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 때문인지, 남쪽으로 이어진 고속도로의 옆 길마다 가을이 서서히 머물고 있었다. 단풍은 역시 따뜻한 아래쪽보다야 위쪽 지방이 멋지다는 것을, 서울에서 경기, 충청, 전라를 지나며 확인한다. 그래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일뿐!
저 아래 백양사, 내장사를 거치면서 짙어져 가는 가을의 정취가 좋기만 하다. 한두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른이 되는 이 시간과 깊어지는 마음의 나이테도 좋다.
@ 동해물과 백두산이~ 예전에는, 이런 화면이 TV 편성 프로그램 끝에 나왔다
저무는 가을을 담은 듯이 저 바다 뒤로 뉘엿뉘엿 지는 석양을 핸드폰 카메라로 담아본다. 붉은 황금빛 윤슬은 바라보기만 해도 멋지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레드 골드 컬러도 담겼다. 우리는 이미 해가 지고, 캄캄해진 해변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11월인데도 밤공기가 따뜻하다. 남쪽의 해안은 고요히 육지로 안긴 형태가 많다. 그래선지 따뜻한 엄마의 품 같다. 나도 오늘은 엄마와 함께여서인지 안락한 기분이다.
어둑해진 해안엔 여기저기서 나타난 낚시꾼들이 저마다의 낚싯대를 바다에 들이밀고 있었다. 그래봐야 어쨌든 낚인 고기는 자기 것이란 듯 바로 뒤편에서 자리 잡은 바닷가 고양이!
@ 이 녀석은 나에겐 눈길 하나 주지 않는다. 목적이 확실히 보인다.
한동안 우리는 멀리 여행을 같이 못 나왔다.
근래에는 멀리 떨어져 살기도 했고, 서로를 만나는 것이 여행이 되어버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눈문이 나올 것 같은 먹먹함이 있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들이다.
웬일인지 그렇다. 어떤 곳을 추억하는 것 꿈에나 나올 것 같은 과거의 한 장소를 다시 찾는 일도
썩 내키지는 않는다. 모르겠다. 일단 그렇다
재작년에 찾았던 동교동 거리가 그랬다.
20대의 신촌거리를 막상 가서 눈으로 확인했지만, 다시 기억은 현실이 아닌 과거 그때의 시선으로 돌아가고야 만다. 이런 일들이 언젠가부터 있었다. 우리가 그곳을 돌아가면, 그때 그곳의 흔적이 그대로 살아 만나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