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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초연 Apr 29. 2024

연애 #3-8

연인을 기다리는 주말의 아침

여섯 시 십 분경, 초여름의 일찍 떠오른 햇빛이 나의 눈을 간지럽힌다.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눈부신 시야에 눈을 떠보니, 옆에 곤히 자고 있는 연인의 모습이 보인다. 아침이라는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함축하는 시간대에 은혜하는 이의 얼굴을 처음으로 맞이한다는 건, 굉장히 숭고한 일이다. 영혼으로 연결된 내 사람의 온기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는 건, 두 사람이 어느 정도 동일한 마음으로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함축한다.


내 연인은 초여름의 바삭한 햇빛의 공격을 받았는지, 눈을 파르르 떤다. 입술을 세로로 오므렸다, 가로로 펼쳤다를 반복하더니 옆에 나란히 누워있던 춘식이 바디필로우를 끌어안는다. 그 모습이 어여뻐 머리를 한 번 헝클어뜨리고서는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살짝 가져다 댔다. 소소한 주말의 일상이 일생으로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씨익 웃고서는 이부자리를 정리해 두고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테라스에 나가 나의 연인이 잠에 든 동안, 아침에 내린 모닝커피를 마시며 공복 사이클을 한껏 타준다. 상대적으로 잠이 없는 내가 아침의 그를 기다리는 방법이다. 분명 한 시간 반이나 발을 굴렸는데,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금 그런 그가 귀여워 빤히 몇 분을 바라보고서는 화장실로 발걸음을 돌린다. 송글 땀이 났던 내 몸에 조말론의 바질 앤 만다린의 거품을 문지른다. 아침에 맞댄 바질의 고유한 향이 그를 잠에서 깨울 수 있을런지.


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을 의미하여, 익숙함과 노곤함을 야기하기 십상인데, 내게 일상의 의미는 조금 달랐다. 내 연인을 기다리는 주말의 아침 일상은 내게 안정과 흥미를 가져다 줌으로써, 그에게 조금 더 매료되는 시간이다. 매주 돌아오는 시간이지만, 같은 시공간을 만끽하며 순간의 함께 있음을 감사히 여기는 주말의 아침. 나는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그를 기다리며, 공동의 여유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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