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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초연 Oct 31. 2023

무엇이 옳고 그른데요?

제대로: 옳고 그름을 사색할 수 있는 힘과 이를 논의할 수 있는 능력

한 해를 거듭할수록 선과 악의 잣대가 희미해져 간다. '보수적'이라는 말에 치를 떨었던, 청소년기와 성인 초기의 나는, 어느새 안정을 선호하고 있었고,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가치판단과 도덕관념을 어느 정도 놓아버린 채 살고 있었다. 이제는 어느 순간 내가 한 인간으로서 1인 몫은 물론이지만, 제대로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제대로' 이 정의는 어떻게 내려야 마땅할까. 만약 모든 일에 성실하고, 책임을 다 한다면, 이는 제대로 사는 삶이라 일컫는가? 반대로, 도와 덕이라는 관념이 소멸해 가는 상황에서 판단 아니, 생각조차를 유보하는 生이라면, 저 용어를 사용할 수 있겠는가? 긍정과 부정의 차이라고 해서, 우리는 이를 감히 제대로 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십 대 후반을 바라보면서, 위험에는 무뎌지지만, 피해에는 발끈하는 내가 되어, 독불장군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그런 나를 인지할 수 있어 망정이지, 무엇이 진정 옳고 그른가.


어느 누구는 하룻밤의 성관계 자체를 악으로 여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어느 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성관계는 선으로 여긴다. 이 둘 중, 누가 옳고 그르다 할 수 있는가. 사회적인 통념이 잣대일까? 과연 사회적인 습관을 지키면 우리는 제대로 살 수 있을까. 혹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하여,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제대로 살지 않은 삶이라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어쩌면 옳고 그름이 없지 않을까? 코페르니쿠스에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전환처럼 어느 순간 '제대로'의 발상이 바뀌진 않을런지. '제대로'는 성숙이 나이 듦에 따라 비례하지 않듯이, 성숙과 가치판단이 함께 논의되지 않듯이, 제대로의 부사는 사고의 깊이 정도를 반영하여 옳고 그름을 상대적으로 사색할 수 있는 힘과 이것을 다른 이와 논의할 수 있는 능력 정도로 정의하면 되지 않을까. 우리 각자마다의 유전과 환경적 요소의 개인차가 있으니, 성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처럼, '제대로'의 삶도 상대적으로 다름을, (허나 이건 사법적인 요소와는 결부되서는 안되며,) 인정하는 나와 사회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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