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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나 May 13. 2023

[산티아고 4] 도착한 프랑스 파리, 소매치기를 당하다

#나의 첫 번째 까미노

무거운 가방, 익숙하지 않은 등산화, 처음 와보는 유럽.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지만, '어차피 죽을 거니까'마인드라면 전혀 꿀리지 않는(?) 마법이 생긴다. 그 당시는 버릴 옷만 챙겼고 입은 옷도 세계여행자 스타일이어서, 사람들이 알아서 피해 주었다. 단, '소매치기 군단' 제외하고.


어벙벙한 25살의 나는 프랑스 파리 시내를 구경해 보기로 한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루브르 박물관은 가봐야지. 가는 도중에 저 멀리서 '소매치기 군단'이 온다. 있다는 건 알았지만 사람 없는 거리에 나 혼자. 4명의 여자 집시들은 큰 판데기를 가지고 나에게 사인하라고 들이밀었다. 무서워서 밀쳤지만 갑자기 웃으면서 사라져 주었다.


'왜 순수히 물러가지?' 그때까지 알지 못했다. 돈을 바로 겟했으니 빠져준 거라는 걸. 프랑스 파리에 한국인 바보 1명은 루브르에 갈 생각에 설레하며 기분을 떨쳤다. '에이 이런 일도 있는 거지~'


루브르 박물관을 구경하고 알게 되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구나. 미술시간에 달달외우고 공부했던 작품들은 직접 눈으로 보면 더 생생하고 기억하게 된다. 승리의 여신 니케, 모나리자,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밀로의 비너스까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배고파서 마카롱을 사 먹으려고 지갑을 꺼내는 순간, 없어진 현금을 알아차렸다. 내 160유로!! 그건 한화 20만 원이 없어졌다.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했던 유로가 없어졌고, 그 집시들이 떠올랐다. 아... 그때 없어졌구나.


마카롱을 부랴부랴 카드로 계산하고, 터벅터벅 걸었다. 소매치기를 당하니까 막상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멍했다. 그리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차피 죽는다면 소매치기에 일희일비할까?


이때부터 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로 피니스테라에서 죽고 싶은 걸까?' 나의 다른 자아가 '응 너는 그걸 위해 여기 왔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정말 죽음을 각오한다면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을 텐데....


이 이상한 감정에 대한 의문을 생각하며 마카롱을  먹었다.

'한국 마카롱이 훨씬 맛있네' 그렇다. 생각보다 K-마카롱이 훨씬 나았다. 한국 디저트 최고네...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산티아고 길을 다 걷고, 피스테라에서 뛰어내린다는 걸 상기하고 잠깐의 관광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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