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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목적을 재발견하다

채집과 현안

뉴스에서 말하길,

한 나라의 VIP와 큰 기업의 경영가들은 휴가를 떠나며 복잡한 문제들을 정리해온다고 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여행을 통해서 나의 현안을 정리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있어서이고, 다소 인생을 개척해 나가려는 성향 때문인 것 같다.


여행지에서 "현안 다루기"에는 따로 왕도가 없었다.

맞닥뜨린 현실의 문제들을 여행가방에 꼭꼭 눌러서 가져 간다음, 하나씩 풀어보는 것이다.

쉬운 문제들은 하나씩 보따리를 풀어보다가 정리되기도 하지만, 어려운 문제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어려운 문제는 항상, 여행지에서 3일째부터는 내 것이 아닌 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기한이 한정된 여행지에서 지나치게 사유에 골똘해지면 그게 바로 시간낭비요 에너지 낭비인 것이다.

그런데도 시원한 마음은 결코 들지 않는다. 역시 해결에 마음에 있기 때문이란 결론이다.

그런데 여행의 초입에 문제를 파고, 고민하다가 시간이 길어질수록 현실과 여행의 애매한 경계 속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을 숱하게 경험하고 나니,

다. 소용없는 짓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는 데는 그 문제에 집착해서이기도 하지만,

사유의 근원에 빠져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한계가 있는 사람이지만, 단 한 가지의 사실이 나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다.

"갖은 한계 속에서도, 내 인생의 좌표의 방향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 그 명제가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한라산, 게잡아요! 마지막 날 잡은 게

그래도 그냥 두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다.

흔히들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세상 속에서 지지고 볶고 했던 것도, 성냥갑 하나에 불과해 보이는 아파트 한 채 얻겠다고 아등바등 사는 것 다 하찮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잠깐 수천 피트 위 상공에서 잠시 신의 눈을 빌린 인간 착각일 뿐이다.

어차피 땅에 내려가면 같은 시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을!

그래서 나는 결국 접근 방법을 바꿔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를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

머릿속에서 이것을 구분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이다.

1. 주어진 옵션이 있는가?

-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것에만 마음과 시간을 들이자.

- 부단히 연습해서도 자신이 없는 일에는 곁을 주지 말자.(할까 말까 할 때는 '하지 말자'), 40대에는 능력 끝에 있는 일을 맡았다가 스스로를 괴롭힐 수 있다.

2. 나머지는 기도로 맡기자.

3. 그리고, 일기를 쓰자.

-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이 있고

   정리된 생각을 뚝딱뚝딱 쓰는 사람이 있다.

-  나는 아무래도 전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이미 정리된 생각은 글로 쓰는데 매력을 못 느낄 때도 많다.

4. 여행을 더 즐기자.

-  지나치면 좀 어때, 좋은 느낌을 더 누려도 된다.

- 시간과 에너지, 기쁨을 더 즐기자.

그러면, 이제 여행이 주는 평온함과 즐거움을 더 길게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고민을 처리하는 공식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아마 다음 번에는 이 공식에 대입만 잘하면 될 것 같다. 흠흠!

더 행복한 순간들이 기다린다.

바닷가에서 채집을 하는 일과 같은 것 말이다. 올 가을에는 이런 종류의 기쁨을 더 누리게 됐다.

2017년 이후에 오랜만에 흰게를 잡았다. 물론 그 때 나와 함께하던 우리 조카는 한국에 없지만. 당시 협재해수욕장에서 잡았던 제법 튼 흰 게를 그 이후 처음 본 것이다.

@ 캐나다의 단풍, 내년엔 너를 보리라
@언제나 나를 반기는 하도 해변

배낚시는 서귀포보다 차귀도가 맘에 든다. 3시간짜리 배를 타면, 얼추 허리가 아프지 않을 정도의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채집, 그리고 낚시는 바다가 주는 펀타임이다.

@ 부시리가 가고, 방어가 올만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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