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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까기

-귀차니스트의 도전

by 알로하엘린



알까기: 동물의 알 속에서 새끼가 껍데기를 깨고 밖으로 나옴. 또는 그렇게 되게 함.



혼자서 잘 못하는 편이다.

집에서 혼자 뒹굴고 놀고먹는 것이라면야 수준급이지만.

간단하더라도 귀찮은 것, 나아가는 것, 실천하는 것은 혼자선 어렵다.

예를 들면 어딜 가거나 뭔가를 배우고 싶은데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 결국 포기한다거나 어떤 계획을 세워놓고 쉽게 타협해버리고 마는 그런 것들...


물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한다.

대중교통으로는 두 시간 가까이 고생해야 하는데 자동차로는 삼십 분이면 편히 갈 수 있을 때 장롱면허였던 나는 울면서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있었다고 언젠가 언급했었다. 나에게 두려움은 귀찮음보다 약한 것이었다. 귀차니스트. 나를 위한 말이기도 하다.


회사생활을 할 때는 강제된 것들이 있었지만 일을 하지 않는 지금 내게 강제된 것들은 거의 없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기 위해 일을 그만두었는데 나는 몇 년째 귀찮음에 속박되어 있어 난처하다.

일할 때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던가 심신의 여력이 없어서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게으른 천성이 나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아오!

이렇게 살다가 내 삶은 삶은 달걀처럼 알을 깨 보지도 못한 채 끝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주기적으로 밀려오지만 앞에서 말했다시피 나의 귀찮음 혹은 게으름은 두려움과 불안보다 강하다. 안타깝게도.


그렇지만 다시 나는 나의 지독하게 단단한 나태함과 무기력의 껍질을 깨고 나오길 원한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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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 헤르만 헤세, '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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