 했지 넘치지는 않겠지?) 여름엔 여름대로 겨울엔 겨울대로 고초는 있다.

우리 집에서 가장 예민한 아이는 역시 율마다. 그래도 이 녀석들은 특별히 애정해서 2018년부터 시도해온 이래 (수형을 동그랗게 키우거나 키를 키우거나 해서 강아지상으로 키워보고 싶었다) 그간 나름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고 이제서야 좀 자신 있었는데!

까탈스러운 율마, 네가 이겼다.

역시나 몇 년 잘 자라다가도 갑자기 말라버리면 방법이 없다.

@ 쳐낸 츄파춥스 율마 ㅜㅠ

율마를 보며 관계만큼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엄청 좋았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망쳐지거나 금이 가는 인연이 있기도 하니까. 어렵사리 정성스레 살려내 보기도 하지만,

잘 안될 때도 있으니 말이다. 역시 자연의 이치를 보면, 인간관계도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적당한 물과 바람, 적당한 거리, 봄날의 햇볕과 같은 사랑과 존중이 필수다.

다시 식물 이야기로 돌아가자.

율마 중에는 그중에 오래가는 녀석도 있다. 여름에 힘들어하길래 좀 더 신경을 써주고, 율마도 나도 영차영차 해봤다.

그 와중에 보스턴 고사리는 많이 컸고, 실내에서 자라는 몬스테라는 식구를 맞이했다. 특별히 잘해준 것도 없는데 말이다.

아침엔 산책을 했다. 아직 눈이 많다. 도처에 부러진 나뭇가지와 망가진 숲들이 눈에 보기 아프다. 중간중간에

눈삽이나 넉가래 같은 것들을 두면 맘 좋은 주민들이 치울 수 있을 텐데, 올해는 염화칼슘도 드물어 보이니 참 답답할 노릇이다. 2년간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니,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가서 눈을 치워본다. 영차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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